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일본차를 꼽으라면 단연 혼다 어코드다. 만족할 만한 성능에 고장과 거리가 멀다는 평을 얻으며 가장 까다롭다는 미국에서 20년 넘게 장수하고 있다. 그 어코드가 신형을 발표했다. 2006년형 이어모델로 대대적인 변화를 거치는 풀체인지는 아니지만 디자인과 성능이 많이 개선됐다고 혼다측은 설명했다.
▲디자인
언뜻 보면 변화를 알아채기 힘들다. 그 변화는 뒤로 왔다.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를 LED로 교체했고, 리어 범퍼가 살짝 모양새를 달리했다. 뒷모양은 조금 복잡하다. 번호판 양 옆으로 후진등이 분리 배치됐고 좌우측과 아래로 글자들이 구석구석 자리했다.
인테리어는 여전히 차분했다. 검정 가죽시트를 포함해 블랙톤으로 마무리했고 도어패널과 변속레버 주위를 은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과장되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은 단순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 단순함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요란스레 오버하는 건 강자가 되지 못한, 그래서 강자를 쫓아가거나 뛰어넘어야 한다는 조바심에서 나온다. 반면 강자의 미덕은 절제와 겸손이다. 물론 자신감이 없이는 불가능한 미덕이기도 하다.
어코드의 실내는 선의 묘미가 살아 있다. 운전석에 앉아 조수석 도어패널부터 운전석 도어패널까지 이어지는 선을 살펴 보면 선의 맛을 실감할 수 있다. 실내를 감싸는 부드러운 선이 안정감을 준다.
▲성능
이어모델이지만 엔진까지 개선했다고 메이커측은 소개했다. 4기통 2.4ℓ 엔진의 파워는 구형보다 10마력 늘어 170마력이 됐다.
변속 레버는 여전히 밋밋한 일자형이다. 다른 메이커도 아닌 기술의 혼다 아닌가. 그렇다면 요즘 너나할 것 없이 다 달고 다니는 팁트로닉 정도는 기본으로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 차는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팁트로닉에 별 매력을 못느낀다. 수동과 자동을 겸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자동변속기이기 때문이다. 밋밋한 변속레버가 차라리 솔직하다.
파워는 충분했다. 길을 잘 만나면 시속 200km까지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다. 물론 그 이상도 가능은 하다. 일반적으로 시속 140km 이상 고속으로 달리면 가속반응이 더디게 마련인데 이 차는 조금 달랐다. 고속에서도 가속 페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파워가 뒷받침되는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시속 100km 이상 속도를 높이면 A필러에 부딪히는 바람소리가 어김없이 올라온다. 시멘트길에 오르면 바닥에서 생기는 소음도 커진다.
와인딩 로드를 달릴 때 코너링에서 옆으로 쏠리는 몸을 지탱해주는 시트가 대견했다. 운전자가 몸의 중심을 제대로 잡으면 그 자체로 차의 안정감도 우수해진다. 특히나 고속에서 차와 운전자의 일체감은 대단히 중요하다. 잘 만든 시트만으로도 차와 운전자의 일체감은 커질 수 있다.
운전석 도어를 열면 바닥쪽으로 트렁크를 잠글 수 있는 버튼이 있다. 키를 돌려 잠궈 놓으면 버튼이 작동을 안하는 것. 주차를 맡기거나 대리운전을 시킬 일이 있을 때 유용한 기능이다. 요즘처럼 기름값이 비쌀 때는 주유구를 잠그고 싶어하는 운전자들도 있을 텐데…. 트렁크에는 임시타이어가 스페어타이어로 놓여졌다. 임시 스페어 타이어를 끼우면 시속 80km 이하로만 달려야 한다.
이 차엔 VSA(차 안정성 보조)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급제동이나 갑작스런 핸들조작 등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횡방향 미끄러짐을 막아주는 장치다.
▲경제성
가격은 어코드의 큰 장점 중 하나다. 우수한 성능을 뒷받침하는 합리적인 가격이기 때문이다. 신형이 나오면서 어코드의 국내 판매가격은 구형보다 50만~100만원 정도 올랐다. 3.0이 3,940만원, 2.4가 3,490만원이다. 3,000만원대에 이 정도의 성능이면 매력을 느낄 소비자들이 적지 않을 듯 하다. 그러나 혼다만의 매력일 수는 없다. 다른 수입차들도 가격을 내리면서 3,000만원대 수입차는 놀랄 만한 일이 아닌 게 됐다. 연비는 ℓ당 11.2km.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