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물든 수줍은 단풍계곡

입력 2005년10월2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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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처에 단풍이다. 이른 쪽에서는 벌써 낙엽으로 흩날린다. 단풍놀이 인파가 이 산 저 산 몰려다니는 이 맘 때, 호젓한 감상을 기대하기란 어느 곳에서도 무리다. 하지만 강원도 홍천 수타계곡으로 행장을 꾸려 떠나보자. 인적 드문 골짜기, 숨어 물든 수줍은 단풍이 더없이 곱다.

숨어 물든 단풍이 계곡을 수줍게 수놓는다.


수타계곡은 홍천읍에서 동쪽으로 10여km 떨어진 곳에 있는 공작산(887m)에서 발원한 덕지천의 상류를 말한다. 수타사에서 동면 노천리까지 약 12km에 이르는 계곡에는 넓은 암반과 큼직큼직한 소(沼)들이 어우러져 비경을 이룬다. 특히 늦가을이면 계곡을 물들이는 붉은 단풍은 황홀한 장관을 연출한다.



수타계곡을 품고 있는 공작산은 산세가 마치 공작이 날개를 펼친 모습과 흡사하다 해서 이름이 붙었다. 봄에는 철쭉, 가을에는 단풍이 더없이 곱다. 기암절벽이 좋으며 특히 분재모양의 노송군락이 일품으로, 눈 덮인 겨울산 풍경은 등산객들이 첫손꼽는 장관이다.



공작산 기슭에 있는 수타사는 절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본디 이름은 일월사였는데 뒤에 수타사로 바뀌면서 한 차례 풍파를 겪는다. 절 이름에 얽힌 전설이 재미있다.



이른 단풍은 벌써 낙엽되어 계곡물을 수놓는다.
이야기에 따르면 절의 이름을 바꾼 뒤부터 해마다 스님 한 사람씩이 절 뒤에 있는, 명주 한 꾸러미를 다 풀어 넣어도 끝이 닿지 않는다는 말이 전해올 만큼 깊디 깊은 소에 빠져 죽는 일이 번번히 일어났다고 한다. 어느 해 이 곳을 지나가던 떠돌이 중이 그 이야기를 듣고 이 곳에 중이 빠져 죽는 까닭은 바로 이름탓이라고 했다. 수타사의 이름이 한자로 "물 수(水)"자와 "떨어질 타(墮)"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뒤부터 음은 그대로 두되 한자로 "목숨 수(壽)"자와 "비탈 타(陀)"자로 바꾸었다고 한다.



수타사의 중심 법당인 대적광전은 앞면과 옆면이 3칸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균형이 잘 잡혀 있는 조선 후기 불전건물로 평가받고 있다. 한 때 수타사가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는데 세조 4년(1458년)에 간행된 월인석보 2권(제17권과 제18권)이 사천왕상 안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월인석보는 한글이 창제된 뒤에 처음 한글로 적혀 나온 불교서적인 셈인데 그 무렵의 한글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가는 요령

중앙고속도로 홍천 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홍천읍내로 들어간다. 홍천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홍천 4거리 - 우회전 - 44번국도 - 1.5km - 우회전 - 노천방면 444번 지방도로 - 4.4km - 수타사 입구표시 - 좌회전 - 800m - 좌회전 - 400m - 3거리 - 좌회전 - 2.6km - 수타사 입구 주차장.



신라 고찰 수타사. 절 규모는 작으나 <월인석보> 2권이 발견되어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별미/화로숯불구이

홍천읍 하오안리 745번지 일대(오안초등학교 부근)는 화로숯불구이촌이 형성돼 있다. 크고 작은 음식점이 즐비한 가운데 변함없는 정성의 전통(일미)화로구이(033-435-9529), 옛날화로구이(033- 435-8613)집을 추천한다. 화로숯불구이는 돼지고기에 파, 마늘, 고추장으로 양념해 화로숯불로 익혀 독특한 향과 맛이 나며 더덕구이, 파전, 감자전, 촌두부, 냉면, 소면, 막국수 등 다양한 차림으로 4계절의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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