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 얼은 1930~1960년대 GM의 스타일링부문를 이끌며 미국 자동차 디자인에 큰 영향을 준 디자이너다. 얼은 카우치 빌더를 경영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고객들의 보디 작업 디자인에 관심을 가졌다. GM에 입사해서는 캐딜락 라살레, 뷰익 Y잡, 시보레 코오벳 등을 만들어 ‘미국 드림카의 아버지’란 명성을 쌓았다.
얼은 189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헐리우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J.W. 얼은 원래 벌목공으로 일하다가 서부로 이사한 후 카우치 빌더로 4륜 자동차와 왜건, 레이싱용 2륜차 등을 만들었다. 1908년엔 얼오토모빌웍스란 회사를 차려 본격적으로 고객들의 주문을 받아 차를 제작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얼은 스탠포드대학에 들어갔으나 공부보다 자동차를 만드는 게 더 좋았다. 결국 대학을 졸업한 후 아버지를 도와 고객이 주문한 차나 영화배우들을 위한 차체 등을 만들었다. 그가 맡은 첫 번째 일은 2만8,000달러를 받고 차체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당시 그의 유명한 디자인은 카우보이 스타 톰 믹스를 위해 만든 보디였다.
얼은 1927년 GM에 입사해 매혹적인 헐리우드 드림카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당시 GM은 캐딜락과 뷰익의 갭을 메워줄 차로 라살레를 발표했다. 그러나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얼은 엔지니어링부서로부터 라살레를 인계받아 새로운 디자인으로 갈아입혔다. 매력적인 모습으로 부활한 라살레는 V8 75마력 엔진을 얹어 평균시속 150km의 속도를 냈다.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메모리얼데이 500 경주에서 우승했으며, 1929년까지 5만대 가까이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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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7년형 캐딜락 라살레. |
1930년대들어 얼은 라살레 후속모델과 캐딜락의 개선작업을 계속했다. 또 뷰익 Y잡으로 가장 유명한 디자이너의 대열에 오르게 됐다. 이 차는 GM이 만든 첫 컨셉트카로, 이 차에 적용된 스타일링과 기술은 1940년대에 양산된 뷰익과 캐딜락차에 그대로 채용됐다.
1937년 얼은 GM의 첫 번째 디자인 책임자가 된 후 자동차 디자인에 새로운 개념을 불어넣었다. 디자인팀의 명칭을 "아트&컬러"에서 "스타일링"으로 바꾸고, 단순한 스케치나 렌더링뿐 아니라 모델링과 클레이모델 제작 등을 도입했다. 이 것은 그대로 현대까지 내려와 자동차 디자인의 기본으로 자리잡았다.
얼의 디자인 원칙은 간단했다. 차를 더 길게, 더 저렴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헤드 램프는 드러나지 않게, 도어 핸들은 수평으로, 강한 성능의 컨버터블, 전자식 윈도와 휠, 메탈 소재의 데크와 비행기 타입의 에어 쿨링 브레이크 드럼 등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얼이 만든 1950년형 르사브레는 기능적인 스타일링과 혁신적인 기술로 출시 당시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 차의 많은 디자인과 기술은 고성능 비행기에서 빌려 왔다. 도어 패널과 후드, 펜더 등에 경량화 소재를 사용했으며 V8 슈퍼차저 엔진을 장착해 강한 힘을 자랑했다. 또 제트기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링, 혁신적인 기술, 액센트를 준 컨버터블 루프 등은 1950년대 출시된 GM의 많은 양산차들에도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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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뷰익 컨셉트카 Y잡. |
1953~1961년 8년동안 GM과 얼은 모토라마를 여행하면서 소비자들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연구했다. 이 때 나온 차가 바로 시보레 코르벳과 노마드, 엘도라도 브루엄 등이다. 이 차들은 모두 GM이 ‘전설적인 50년대’를 이끌 수 있도록 기여한 모델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전제 군주같은 스타일링”이라고 비아냥거렸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할리 얼은 스타일링의 개척자”라고 칭찬했다.
얼은 GM에서 31년간 근무했으며 디자인관련 직원들을 50명에서 1,100명으로 늘렸다. 그가 책임을 맡아 양산한 차만도 3,500만대가 넘으며 6,000만대가 넘는 차들 역시 그의 영향을 받았다.
1957년 회사를 은퇴하면서 그는 “나의 디자인 철학은 더 길고 저렴한 미국차를 만드는 것이었다"며 "왜냐하면 정사각형보다 직사각형이 더욱 매혹적인 비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얼은 자신의 철학대로 1950년대 미국 드림카의 상징인 르사브레와 코르벳을 만들었다. 이 차들은 매끄럽게 빠진 기다란 보디에 전투기 날개 디자인을 차에 접목시킨 테일 핀을 장착해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화제가 됐다. 또 미국영화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했으며, 존 크로포드나 제임스 케그니 등 많은 헐리우드 스타들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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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1년형 뷰익 르사브레. |
얼은 1969년 4월10일 플로리다 웨스트 팜비치에서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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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3년형 시보레 코르벳1. |
진희정 기자
jinhj@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