장난꾸러기 푸조 807 디젤

입력 2005년08월1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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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807 HDi를 시승한 건 공교롭게도 기아자동차의 그랜드카니발을 만나기 불과 며칠 전이었다. 그리고 기자는 807 HDi를 타고 그랜드카니발 신차발표회장을 찾았다.

그랜드카니발에는 ‘벤치마킹의 흔적’이 꽤 있었다. 그랜드카니발의 가장 큰 자랑거리 중 하나인 자동식 슬라이딩 도어는 기자가 타고 온 807에 달려 있는 장치였다. 카니발은 한 발 더 나아가 뒷문(리어 게이트)까지 전동식으로 여닫히게 만들었다. 하긴 전동식 슬라이딩 도어는 푸조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미 지난 겨울에 탔던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에도 똑같은 장치가 있었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돌고 도는 세상인 걸. 좋은 게 있으면 보고 배우는 게 당연한 일이다.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면 말이다.

오늘의 데이트 상대는 푸조 807 HDi다. 7인승 미니밴으로 디젤엔진을 얹은 모델이다. 407 HDi 및 407SW HDi에 이은 푸조의 세 번째 국내 시판 디젤 모델이다.

▲디자인
807의 디자인은 차분하다. 선과 면이 세련되게 만나고 교차하지만 과장이나 왜곡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앞뒤옆 모두 같은 느낌을 준다. 차분하고 얌전한 디자인은 그러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극적 반전을 이룬다.

이 차 디자인의 백미는 인테리어에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아기자기하고, 때로는 프랑스 특유의 강한 개성이 묻어 있다. 계기판은 과감하게 대시보드 정중앙으로 옮겼다. 운전하다가 속도를 보려면 고개를 아주 살짝 오른쪽으로 돌려야 한다.

운전대 윗부분에도 몇 가지 차의 정보를 알려주는 간단한 계기판이 있고 대시보드 중앙에 속도계와 타코미터, 다시 센터페시아에 오디오 장치가 있다. 개성은 넘치지만 운전자의 시선이 산만하게 분산되는 레이아웃이다. 대시보드는 기하학적 구조를 가진 건축물처럼 만들었다. 보통의 차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사이드 브레이크는 운전석 왼쪽에 배치했다. 가운데 통로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배려다. 같은 이유로 변속기 레버는 센터페시아로 올려 붙였다. 시트는 360도 회전이 가능해 뒤로 돌아 앉을 수 있다. 차를 회의실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 시트를 접으면 훌륭한 테이블이 되고, 그마저 거추장스러우면 간단히 떼어낼 수 있다. 선루프는 모두 3개다. 각 시트마다 천장에 선루프가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차에는 모두 61개의 수납공간이 있다. 사실 그 숫자도 자료마다 다르다. 카탈로그에는 58개라고 하고, 보도자료에는 61개로 소개됐다. 어째든 그 만큼 많다. 그러나 보닛을 열면 확 깬다. 세상에, 펑크났을 때 사용하는 재키와 재키를 돌리는 손잡이가 엔진룸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어서다. 견인고리도 함께 엔진룸에 배치했다. 어떻게 이런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지 볼수록 신기하다. 장난꾸러기들이 만든 차같다.

▲성능
807 HDi의 디젤엔진은 배기량 1,997cc로 커먼레일과 터보차저를 달았다. 최고출력은 110마력, 최대토크는 27.6kg·m다. 1,75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와 저속에서도 굵은 토크감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최고출력은 수치로만 봐도 좀 약하다 싶다. 110마력으로 1,735kg의 차와 여기에 더해 승객들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사람이 타지 않은 공차상태에서 마력 당 무게비가 15.7kg을 넘긴다. 동력성능에 큰 기대를 해선 안되겠다는 판단이 선다.

시야는 넓고 운전자세도 편했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한 박자 쉬고 반응한다. 하지만 일단 반응이 일어나면 굵은 힘이 꾸준히 속도를 높이며 탄력을 만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제원표 상 최고시속은 174km. 그러나 시속 140km를 넘기면서는 가속이 쉽지 않다.

407 디젤엔진에서 느꼈던 휘발유엔진 못지 않은 동력성능을 807 디젤에서는 느낄 수가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미니밴이 고성능일 필요는 없어서다. 스포츠 세단에서는 고성능이 필요하지만, 여럿이 타고 이동하는 데 중점을 둔 미니밴은 고성능보다 다양한 기능성 그리고 안전에 중점을 둬야 한다. 이 차는 그런 면에서 본질에 충실하다.
성능은 조금 부족한 듯 하나 쓰임새가 많고, 특히 안전에 많은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807 HDi는 유로NCAP 충돌 안전테스트에서 별 5개를 받았다. 미니밴이 별 5개를 획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 처럼 기본적인 안전을 갖춘 차에 전자식 주행안정성 프로그램(ESP), ABS, 트랙션컨트롤 시스템, 전자식 제동력 분배장치(EBFD) 및 비상제동 보조장치(EBA) 등 각종 안전장치들이 더해졌다. 시속 10km가 넘으면 차의 모든 문은 자동으로 잠긴다. 타이어 공기압 센서가 채용됐고 모두 6개의 에어백이 달렸다. 안전에 관한 한 최대한 배려했다고 해도 좋은 수준이다.

▲경제성
차값은 5,500만원이다. 자동차산업에서 최고 수준에 있다는 유럽산임을 감안하면 매우 매력있는 가격이다. 수입 미니밴으로는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가 이보다 조금 싼 4,950먼~5,110만원에 팔리고 있다.

연비는 11.7km/ℓ 다. 나쁜 건 아니지만 이 수준의 연비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 것은 역시 푸조탓이다. 407 디젤이 워낙 우수한 연비로 푸조 디젤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 놨기 때문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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