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 때마다 은행잎이 우수수우수수 비처럼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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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불 때마다 은행잎이 비처럼 우수수 날리는 추사고택의 만추. |
충남 예산군 신암면에 위치한 추사고택은 온통 가을 속에 서 있다. 수묵빛 고택과 어우러진 황홀한 가을빛은 잘 그린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황금비를 내리는 은행나무와 붉은 단풍나무, 토담 아래로 수북수북 쌓인 낙엽들, 뒤뜰 감나무엔 주홍빛 감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매달렸다. 만추(晩秋)란 바로 이런 모습임을 절감케 하는 풍경이다.
조선조 헌종 때의 문신이었던 김정희(1786~1856)는 실사구시의 실학을 전개했던 선각자로 벼슬이 대사성, 이조참판에까지 이르렀다. 고증학, 금석학에 밝았고 추사체를 완성한 서법의 대가다.
추사고택은 추사의 증조부인 월성위 김한진이 건립한 것으로, 18세기 중엽 조선시대 상류주택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 동안 추사의 후손이 거처했으나 1968년 타인에게 매도되는 걸 충청남도에서 매수했다. 76년 1월9일 지방문화재 제43호로 지정하고 그 해 9월 유적정화사업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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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사고택 뒤뜰에는 감나무 한 그루가 늦가을의 서정을 더하고 있다. |
고택은 모두 80.5평으로 안채와 사랑채, 문간채, 사당채가 있다. 안채는 6간 대청과 2간통의 안방, 건넛방이 있고 안방 및 건넛방의 부엌, 안대문, 협문, 광 등을 갖춘 입 구(口)자형의 집이다. 안방과 건넛방 밖에는 각각 툇마루가 있고 부엌 천장은 다락으로 돼 있다. 안방과 건넛방 사이에 있는 대청은 6간으로 그리 흔하지 않은 규모다. 이런 입 구(口)자형 가옥은 중부지방과 영남지방에 분포된, 이른바 대갓집형이다. 특히 바깥 솟을대문을 지나 자리잡은 ‘ㄱ’자형 사랑채에는 추사 선생의 유품이 남아 있어 당대의 명필을 직접 감상할 수도 있다.
사랑채는 남쪽에 한 칸, 동쪽에 두 칸의 온돌방이 있고 나머지는 모두 대청과 마루다. 사랑채 댓돌 앞에 석년(石年)이라 각자된 석주가 세워져 있는데 이 석주는 그림자를 이용해 시간을 측정했던 해시계다.
옛 대갓집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추사고택 외에도 이 곳에는 추사묘, 추사의 증조모인 화순옹주묘, 천연기념물 제106호인 ‘예산의 백송’과 추사가 수도했던 절 화암사가 근처에 있다. 화암사에는 추사의 친필 편액이 남아 있다.
추사의 묘는 고택 남쪽에 잘 가꿔져 있다. 근처에 증조모인 화순옹주(영조의 2녀)의 묘와 열녀문도 있다. 화순옹주 열녀문인 홍문에서 북쪽으로 400m 가면 영의정을 지낸 고조부 김흥경의 무덤과 그 앞에 보물 제106호로 지정된 희귀종 백송이 서 있다. 백송은 중국 북부지방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 몇 그루 없는 희귀한 수종이다. 이 곳의 백송은 추사 선생이 25세 때 청나라 연경에서 돌아올 때 백송의 종자를 붓대 속에 넣어 가지고 와 고조부 김흥경의 묘 입구에 심었다고 한다. 원래는 밑에서 50cm부터 세 줄기로 자라다가 서쪽과 중앙의 두 줄기는 부러져 없어지고 동쪽의 줄기만이 남아서 자라고 있다. 1980년에 줄기의 피해 부분을 외과 수술해 치유했고 그 후부터는 철저하게 보호,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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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추의 서정을 맘껏 즐기는 사람들. |
*맛있는 집
예산읍내로 나가면 별미집이 기다리고 있다. 50여년간 갈비를 구워 온 유명한 소복갈비집(041-335-2401)이 바로 그 곳. 여느 갈비집과 달리 큰 석쇠에 갈비를 통째로 얹어 구운 후 뜨겁게 달군 돌판에 담아 먹는 집이다. 50년 농익은 손맛이 색다른 갈비맛을 보여준다. 또 자연산 생굴을 국물과 조리한 굴탕을 자랑한다.
*가는 요령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우와 경부고속도로 천안 인터체인지에서 천안~온양~신례원에서 진입하는 코스가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해미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나와 국도 45번을 타고 예산읍으로 향한다. 예산읍에서 21번 국도(외곽도로)를 타고 구충방 앞 4거리에서 우회전, 32번 국도(합덕방면)~고택주유소 지나서 좌회전하면 추사고택 주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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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대의 명필 추사 선생의 숨결이 느껴지는 고택. |
경부고속도로 천안인터체인지를 빠져 나가 우회도로를 타고 온양~국도 21번을 타고 17km 가면 신례원역 앞 3거리. 우회전해 국도 32번으로 옮겨 타고 두곡리 3거리까지 가면 왼쪽으로 추사고택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따라 얼마쯤 들어가면 추사고택 주차장이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