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같은 ‘능’으로 피크닉 떠난다

입력 2005년08월19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뜨거웠던 여름이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도 한낮에는 후끈거리는 열기가 여전하지만 기세는 완연히 한 풀 꺾였다. 붐비지 않는 조용한 산책로를 거닐며 몸과 마음을 함께 맡겨 보자. 더위에 지치고, 피서다 뭐다 들떴던 기분이 제자리를 찾는 데 안성맞춤이다.

공원 같은 분위기의 서오릉.


서오릉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에 위치하고 있으나 서울이나 다름없는 지리적 위치 덕분에 서울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빽빽한 나무숲과 그 사이로 이어지는 산책로, 넓은 잔디밭과 벤치들은 능이라기보다 공원같은 분위기다. 문화재를 보호한답시고 출입금지 팻말을 곳곳에 붙여놔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다른 묘역들과 달리 이 곳은 방문객들에게 아낌없이 너른 품을 펼쳐 보인다.



서오릉은 조선왕조의 다섯 능이 서쪽에 모셔져 있다 해서 서오릉이다. 구리시 동구동에 있는 동구릉 다음으로 큰 조선 왕실의 족분이다. 서오릉이 능기로 지정된 건 조선조 세조 3년. 당시 세조의 원자로 태어났지만 20세에 돌아간 덕종을 위해 풍수적으로 길지를 두루 찾다가 순산순수(順山順水)의 적지로 추천된 곳이 바로 여기다. 세조는 친히 이 곳을 답사한 뒤 경릉지로 정하면서부터 조선 왕실의 족분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 뒤 덕종의 아우인 예종의 창릉을 비롯해 숙종비 인경왕후의 익릉, 숙종의 명릉, 영조비 정성왕후의 홍릉이 들어서면서 일대 족분을 이루고 서오릉의 명칭을 얻게 됐다.



경릉은 세조의 아들 덕종과 그의 비 소혜왕후의 능이다. 덕종은 세조의 원자로, 세조 즉위와 함께 세자에 책봉됐으나 세조 3년 20세 되던 해에 요절했다. 그 후 그의 아들 성종이 즉위하면서 덕종으로 추존됐다. 소혜왕후 한 씨는 서원부원군 한 확의 딸로, 세조 즉위년 수빈에 책봉되고 월산대군과 성종 형제를 뒀으며 성종 2년 왕비로 진책됐다. 불교에 심취했던 소혜왕후는 초, 한, 국 삼자체의 불서와 부녀자의 예의범절을 가르친 여훈을 저술했다. 아들 교육에 매우 엄격해 세조가 우스개로 "폭비"라 했다고 한다.



이 곳의 능제(陵制)를 눈여겨 보면 왕우비좌(王右妃左)의 일반 상례와 반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왕비가 생전에 덕종의 추존에 따라 왕비로 책봉됐기에 능제도 왕릉 형식을 갖추었으나, 왕은 당초 세자로 돌아갔으므로 세자묘대로 뒀기 때문이다.

서오릉은 방문객들에게 아낌없이 너른 품을 펼쳐 보인다.


창릉은 조선조 제8대 예종과 그의 계비 안순왕후 한 씨의 능이다. 예종은 세조의 둘째 아들로, 의경세자가 돌아간 후 그 뒤를 이어 세조 4년(1457) 8세의 나이로 왕세자로 봉해졌다. 계비 안순왕후는 한백륜의 딸로 처음에는 동궁에 들어가게 돼 소훈으로 있다가 예종 즉위년에 왕비로 책봉됐다. 제안대군, 현숙공주 등 1남1녀를 낳았다.



익릉은 숙종 왕비 인경왕후 김 씨의 능이다. 이 곳 능표(陵表)는 송시열이 찬(撰)했고 심익현이 글씨를 썼다.



명릉은 숙종과 계비 인현왕후 민 씨, 제2계비 인원왕후 김 씨의 능이다. 숙종과 인현왕후의 능이 쌍분(雙墳)으로 만들어졌고, 인원왕후 능이 우측에 있다.



홍릉은 영조 원비 정성왕후 서 씨의 능이다. 영조는 왕후의 택조를 정하면서 장차 함께 묻히고자 허석(虛石)의 제도를 쓰고 능상석물은 쌍릉을 예상, 배치해 놓고 있다. 하지만 영조의 능이 동구릉에 자리잡게 되자 홍릉 우측의 공간은 빈 채로 남아 있게 됐다.

순창원은 조선왕조 최초의 ‘원’이다.


서오릉에는 5개의 능 외에도 조선왕조 최초의 ‘원’으로 명종의 첫째 아들인 순회세자와 공회빈 윤 씨의 묘소인 순창원과 숙종의 후궁으로 많은 역사적 일화를 남긴 장희빈의 대빈묘가 있다. 제21대 영조의 후궁인 영빈 이 씨의 묘소인 수강원도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인현왕후와 장희빈은 서오릉에 함께 잠들어 있는데, 이들은 저 세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만나고 있을까.



*가는 요령

서오릉은 통일로, 녹번동, 불광역 4거리, 연신내 4거리 등 어느 곳에서도 진입이 가능하다. 서대문에서 구파발쪽으로 가다가 녹번 3거리나, 연신내 4거리에서 좌회전해 서오능로를 타고 들어가면 서오릉 입구까지 연결된다.



대빈묘는 그 유명한 장희빈이 잠든 곳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3호선 녹번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나와 은평구청 방향에서 좌석 및 일반버스를 이용한다. 6호선 구산역에서 내릴 경우 서오릉 방향 출구 좌석버스만 탈 수 있다.



서오릉 주변에는 여러 음식점과 기념품 좌판이 줄을 잇는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