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상해와 함께 중국의 3대 도시로 손꼽힌다는 광저우(廣州)에 우연히 들르게 됐다. "광둥성(廣東省)의 성도(省都)이자 화난(華南)지방 최대의 무역도시’라는 상식 정도만 가지고 만난 광저우의 모습은 한 마디로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복잡다단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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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오픈한 광저우 신공항. |
지난해 8월 문을 연 광저우공항은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현재의 규모만도 우리나라 인천공항과 버금갈 만큼 크고 현대적이다. 앞으로 지금의 두 배 정도 시설이 더 들어선다는 얘기를 들으며 ‘오홋, 역시 중국의 스케일은 장난이 아니군’하는 놀라움은, 공항을 벗어나 자동차가 도심지로 접어들면서 펼쳐지는 풍경 앞에선 또 다른 놀라움으로 할 말을 잃는다.
도시의 인상은 늙고 추레하고 후줄그레했다. 철거되기 전의 청계천 시민아파트같은 낡은 건물들 사이로 비죽비죽 솟은 현대식 빌딩은 ‘발전의 맥박’이라기보다 도시의 부조화를 더욱 부채질했다. 거리에는 아직 전차가 다니고, 낡은 버스와 택시는 무질서하게 엉켰으며, 무성한 가로수의 늘어진 나뭇가지는 달리는 버스 지붕을 수시로 내리쳤다. 고속도로 위엔 오토바이가 질주했고, 40여분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목격한 크고 작은 접촉사고들은 한정없이 주변 차들의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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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에는 전차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
“아니, 이런 무질서 속에서 어떻게 운전을 하죠?” 너무 어이없어하자 현지 가이드는 "씩" 웃으며 “이 곳은 무질서가 질서예요”라고 말한다. 그는 중국은 ‘되는 일도 안되고, 안되는 일도 된다’는, 마치 듣기에 말장난같은 이론을 폈다.
얼마 전 북경의 택시를 선정하는데 현대자동차가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고 했다. 다들 현대차가 북경의 택시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결과는 폭스바겐차로 정해졌다. 이 곳 사람들은 그 까닭을 현대자동차가 북경 공무원과 손잡았기 때문에 탈락했고, 폭스바겐은 중국정부와 연을 맺어 승리했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중국에서는 모든 것이 중국정부와 통한다는 것이다.
광저우 거리에 현대 쏘나타의 모습이 심심치않게 보인다. 북경이나 상해의 상류층은 아직 일제차를 많이 탄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곳에 사는 중산층은 현대차를 선호한다고. 특히 이 곳 젊은이들에게 현대차의 인기는 남다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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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한남월왕묘박물관. |
광저우는 다른 도시에 비해 자전거보다 오토바이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시민이 많다. 약 7,000~8,000만명으로 추산되는 광저우 인구 중 1,000만명이 오토바이를 탄다니, 아침 출근길의 그림이 대충 그려지질 않는가.
자동차 번호판을 눈여겨 보면 파란색, 검은색, 하얀색 등으로 구분된다. 파란색은 일반 자가용 승용차를 나타내고, 검은색 번호판은 중국정부와 손잡고 이 곳에서 사업하는 업체의 차들이라고 한다. 검은색 번호판을 붙인 차들은 어디에서나 주차비를 내지 않고, 신호등도 무시한 채 달릴 만큼 ‘파워있는’ 차들이라고. 검은색 번호판보다 더 끗발 높은 차가 하얀색 넘버 자동차. 이 차들은 군인이나 경찰, 공안들이 타는 차로,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란다. 하얀색 넘버 차가 사고를 내고 그냥 달리기에 그 차를 쫓아가 항의하다가 목숨을 잃은 일도 있다니, 도대체 믿기 어렵지만 중국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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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저우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인기다. |
면세점에서도 짝퉁을 팔고 있을 만큼 ‘짝퉁의 도시’로 악명 높은 광저우는 중국 남부지역의 중요한 상업도시로 최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홍콩, 마카오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어서 중국대륙과 이들 지역을 연결하는 교두보이기도 하다.
열대와 아열대 기후에 속해 일찍이 식물의 왕국이라 칭해질 만큼 꽃과 풀이 풍성한 이 곳에는 남국의 조경 특색을 잘 살린 화남식물원(华南植物园), 운태화원(云台花园), 류화호수공원(流花湖公园), 인민공원 등이 자랑거리다.
광저우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월수공원(越秀公園:웨슈궁위안)은 광저우시 최대 규모의 공원. 6개의 언덕에 3개의 인공호로 구성돼 각각 놀이시설, 체육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대표적으로 오양상(五羊像), 진해루(鎭海樓), TV탑, 쑨원기념비(孫文記念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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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수공원에 있는 거대한 오양상(五羊像). |
월수공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서한남월왕묘박물관(西漢南越王墓博物館)은 1983년 월수공원 내 서한남월왕릉에서 발굴된 청동기, 옥기, 인장 등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이 왕릉은 한 때 수도를 광저우에 뒀던 서한남월국의 왕, 조매(趙昧:기원전 137~122)의 것이라고 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