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정통 SUT 닷지 다코타

입력 2005년11월0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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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사람은 닮는 걸까. 떡하니 앞에 버티고 선 닷지 다코타를 마주하면서 문득 이 차가 미국 사람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사람이라고 딱히 꼬집을 수는 없으나 그래도 막연히 생각하는 미국 사람의 이미지가 다코타에 담겨 있다. 더구나 이 차를 한국에 들여다 파는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의 웨인 첨리 사장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그는 190cm가 넘는 기골이 장대한 사람으로 벌써 10년 가까이 한국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국인이다. 다코타와 첨리 그리고 미국은 그렇게 비슷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한 마디 더.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는 픽업이다. 우리나라처럼 중형 혹은 준대형 세단이 가장 많이 팔릴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포드의 F시리즈 픽업은 몇 년째 미국시장 최다 판매모델이다. 서부시대 말타고 달리던 카우보이의 후예들이 픽업으로 바꿔 타고 미국 대륙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시승차는 다코타다.

▲디자인
정렬적인 빨간색은 보는 눈이 즐겁다. 물론 무쏘 픽업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드문 차종인 픽업을, 그 것도 빨간색으로 만나는 건 기분 괜찮은 일이다. 그나마 한국에서 픽업이 먹히는 건 5인승이기 때문이다. 달랑 두 사람만 탈 수 있는 픽업이라면 한국에선 외면받는다. 왜? 세컨드카 개념이 아직 한국엔 자리잡지 못해서다. 차 두 대 정도는 기본으로 갖는 미국에선 세단과 픽업이 가장 보편적인 구성이다. 세컨드카 개념이 약한 한국에서는 픽업을 사야 할 사람들도 세단 기능이 함께 있는 차를 원한다. 5인승 픽업이어야 하는 이유다.

튼튼해 보인다. 만만치 않은 덩치도 그렇고 바닥을 버티고 있는 타이어도 큼직하다. 범퍼에서 사이드 몰딩으로 이어지는 크롬 도금이 번쩍이는 건 시골스럽지만 타깃층에는 오히려 잘 맞을 것 같다. 아무래도 이 차는 도회지보다는 시골에 있어야 더 잘 어울린다.

사이드미러와 도어 손잡이가 보디 색과는 상관없이 검정이다. 이런 사소한 곳까지 보디컬러와 맞추는 데 신경쓸 차가 아니다. 계기판은 간단하지만 시원하게 배치됐다. 보기 편하다. 알듯모를듯한 기능이 잔뜩 표시된 고급 세단 계기판을 보고 있으면 긴장되는데 이 차는 그런 게 없다. 통 크고 시원한 성격의 카우보이같은 차다.

실내는 충분히 넓다. 앞뒤로 모두 5명이 앉아도 좁은 느낌은 안받는다. 우리보다 덩치가 큰 미국 사람들 기준으로 만든 차인 만큼 공간부족 걱정은 기우다. 하지만 그 효율성은 아무래도 좀 떨어진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시트를 완전히 누일 수 없다. 뒷좌석은 물론 앞좌석도 130~140도 정도 누이면 끝이다. 뒤가 막힌 구조여서 제한된 절대공간은 좁지 않으나 이를 효울적으로 사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제약에서 자유로운 도어는 90도 가까이 열린다. 타고 내리는 데 아주 편하다. 글로브박스는 의외로 작다. 조수석 앞 대시보드에서 정확히 아래쪽 절반에 위치했다. 넓은 대시보드를 놔두고 글로브박스를 아래로 좁게 배치한 이유가 궁금하다.

실내 마무리는 세단처럼 치밀하지 않다. 천장과 앞유리창이 만나는 지점의 천장 마감을 비롯해 각 부분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있지는 않았다. 느슨하다. 뒷 도어패널에 달린 유리창 여닫는 스위치는 좌우 스위치 모양이 대칭이어야 하는데 같은 모양이다. 쉽게 말하면 왼팔에도 왼손, 오른팔에도 왼손이 달린 것처럼. 이 때문에 오른쪽 창을 내리려면 스위치를 앞으로 눌러야 하고 왼쪽창을 내리려면 스위치 뒤를 눌러야 한다.

