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가 새로 내놓은 차 파이브헌드레드는 ‘오백’이 아니다. 표기도 500으로 하지 않는다. 파이브 헌드레드 (Five hundred)로 정확히 영어로 표기한다. ‘오백’이면 어떻고 ‘파이브 헌드레드’면 무슨 상관이랴마는 이름이란 게 지은 대로 불러야 하는 법. 그래서 쉽고 편한 ‘오백’을 버리고, 조금 번거롭고 글자 수도 많은 ‘파이브 헌드레드’로 부른다. 이 차는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국내 소개된 이후 3,000만원대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내수시장을 무섭게 공략중이다.
▲디자인
몬데오를 아는 이들은 대번에 이 차가 포드 작품임을 알아챌 수 있다. 몬데오를 살짝 튀기면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그 만큼 닮았다. 특히 라디에이터 그릴이 도드라져 보이는 앞모습이 그렇다. 첫 인상은 단정했다. 과장된 장식이나 튀는 디자인과는 거리가 먼 생김새다. 사람의 얼굴로 치자면 미모, 준수 등의 수식어보다는 평범, 무난 등의 단어가 어울릴 디자인이다.
500은 작아 보인다. 그러나 절대 작은 차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크다. 길이가 5m를 넘긴다. 핸들을 잡아 좁은 주차장에서 차를 뺄 때나, 다른 대형 세단과 나란히 세워 보면 실감하게 된다.
브레이크등에는 LED 램프가 있다. 선명하게 보이고 수명도 길뿐 아니라 발광속도도 훨씬 빠르다는 LED 램프다. 휙 지나치는 500을 얼핏 보면 뒷모습에서 벤츠의 이미지가 겹친다. 리어 램프의 이미지가 주는 착시현상이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잠깐의 혼란스러움은 피할 수 없다.
운전석에 앉으면 보통의 세단과는 어딘 지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시트 포지션이 다른 세단들보다 조금 높아서다. 이른바 커맨드 시팅이다. 조금 높게 앉게 함으로써 그 만큼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게 해준다. 운전하는 자세도 편했다. 세단에 SUV의 특성을 접목시킨 흔적이다. 룸미러는 시원해서 좋다. 뒤를 훤히 보여준다. 때론 앞이 가려져 거울이 너무 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인테리어는 차분하고 고급스럽다. 짙은 회색톤에 부분적으로 무늬목을 적용했다. 아날로그 시계도 제법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MP3 CD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시스템에는 6개의 CD를 넣을 수 있다. 트렁크룸에는 골프백 8개가 들어간다. 트렁크 안에 살림을 차려도 될 정도다.
▲성능
6단 자동변속기는 팁트로닉 기능이 없다. 그렇다고 불편하거나 아쉬운 건 없다. 얌전하게 일자로 배치된 변속레버는 고전적으로 보인다. 팁트로닉 스타일의 변속레버에 익숙해진 탓이다. 파이브 헌드레드는 본질에 충실한 차다. 화려함이나 과장보다는 실속, 기능에 더 큰 비중이 있다. 6단 변속기는 4단이나 5단에 비해 엔진의 힘을 좀 더 효율적으로 쪼개 쓸 수 있다. 부드럽게 변속하고 때로는 보다 강한 구동력을 보여준다.
3.0ℓ에 206마력의 힘은 공차중량 1,710kg의 차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저스트 파워"로 끌고 간다. 적극적인 가속이 이어질 때는 간간히 힘든 순간도 있다. 시속 180km를 넘기면서 고속으로 갈수록 탄력이 떨어졌다. 시속 200km로 주행하기를 원한다면 이 차의 힘에 불만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80~120km/h 전후의 일상 주행속도에서의 반응은 나무랄 데가 없다.
엔진은 속삭이듯 조용했고, 차는 부드럽게 움직였다. 와인딩 로드를 달리며 운전하는 즐거움에 짜릿해 하는 호쾌한 주행보다는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즐기며 잔잔함을 느끼는 데 더 어울릴 것 같다.
서스펜션은 딱딱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정도에서 차를 받치고 있다. 시속 80~100km에서 과격한 핸들링에도 정확히 반응할 수 있는 건 조향장치와 더불어 서스펜션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래서 파이브 헌드레드는 운전이 편한 차다.
안전에 관해서도 이 차는 필요한 걸 다 갖췄다. 다섯 개의 좌석 모두에 3점식 벨트가 적용됐고,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머리보호대와 함께 커튼식 에어백, 사이드 임펙트 에어백 등 모두 6개의 에어백을 달았다. 개인안전 시스템과 세이프티 캐노피 등 이중삼중으로 승객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경제성
파이브 헌드레드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건 성능이 아니다. 바로 3,880만원이라는 가격이다. 스테이츠맨 V6 2.8보다 싸다. 이 가격이면 그랜저나 에쿠스를 사려는 사람들 중 상당수를 머뭇거리게 만들 수 있다. 국산차들이 긴장해야하는 대목이다.
사실 파이브 헌드레드는 수입차시장에서 ‘고급’ 혹은 ‘럭셔리’라고 하기엔 힘들다. 하지만 국산차와 격을 따진다면 당연히 고급차다. 그 것도 가격 메리트가 매우 큰 고급차다. 나무랄 데 없는 성능과 탁월한 경제성으로 무장한 차라고 할 수 있겠다. 연비 9.1km/ℓ도 배기량에 비해 우수한 편이다.
사족 하나. 실내 조립품질은 아쉬움이 크다. A필러 덮개는 흔들거리고 루프와 윈드실드가 만나는 부분은 깔끔하게 마무리가 안돼 들떠 있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