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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나라 때 구축한 장안성. 13km의 성벽이 구시가를 둘러싸고 있다. |
중국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만만디’ 습성은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교통편은 육해공을 가릴 것 없이 1~2시간 연착이 기본이다. 오히려 제시간에 출발하거나 도착하면 “웬일이냐”고 할 정도다. 대외적인 체면 때문인 지 국제선 비행시간은 그나마 지켜지고 있으나 국내선은 그야말로 엿장수 맘인 듯하다.
5시간 연착된 비행기를 타고 새벽녘 시안(西安) 공항에 내렸을 땐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져 있었다. 그러나 차를 타고 시내로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보며 알 수 없는 전율과 흥분이 점점 온몸을 감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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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이 성벽을 뚫고 들어와도 이 곳에서 "독안에 든 쥐"가 된다. |
‘아아, 이 곳이 어디던가! 5000년 중국 역사가 응축된 곳! 아테네며 로마, 카이로 등과 함께 세계 4대 고도(古都)로 손꼽히는 곳이 아니던가!’
이방인의 어설픈 흥분을 가라앉혀주기라도 하듯 도시는 비에 젖어 있었다. 나지막한 건물들이 머리를 맞댄 거리는 그 풍모가 예사롭지 않았다. 일반적인 중국의 거리풍경과 사뭇 달랐다. 고층빌딩이 줄지은 베이징의 위풍당당한 분위기와도 비교할 수 없는 기품과 연륜과 여유가 도시 전체에서 풍겨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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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층계를 올라가면 왕복 2차선 넓이의 성벽이 끝없이 펼쳐진다. |
시안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세운 호경(鎬京)에서 비롯되는데, 그 뒤 한(漢)나라에서 당(唐)나라에 이르기까지 1,000여년동안 단속적이었으나 국도(國都)로 영화를 누렸다.
우리에게는 당(唐)나라 때 부르던 이름인 장안(長安)이라는 지명으로 더 익숙한 곳. 당 태종 때까지만 해도 장안은 재정이 궁핍했는데, 당 고종 때부터 조금씩 사정이 나아지다가 현종에 이르러 전성기를 이루며 로마와 함께 세계의 중심지로 등장했다. 당시 장안은 동서 10km, 남북 8km에 이르는 영토를 가진 데다 인구가 150만 명이었다. 이 중 외국 사신들의 수가 약 4,000명을 헤아렸다 하니, 태평성대의 그 세월이 절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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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벽 주위로 수로가 뚫려 있다. |
그러나 당이 세력을 잃고 쇠퇴일로에 접어들면서 잦은 병란을 겪은 장안도 파괴돼 역사의 중심지에서 밀려나게 됐다. 현재의 시역(市域)은 명(明)나라 때 구축한 주위 13km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와 교외로 돼 있다. 명·청대에 서안부(西安府)를 설치했으나 중화민국시대로 들어서면서 이를 폐지하고 시안은 산시성에 직속시켰다.
당나라의 장안성을 중심으로 한 구시가는 고도(古都)의 면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한편으로 관공서와 상점 등도 밀집해 있다. 우리나라 경주와 비슷한 분위기인 구시가는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의 모습에서뿐 아니라 여러 면모에서 ‘역시 이 곳은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국제적인 도시’라는 인상이 짙다. 상점의 간판들은 중국의 여느 도시와 달리 한자와 영어를 병기하거나 아예 영문 표기만을 한 것도 있고, 쇼윈도에 전시된 옷들과 제품들은 세련된 감각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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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들이 성안으로 자유롭게 드나든다. |
장자지에(張家界)·꾸이린(桂林) 등지로의 여행이 자연 산수 관광이라면 시안은 역사 인문 중심의 관광지다. "5000년의 중국 역사를 시안에서 볼 수 있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이 곳은 오래된 성벽과 돌로 된 서고(書庫)라 불리는 비림, 대안탑, 소안탑 등의 건축물을 비롯해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진시황 병마용갱, 중화민족의 발상지 중 하나인 반파(半坡)유적, 모계사회부터 부계씨족까지의 변천을 볼 수 있는 앙소(仰韶)문화와 용산(龍山)문화의 유적지 등 중국 고대 문명의 진귀한 유적들이 보존돼 있다.
이들을 대충 본다고 해도 1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만 하루이틀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면 진시황 병마용, 대안탑, 종루, 비림, 양귀비와 현종이 겨울을 보내던 화칭츠(華淸池) 등을 둘러보도록 현지 가이드들은 권하고 있다. (시안(西安)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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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시황 병마용갱이 있는 기념관. |
*교통편
아시아나항공(OZ)과 중국동방항공(MU)이 인천공항과 서안 함양공항을 직항으로 연결하고 있다. 서안까지 3시간10분 정도 소요. 서안의 함양국제공항은 중국 4대 공항 중 하나로, 중국 내 60여개 크고 작은 도시와 한국, 일본 등지의 외국 여러 도시들과 항공편으로 이어져 있다. 서안시 서북부에 자리잡고 있으며, 시내 중심에서 50km 정도 떨어져 있다. 공항고속도로로 연결돼 있어 승용차로 1시간 정도면 닿는다. 서안시내와 공항 사이를 연결하는 리무진은 매일 아침 5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행하며 서안시내에서는 서소문(西稍門)민항 매표소 앞에서 탈 수 있다. 요금은 25위안. 서안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공항에 갈 경우 요금은 80위안에서 100위안 내외로 생각하면 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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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라 역사를 축약한 공연은 화려하고 환상적이므로 놓치지 말고 꼭 보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