▲성능
기자가 처음 미국에 갔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풍요로움이었다. 슈퍼마켓에 쌓인 그 많은 물건들, 식당에서 나오는 스테이크의 엄청난 크기, 햄버거와 콜라의 무지막지한 사이즈. 절제와 절약, 효율의 미덕은 찾기 어려운 풍요의 나라였다. 식욕은 당연히 덩치에 비례한다. 크면 많이 먹고, 작으면 먹는 것도 조금인 게 일반적이다. 사람도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다코타는 넘치는 힘을 자랑하듯 거침없이 달렸다. 파워풀한 달리기 성능은 압권이다. 물론 스포츠카의 그 것과 견줄 수는 없겠지만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힘을 내며 지체없이 가속할 수 있는 힘이면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 할 수 있지 않을까. 계기판에는 레드존이 없이 7,000rpm까지 표시됐다. 이 차는 보어×스트로크가 93.0×86.5mm인 쇼트 스트로크 엔진이다. 일반적으로 쇼트 스트로크는 고속주행에 적합한 방식으로 스포츠카 엔진에 주로 사용한다.

V8 엔진은 SOHC다.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봐야 하겠으나 이런 엔진은 풍요의 나라 미국이기에 쓸 수 있다. V8 엔진이 고작 233마력의 힘을 내는 건 미국이 아닌 곳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 정도 힘을 내려면 배기량을 줄이고 엔진 밸브를 늘리는 방식, 즉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택하면 된다. DOHC보다 SOHC가 기름을 덜 먹기는 하지만 이는 같은 배기량일 때다. 배기량이 큰 SOHC와 배기량이 작은 DOHC의 연비라면 쉽게 답하기 힘들어진다. 다코타는 엄청난 식욕을 자랑했다. 연료게이지가 절반 아래로 떨어진 이후에는 마음 놓고 가속 페달을 밟기가 힘들 정도다.

구동방식 변환 버튼은 AWD와 디퍼렌셜 록, 4L로 구분됐다. 로 모드와 디퍼렌셜록 기능은 오프로드에서 강한 특성을 발휘하면서 차에 안정감을 준다.

세단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차를 처음 탈 때 거칠다는 느낌을 받는다. 움직임이 크고 타이어에서 전달되는 느낌도 세단의 그 것과는 사뭇 달라서다. 픽업은 기본적으로 화물차다. 게다가 트레일러까지 견인하는 걸 염두에 두고 만든다. 때문에 서스펜션, 특히 많은 하중이 걸리는 뒷 서스펜션에 리프 스프링을 쓴다. 세단에서 사용하는 코일 스프링이 아닌 강철판을 겹쳐 만든 속칭 ‘판스프링’이다. 강한 하중을 견디지만 승차감은 거친 스프링이다.

▲경제성
5.8km/ℓ의 연비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디젤도 아닌 휘발유다. 고급 세단도 아닌 픽업, 쉽게 말하면 화물차가 이 정도다. 한국적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특성이다. 화물차인 만큼 자동차세는 아주 저렴하지만 경제성만 따지면 연간 유류비 때문에 절세효과는 크지 않다.

거듭 미국적인 차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들어 기름값이 오른다고는 하지만 우리와 비교하면 여전히 기름값 싸고, 땅이 넓어 도심이 아니면 주차할 걱정없고, 집집마다 2~3대의 차가 있는 미국에서는 충분히 팔릴 만한 매력이 있는 차다. 그러나 한국에선 사정이 다르다. 물론 그럼에도 이 차는 팔린다. 나름대로 픽업이 필요한 레저인구들이나 2대 이상의 차를 소유하는 사람에게는 이 차의 단점이 크게 들어오지 않는다. 바로 그 점이다. 레저를 즐길 때 사용할 만한 세컨드카라면 그리고 내 지갑에 여유가 있다면 다코타를 마다할 이유도 없다. 판매가격 4,480만원. 차값도 그리 비싼 편은 아니지 않은가.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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