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디젤, 푸조 607 HDi

입력 2005년11월15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푸조가 디젤에 승부를 걸 태세다. 요즘같으면 푸조를 디젤차 전문메이커로 착각할 정도다. 407 HDi, 407SW HDi, 807 HDi에 이어 이번엔 607 디젤이 들어왔다. 이름하여 607 HDi다. 푸조가 국내에 선보이는 네 번째 디젤차다. 607은 푸조의 세단 라인업에서 최고급차다. 그런 차에 디젤엔진을 얹을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하다. 물론 한국인의 눈으로 보면 말이다.

▲디자인
407이 날카롭다는 인상을 주는 데 반해 607은 정통 세단의 품위를 가진 점잖은 모습이다. 격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헤드 램프가 조금 강한 인상을 주지만 전체적으로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이미지다. 게다가 간결하다. 특히 이 차의 뒷모양을 보면 간결함이 오히려 돋보인다. 푸조 마크만 남겨 놓고 푸조니, 607이니 하는 글자들조차 없다면 간결함이 극치를 이루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거기까지는 아니다. 자동차는 예술품이 아닌 상품인 까닭이다.

간결한 디자인은 자신감에서 나온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선을 비틀고, 면을 왜곡시켜 화려하게 치장하고 강조하는 디자인은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 보는 이로 하여금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위압감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 차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딘 지 불편하다. 607은 편안한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는 차다.

블랙톤에 살짝 무늬목을 곁들인 인테리어는 고급스럽다. 개인적으로는 무늬목을 빼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게 있어서 거슬리는 건 아니다. 인테리어는 아주 치밀하게 마무리됐다. 이음새 어디를 봐도 대충 만들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와 평평한 바닥을 만들 수 있어 짐을 싣기에도 편하다. 시트 하나 접으면 RV의 소임도 충분히 해낼 구조다. 고급 세단이지만 실용성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성능
엔진룸에는 V6 2.7ℓ 엔진이 가로로 놓여 있다. 변속기는 6단 팁트로닉. 변속레버는 장난감처럼 아기자기하다. 이 차는 최고출력 204마력도 대단하지만 동급의 휘발유엔진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최대토크 44.9kg·m가 1,900rpm에서 발휘된다. 가속 페달에 발을 대면 최대토크가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그 처럼 낮은 영역에서 큰 힘이 나오기 때문에 굳이 무리하게 가속 페달을 밟을 필요가 없다. 그 만큼 효율적이다.

407 HDi를 처음 탔을 때의 놀라움이 새삼스런 기억으로 떠오른다. 그 정숙성 그리고 폭발적인 파워. 도저히 디젤엔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성능에 차에서 내려 연료통과 엔진을 확인했을 정도였다. 607은 그 기억을 되살려줬다. 그러나 가속 페달과 차체의 반응이 가볍지는 않았다. 오히려 묵직한 맛이 있다. 디젤차 특유의 묵직함이다. 그렇다고 가속이 더딘 건 아니다. 어지간한 가솔린 세단은 울고갈 만큼 치고 달리는 순발력이 대단했다.

최고속도가 시속 230km에 0→시속 100km 가속시간이 8.7초라니 필요하다면 스포츠카로 변신할 수도 있는 차다. 실제로 그랬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언제든지, 어떤 속도에서든지 앞으로, 앞으로 내달릴 수 있었다. 육상선수의 튼튼한 허벅지같은 하체는 잘 달리는 차를 제대로 지지해줬다. 왼족, 다시 오른쪽으로 잡아돌리고 회전하며 달리는데 하나도 힘들어하지 않는다. 타이어의 비명소리도 좀체 들리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운전자의 뜻에 따를 뿐이었다.

이 차의 엔진은 한 행정에 여섯 차례 연료를 분사한다.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한 두 차례의 사전 분사, 토크와 파워를 얻기 위한 두 번의 메인 분사, 미립자필터를 작동시키기 위한 두 번의 사후 분사까지 모두 6번 연료분사가 이뤄지는 것.

이 차에는 유로4 기준을 만족시키는 디젤 미립자필터(DPF)가 있다. 이 장치는 배기가스 내의 미세먼지를 걸러준다. 필터에 걸러진 미세먼지는 내부에 저장했다가 일정 주행간격으로 태워 없앤다. 차 스스로 필터 청소까지 하는 셈이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디젤이다.

▲경제성
판매가격은 6,710만원이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푸조의 플래그십카가 이 정도 가격이면 매우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아지는 수입차 시장의 추세를 보면 꼭 그렇게만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연비는 11km/ℓ 수준. 동급 가솔린엔진에 비해 다소 우월한 연비다. 경유값이 비싸진다고는 하지만 휘발유보다 비쌀 수 없음을 생각하면 연료의 경제성은 여전히 우수하다 하겠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