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의 한국 상륙이 조심스럽게 마무리됐다. 1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끝내고 지난 7월 첫 신차발표회를 열면서 한국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것.
인피니티는 G, M, Q, FX 등의 모델이 있다. 여기에 3.5와 4.5 두 가지 엔진이 조합을 이루며 라인업을 구성한다. Q에는 3.5가 없고 G에는 4.5가 없다.
본격 시승에 앞서 몇 가지를 짚고자 한다. 인피니티의 한국 진출과정을 보면 닛산의 조심스러움이 보인다. 한국닛산에는 일본이 안보인다. 들여오는 브랜드 인피니티는 다분히 미국적인 냄새가 난다. 실제 이 브랜드는 미국에서만 팔린다. 미국 외 지역에서 유일하게 한국이 인피니티를 파는 시장이다. 한국닛산 스태프 중 일본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사장은 미국인이고 대부분의 직원들은 한국인이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닛산". 한자로 풀어쓰면 "日産"이다. 한 때 일본 최고 메이커였고, 지금도 그 자리를 탈환하려고 노심초사하는 메이커다. 이름에서부터 가장 일본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닛산의 인피니티 M35를 탔다.
▲디자인
모양은 단정하지만 강한 캐릭터를 읽을 수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 가운데 자리한 엠블럼. 그리고 헤드 렘프의 선이 예사롭지 않다. 절제되면서도 인피니티임을 굳이 숨기지 않는 개성이 잘 드러나는 디자인이다. 뒷모양은 선이 강하게 살아 각이 도드라져 보인다.
실내에 들어가 앉으면 소파에 몸을 묻은 듯 편안하다. 대시보드가 운전자쪽으로 살짝 튀어 나왔다. 여기에 고급 무늬목 장식을 더해 붙박이가구를 설치해 놓은 듯한 분위기다. 고급스럽고 편하다. 그러나 대시보드가 상당 부분 공간을 좁게 만드는 면이 있다. 예사스럽지 않은 레이아웃이지만 공간활용성에서 보면 조금 아쉽다. 뒷좌석 가운데 불쑥 솟아오른 센터터널은 좌우를 확실히 구분한다. 뒷좌석에 3명이 타면 불편하나 둘이 있을 때는 오히려 이 같은 확실한 공간 구분이 편할 수 있다. 뒷좌석에 앉으면 머리 윗공간이 빠듯하다. 지붕이 조금 낮은 듯하다.
▲성능
스마트 키를 지니고 있으면 굳이 키를 꺼내 문을 열고 시동키를 돌리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키를 가진 주인을 차가 스스로 알아본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부드럽다. 그렇지만 강한 힘이 느껴진다. 4.5보다 한 급 아래인 3.5지만 280마력의 출력을 자랑하는 엔진이다. 실내에서 들리는 엔진 소리는 마치 꿈 속에서 듣는 소리인 듯 아득하다. 일본차답다. 엔진룸을 열면 방음에 꽤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다.
마력 당 무게비는 6.35kg이다. 스포츠 세단만큼의 성능을 기대해도 좋은 힘이다. 힘은 실제 주행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바닥에 붙인 채 달리면 시속 180km을 거침없이 넘긴다. 자동차 경주에 나서도 승산이 있어 보인다.
재미있는 건 가속 페달에 킥다운 구분이 없다는 것. 보통은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마지막 순간에 한 번 걸리고, 여기서 더 밟으면 킥다운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차는 가속 페달이 바닥에 닿도록 아무런 구분이 없다. 킥다운 반응을 기대하던 발을 싱겁게 만들었다.
변속기를 수동 모드로 놓고 운전했다. 팁트로닉이니, 스텝트로닉이니 하는 수동 기능을 겸한 자동변속기는 사실 자동변속기에 가깝다. 1단에 변속기를 놓아도 레드존으로 넘어가면 자동으로 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인피니티의 변속기는 수동 모드에서 결코 자동변속되는 일이 없다. 1단에서 시속 60km까지 속도를 올린 뒤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차체는 몸서리를 치면서 어쩔 줄 몰라하지만 그렇다고 2단으로 시프트업되지 않았다. 2단에서는 100km/h, 3단에서 170km/h 까지 속도를 높였다.
하체는 튼튼했다. 후륜구동이어서 과격한 코너에서는 조심스럽기 마련이지만 단단한 서스펜션이 차의 균형을 놓치지 않아 스티어링의 부담을 확 덜어준다.
고속주행중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급하게 제동했는데 차는 여유있게 관성을 제어하며 속도를 줄였다. 게다가 운전자의 몸을 감고 있던 안전벨트가 뒤로 감기며 앞으로 쏠리는 몸을 확실히 고정시켰다. 좀처럼 경험하지 못했던 반응이다. 한 번 그 맛을 본 후로는 벨트가 되감기는 맛을 보려고 자주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센터페시아 맨 위에 자리한 7.1인치 모니터는 가장 중요한 내비게이션 기능이 없다. 아쉬운 일이다.
장애물이 감지되면 닫히던 유리창이 도로 내려가는 안전장치도 이 차엔 없다. 차창에 손가락 걸리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경제성
M35는 6,270만원, M35 프리미엄은 6,550만원이다. 이 가격대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유럽, 북미, 일본메이커들이 저마다 한두 모델씩은 이 가격대의 차를 내놓고 있을 정도다. 렉서스 GS300, 볼보 S60 T5와 S80 2.0T, 재규어 X-타입 3.0, 아우디 A6, BMW 325Xi 및 520, 벤츠 C230K 및 E200K, 링컨 LS 프리미엄, 캐딜락 CTS 3.6 및 STS 3.6, 사브 9-3 에어로, 9-5 아크 등이 6,000만원대의 차들이다. 소형에서부터 중·대형 세단들이 비슷한 가격대에서 서로 부딪히는 시장이다. M35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컬러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을 모델이다.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다.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p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