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코리아가 디젤모델들을 대거 선보였다. 페이톤과 투아렉, 골프에 각각 디젤엔진을 얹은 것. 디젤엔진 바람이 점차 ‘열풍’으로 번지는 느낌이다. 디젤의 본고장이랄 수 있는 유럽에서 들여온 모델들이어서 사람들의 관심은 뜨겁다. 치솟는 기름값에 부담을 느끼는 건 상대적으로 여유있다는 수입차 오너들도 예외일 수 없다. 품격은 그대로, 경제적 메리트는 최대한 누리겠다는 이들이 가장 먼저 눈독을 들일 자동차가 바로 디젤 모델들이다.
유럽 최대의 대중차메이커 폭스바겐이 만든 최고급차 페이톤. 여기에 3.0 디젤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시승했다.
▲디자인
페이톤은 폭스바겐의 라인업에서 최정상에 있는 최고급 세단이다. 두껍고 부드러운 C필러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라인이 매력적이다. 디자인은 심플하고 단정하다. 럭셔리 세단임을 강조하는 사치스러운 장식도 없다. 범퍼에서부터 시작해 차 옆으로 가르며 위 아래를 구분하는 은색 라인이 그마나 장식이라면 장식일까. 무난하고 평범한 디자인이다. 차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건 바로 평범함이 주는 효과다. 고급차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거부감없이 편하게 다가설 수 있게 해준다.
차 안에 들어서면 한동안은 적당한 긴장이 찾아온다. 고급차를 만날 때마다 거치는 과정이다. 그 긴장을 즐기며 약간의 시간을 보내면 심리적 안정을 얻는다. 차와 살을 맞대는 느낌이 시작되는 것이다. 겉모양과 달리 실내에는 고급차의 권위랄까, 품격이 묻어난다. 고급 소재를 잘 마무리해 인테리어를 깔끔히 처리했다. 인테리어의 고급스러움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대시보드 디자인은 조금 딱딱하다. 독일차답다고 할 수 있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디자인이기보다는 기능에 따른 배치와 합리적인 디자인에 더 비중을 뒀다. T자로 만들어진 변속레버는 크롬과 나무로 장식했다. 뒷좌석 공간은 넓지만 이렇다할 편의장비는 없다. 많은 기능을 가졌으나 내비게이션은 아직 현지화가 안됐다.
차 뒤에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W’란 글자는 트렁크를 여는 스위치 구실도 한다. 누르면 크고 넓은 트렁크가 아가리를 쩍 벌린다. 도어는 큰 각도로 시원시원하게 열린다. 머플러는 안보인다. 범퍼 아래에서 바깥으로 머플러를 빼지 않고 땅바닥쪽으로 꺾었기 때문에 뒤에 서서 보면 그렇다.
▲성능
이번 시승의 중점은 디젤엔진이다. 과연 본고장에서 만들었다는 디젤엔진이 과연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여줄 지 기대가 컸다.
차의 총무게는 2.5t을 넘긴다. 공차중량만 2,230kg. 가볍다고할 수 없는 몸무게지만 최대토크가 45.9kg·m이니 넉넉하게 감당한다. 1,400rpm에서 3,250rpm까지 최대토크가 고르게 나온다. 중·저속에서 효율이 매우 큰 디젤엔진의 장점이다.
그래서일까.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이는데 굼뜨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엔진반응이 늦고, 시끄럽고, 덜덜거리는 게 디젤엔진의 특성이지만 꼭 그렇지많은 않았다. 최근의 디젤엔진 승용차들은 대부분 이런 문제를 극복해낸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페이톤의 디젤엔진은 휘발유엔진과 ‘계급장 떼고’ 붙어도 지지 않을 만큼 완성도 높은 성능을 보였다.
0→시속 100km 가속 8.8초에 최고속도 234km/h는 휘발유차와 맞짱뜰 만한 성능임을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가속반응, 정숙성 등에서 있는 그대로의 실력으로 가솔린엔진과 겨뤄도 좋을 수준이다. 물론 보닛을 열고 엔진소리를 직접 들으면 디젤임을 속일 수는 없다. 떨림도 꽤 심한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닛을 닫고, 차문도 닫고 차 안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차가 된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승차감은 럭셔리 세단의 면모를 잘 살리고 있다. 운전석은 특히 옆구리를 지지해주는 느낌이 매우 좋다. 서스펜션의 강도는 조절할 수 있으나 운전자가 그 차이를 직접 느끼기는 쉽지 않다. 차 높이는 조절할 수 있고 그 변화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일부러 차를 지그재그로 거칠게 자극했지만 4모션 상시 4륜구동 방식이 받쳐주는 만큼 어지간해서는 균형을 잃지 않았다.
변속기를 수동 모드에 넣고 가속을 계속하면 4,500rpm에서 레드존에 진입하면서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이뤄진다. 운전하기 편하게 세팅한 것이다.
▲경제성
이 차의 판매가격은 7,940만원이다. 8,000만원을 넘기지 않으려는 노력이 맺은 결과다. 가격 메리트는 크다. 폭스바겐의 최고급 모델을 8,000만원에 탈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인 유혹이 될 터이다.
디젤이 갖는 메리트도 크다. 3.0ℓ에 달하는 배기량임에도 연비가 10.5km/ℓ에 달한다. 풀타임 4륜구동이 아니라면 더 좋은 연비를 기대할 수도 있을 정도니 폭스바겐 TDi 엔진의 우수성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