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자동차 젠트라가 나왔다. 칼로스의 뒤를 이어 소형차시장에서 GM대우의 부흥을 책임질 새 전사다. GM대우는 이 차를 ‘프리미엄 소형 세단’으로 소개했다. 소형차지만 고급스럽게 만들었다는 말이다. ‘젠트라’라는 이름은 영어 ‘젠틀’에서 따 왔다. 신사를 연상시키는 단어다. 광고 카피도 ‘아 유 젠틀(Are you gentle)?"이다. 프리미엄 세단에 어울리는, 그러나 소형차에는 조금 무거운 카피가 아닐까. 출사표를 던진 젠트라를 만났다.
▲디자인
젠트라는 둥글둥글한 스타일의 노치백이다. 숄더 라인과 그 아래에 살짝 두 개의 선을 넣어 단조로움을 피했다. 황금색을 비롯해 파랑, 빨강 등 원색이나 강한 색을 많이 채택한 건 소형차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헤드 램프는 날카롭거나 강한 인상이 아니다. 선한 사람의 서글서글한 눈같다. 보는 이가 편하다.
엔진룸을 열면 여유있는 공간에 가로로 배치된 4기통 엔진이 보인다. 정비하기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엔진룸 공간은 여유있다. 스페어 타이어는 정비할 곳까지만 임시로 장착하는 템퍼러리 타이어다. 작은 타이어로 무게를 줄여 연비를 높이는 효과를 노렸다.
젠트라의 CF는 차보다 모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뭇여성들이 동경하는 다니엘 헤니가 핸들을 잡고 특유의 그 선한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으며 "아 유 젠틀?"이라고 묻는다. 처음 그 광고를 접하면서 소형차에 너무 키가 큰 모델을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저 큰 키가 차 안에 들어가기나 할까.
기우였다. 머리 윗공간은 충분하고 넉넉했다. 키 큰 사람이 앉고도 남을 만큼. 소형차의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다. A필러를 바깥으로 쭉 빼낸 것도 실내공간을 넓게 보이게 한다. 덕분에 대시보드 위로 널찍한 공간이 생겼다. 물론 탑승자가 실제 체감하고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직접적인 유효공간은 아니다. 시트 포지션은 조금 높다. 운전자세가 편할 뿐 아니라 시야도 넓어진다. 물론 땅 바닥에 밀착해 달리는 맛은 덜하다. 전체적으로 공간이 좁은 느낌은 없지만 뒷좌석은 확실히 좁다. 아마도 다니엘 헤니가 운전적에 앉았다면 그 바로 뒷좌석에 앉은 사람은 고생 좀 할 것 같다.
구석구석 뜯어보 면 소형차로는 분에 넘치는 장비들이 있다. 실내는 우드그레인을 써서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도어 손잡이는 그립 타입이다. 투톤 인테리어 컬러와 일체형 오디오, 전자동 에어컨, 틸트 스티어링 휠, 안전벨트 높낮이 조절장치, 오토 도어록, 원터치 세이프티 파워 윈도, 도난방지 무선 도어/트렁크 열림장치, 발수글래스 등이 모두 기본이다. 젠트라가 ‘프리미엄’급인 이유들이다. 실내 마무리 품질은 좋은 편이다. 고급스러운 소재를 잘 사용했고, 마무리도 깔끔하다.
▲성능
1.5 SOHC 엔진에 4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변속기 레버는 게이트 방식으로 요즘 유행하는 팁트로닉이 아니다. 게이트 방식이면 굳이 팁트로닉을 아쉬워할 게 없다. 변속을 원하면 직접 기어를 바꿀 수 있어서다.
SOHC 엔진은 성능보다 연비를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SOHC는 고유가시대에 오히려 매력있는 엔진이다. 성능 높여 기분 낸다고 연비를 무시하기엔 요즘 유가가 너무 비싸지 않은가. 빨대 하나로 얌전히 마시느냐, 아니면 빨대 두 개 꽂아서 신나게 마시느냐가 바로 SOHC와 DOHC의 차이다.
엔진 출력은 86마력이다. 가속 페달을 바닥으로 꽉 밟아 있는 힘을 다 내게 했다. 시속 55km와 110km 부근에서 변속이 일어난다. 힘은 탄력있다기보다는 꾸준했다. 나름대로 다이내믹한 운전을 하며 속도를 높였다. 최고 140km/h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무리없이 도달할 수 있다. 그 속도를 넘기면 탄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시속 160km를 힘겹게 터치하면서 상승탄력은 거의 사라졌다. 파워만 놓고 보면 2% 부족하다고 할 수 있으나 소형차에 이 정도 파워면 탓할 일도 아니다.
고속주행에서 의외로 차체의 흔들림은 덜했다. 160km/h에서 소형차라면 흔들림으로 인한 불안감이 꽤 커지는데 젠트라는 그렇지 않다. 접지력은 좋은 편이다. 꽤 험하게 지그재그로 몰았지만 타이어는 충실하게 노면을 물고 늘어졌고, 서스펜션은 차의 균형을 잃지 않게 했다.
소리는 시속 80km를 넘기면서 부산스럽다. 바람소리에, 엔진소리도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차창을 닫을 때 손가락 등이 걸리면 자동으로 차창이 내려가는 장치는 운전석에만 적용됐다. 다 적용하든 지 아니면 빼든 지 해서 통일감을 주는 게 오히려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소형차라면 빼는 게 맞고, 프리미엄카라면 넣는 게 맞다. 그러나 차창 하나에만 적용하는 건 좀 그렇다.
스포일러가 룸미러 아래쪽으로 살짝 걸린다. 시야를 가리는 정도는 아니나 가끔은 신경쓰인다.
▲경제성
자동변속기를 달면 연비가 13.3km/ℓ다. 수동변속기는 15.2km/ℓ에 달한다. 소형차라면 이 보다 좀 더 욕심을 부려도 좋지 않을까. 무게를 줄일 여지는 없을까 살펴 볼 일이다.
젠트라는 SX, CDX, 다이아몬드 등 3개 트림으로 운용된다. 수동변속기 기준으로 각각의 가격은 854만원, 884만원, 1,022만원이다. 4단 자동변속기를 택하면 134만원이 더해진다. 프리미엄급이라는 수식어에 맞게 이런저런 고급 장비들을 적용한 것에 비하면 가격은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품질이다. 이 돈을 주고 차를 산 사람들이 과연 오랫동안 그 선택에 만족하며 지낼 것인 지 아니면 선택을 후회할 것인 지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