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차 중 두 번째로 시승하는 모델은 Q45다. 인피니티 라인업의 최고 자리에 있는 플래그십카다. 점잖고 귀티나는 외모에 340마력의 엄청난 힘을 갖춘 맏형이다. 1억원이 넘는 가격으로 쟁쟁한 수입 럭셔리 세단들과 경쟁하는 차로 인피니티의 대표선수 혹은 얼굴이라고 할 만하다.
▲디자인
전체적으로 절제된 디자인이다. 단순명쾌한 선이 친근감을 준다. 고급차에서 친근감을 느낀다는 게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 차가 마냥 무난하기만 한 건 아니다. 헤드 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나름대로 강조한 건 이 차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의미일까.
라디에이터 그릴에 자리잡은 인피니티 로고는 무한질주의 이미지를 담았다. 쭉 뻗은 도로, 혹은 무한대를 표기하는 기호를 형상화한 것. 그래서일까. Q45의 속도계는 시속 260km까지 표기됐다.
리어 램프는 과거 그랜저의 L자형 리어 램프를 연상시킨다. 아니면 M의 헤드 램프가 Q에서는 뒤로 옮겨 온 것 같다. 사람의 시선을 끌 만한 요소는 그릴과 앞뒤 램프, Q45라는 문자…그 게 다다. 요란한 장식도, 어딘가를 강조하는 포인트도 없다. 차 이름조차 ‘Q45"다. 너무 쿨하다. 이 차가 과연 일본차인 지 의심스럽다.
일본 가부끼 연극에 나오는 분칠한 얼굴이 생각난다. 살색은 없고 온통 하얀색인 얼굴. 본래의 얼굴은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상상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꾸며진 얼굴이다. 물론 인피니티뿐 아니다. 렉서스도, 어큐라도 일본색 쫙 빼고 ‘빠다’를 듬뿍 발라 미국 냄새를 많이 묻힌 이름들이다.
타이어에서 범퍼까지의 길이인 오버행은 앞보다 뒤가 길다. 그러나 트렁크 라인보다 보닛 라인이 더 길다. 머플러는 두 개다. 모두 왼쪽으로 배치됐다. 좌우로 하나씩 벌려 좀 더 폼나게 만드는 대신 경제적인 효율을 택한 배치다.
인테리어는 깔끔하다. 센터페시아는 윗부분에 주요 버튼이 몰려 있다. 후방감시카메라는 주차할 때 아주 유용하다. 실내공간은 넉넉하다. 175cm의 성인 남자가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고 편히 앉을 정도다. 앞뒤 모두 그렇다.
▲성능
점잖은 모습만 보고 성능도 점잖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지 상태에서 운전대를 완전히 돌리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황홀한 경험을 한다. 차가 휠스핀하면서 거의 제자리에서 도는 이른파 파워턴이 일어난다. 강한 힘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260km까지 표시된 속도계는 ‘나 이런 차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 속도를 다 느낄 일이야 있을까마는, 어쨌든 그런 잠재력을 가진 만만치 않은 차임은 분명해 보인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2단에서 시속 120km를 넘긴다. rpm은 요동치지만 엔진은 의외로 얌전했다. 2,000~3,000rpm에서라면 엔진소리를 귀로 확인할 일이 거의 없다. 소리를 엔진룸 안에 잘 가둬 놓았다. 시속 180km 부근에서는 불안함이 커진다. 바람소리 때문이다. 엔진은 편안했지만 차체를 때리는 바람소리는 컸다. 가속 페달을 밟고 있던 발이 무의식중에 슬쩍 들려진다.
가속하는 순간 터지는 엔진의 폭발적인 힘은 운전자를 압도한다. 340마력의 넘치는 힘은 순식간에 럭셔리 세단을 스포츠카로 바꿔 놓는다. 속도도 거침없이 높아진다. 시속 200km까지도, 그 이상에서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다.
최고출력 340마력은 6,400 rpm에서, 최대토크 46.0kg·m는 4,000rpm에서 터진다. 중저속보다 고속에 맞춰진 세팅이다. 그러나 낮은 속도에서 탄력이 떨어질 일은 없다. 워낙에 힘이 좋아서다. 게다가 공차중량은 1,888kg에 불과하다. 마력 당 무게비가 5.5kg에 불과할 정도로 힘의 효율성은 높다. 어지간한 스포츠카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한 수준이 아니다.
뒷좌석에 앉아 있으면 생로병사의 고뇌에 찬 세상과 격리된 듯 몽롱한 느낌이 든다. 고급차의 편안한 가죽시트에 묻혀 달리면 그런 기분이 든다. 실내는 쾌적하고 시트는 푹신했다. 흔들림도 적다. 후륜구동의 안락함에 눈이 스르르 감긴다.
▲경제성
1억300만원의 차에 내비게이션은 없다. 330만원을 더 줘야 달 수 있다. 1억원이 넘는 차로서는 예의가 아니다. 차라리 차값을 1억630만원으로 올리는 게 낫지 않을까. 물론 1억300만원에 내비게이션을 포함하면 최고의 세팅이겠지만 말이다. 그나마 고객이 선택권을 갖고 있어 다행이지만 보기엔 영 아니다.
이 가격에 이 차를 살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시장이 답해주겠지만 경쟁차들에 비해 이 차는 몇가지 단점을 갖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경쟁차들에 비해 낮다는 것. 고급차라고 하면 벤츠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또 하나는 일본차라는 사실. 한국에서는 일본차가 갖는 제약이 존재한다. 일본 브랜드들이 인정하든 안하든, 혹은 좋든 싫든 그 건 분명한 사실이다.
연비는 8.1km/ℓ로 배기량이나 차급에 비해선 우수한 편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