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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절벽 위에 지어진 기요미즈데라. |
일본의 고도(古都)인 교토(京都)와 나라(奈良)는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라면 대부분 한두 번쯤 다녀왔을 터이지만, 늦은 가을의 그 아득한 정취를 느껴보지 못했다면 제대로 여행했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토와 나라로의 여행은 여름과 겨울보다 봄, 가을이 적기이고, 벚꽃이 장관을 이루는 봄날도 좋지만 더 이상 단풍이 붉어질 수 없는 만추의 서정과 여운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풍경이다.
▲교토
교토는 794년부터 일본의 수도로 약 천년동안 자리잡았던 곳인 만큼 호화로웠던 옛도시의 모습이 곳곳에 남아 있다. 지금도 전통의식이 행해지며 일본의 오래된 풍습과 관습을 만날 수 있다. 중국 장안을 본따 만든 도심은 크고 긴 대작대로를 중심으로 반듯하게 구획돼 현재까지도 편리한 교통지로 발전했다. 많은 역사적 문화유산은 물론 공예나 미각, 아름다운 자연도 이 곳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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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가장 큰 부처가 있는 도다이지. |
교토는 옛 해자를 따라 산책해도 좋고, 기요미즈데라(淸水寺)를 중심으로 마루야마공원까지 천천히 거닐며 주변의 다채로운 기념품점과 골동품점을 구경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전통적이고 세련된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기요미즈데라는 높은 절벽 위에 지어진 사찰로 그 아찔한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교토시내의 전경이 일품이다. 일본에서는 대담한 일을 할 때 “기요미즈의 무대에서 뛰어내린다”라는 인용을 흔히 하는데, 이 곳에 오면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다. 본당 밑에 세 줄기로 흘러내리는 청수는 오토와폭포. ‘기요미즈’(淸水)라는 절 이름의 유래가 되기도 했는데, 이 영천에서 솟아오르는 샘물을 국자로 떠서 마시면 장수나 원하는 일을 성취하고 은혜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헤이안(平安)시대 때 천황의 여흥지였던 아라시야마 지역도 가을 단풍이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고 금박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누각, 아름다운 정원인 킨가쿠지(金閣寺)와 용안사 지역도 빼놓을 수 없다. 교코치라는 연못과 금각의 구도는 교토의 대명사와 같은 풍경이다. 특히 날씨가 좋을 때는 교코 연못에 비치는, 눈부시게 빛나는 금각과 푸른 하늘의 그림엽서같은 경치를 볼 수 있다. 킨가쿠지는 3층 구조의 누각으로 층별마다 건축양식의 성격이 모두 다르다. 1층은 헤이안시대의 귀족주의 건축양식, 2층은 무사 취향의 양식, 3층은 선실처럼 비어 있는 게 특징이다. 연못 주위로 산책할 수 있는 코스로 걸어가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금각사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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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의 대명사와 같은 금각사 풍경. |
▲나라
교토 남쪽으로 42㎞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나라는 수도가 교토로 옮겨가기 전인 710년에서 784년까지 일본의 수도였다. 백제로부터 최초로 불교를 전파받아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나라는 사찰과 신사를 중심으로 한 사적이 많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 경주와 비슷한 분위기로 비유되는데, 일본에서 우리나라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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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 공원 안에는 사슴들이 한가롭게 노닌다. |
나라의 명소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부처가 있는 도다이지(東大寺). 대불이 안치된 대불전도 현존하는 목조건축으로서는 세계 최대다. 대불은 높이 16.2m, 무게 452t이다. 도다이지가 있는 나라공원 안에는 고후쿠지(興福寺), 일본의 3대 신사 중 하나인 가스가다이샤(春日大社) 등이 있다. 이 공원에는 약 1,200마리의 사슴이 서식하고 있다. 가스가 다이샤가 백사슴을 타고 온 신을 모시고 있음에 따라 사슴이 신성시돼 주변에 수많은 사슴이 서식하게 됐다. 숲과 많은 공원, 전통찻집이 한가로움을 더해준다.
나라는 5세기와 6세기에 한국을 경유해 일본에 불교가 도입됐을 때 기록에 의한 일본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고미술, 특히 불교미술에 관심있는 이라면 나라국립박물관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문화의 발상지이자 오랜 역사를 간직한 나라에는 국보급 문화재가 많이 지정돼 있다. 나라시대의 보물과 귀중한 문물의 정수를 모아 놓은 이 곳을 놓치는 건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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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당 밑에 세 줄기 물줄기가 흐르는 기요미즈데라. |
교토와 나라는 눈으로 즐기기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여행지다. 고대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돌아보며 그윽한 만추의 운치와 함께 마음에 평화와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교토에 가면…
‘교요리"라고 불리는 교토식 일본요리를 맛볼 수 있다. 교요리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로 나눠진다. 유소쿠요리(궁정요리), 가이세키요리(자카이가 시작되기 전 내는 요리), 쇼진요리(불교승들을 위한 채소요리)다. 교토식 요리는 세 가지 특징이 있는데 첫째는 재료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조미료를 적게 사용하는 것이고, 둘째는 요리를 접시에 아름답게 담는 것 그리고 셋째는 채소를 재료로 이용한 요리가 많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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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시내 전경을 내려다보는 관람객들.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