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가을이 아쉽다면…

입력 2005년11월2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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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잡을 수 없이 불타올랐던 단풍이 어느새 낙엽으로 거리를 뒤덮고 있다. 발 밑에 수북수북 옷을 벗어 놓은 나목들, 겨울이 그리 머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떠나는 가을이 못내 아쉽다면 이 곳, 아직 만추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내장산 국립공원으로 떠나라.

백양사는 내장사 그늘에 가려 사람들에게 덜 알려졌으나 분위기는 한층 더 그윽하다.


사실 보름 전만 해도 이 곳은 단풍 행락객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하지만 그 무렵엔 단풍 구경은 고사하고 오가는 길의 교통체증과 주차난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타오르는 단풍은 지고 없지만 이 맘 때 찾아가는 내장산 국립공원은 소슬한 만추의 아름다움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산 안에 숨겨진 게 무궁무진하다 하여 내장산(內藏山)이라 불리는 내장산 국립공원 안에는 오랜 고찰 내장사와 백양사가 있어 풍경이 더욱 그윽하다.



내장사와 백양사는 백제 무왕 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지어진 절로, 내장사는 무왕 37년(636년)에 영은조사가, 백양사는 무왕 33년(632)에 여환선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내장사는 한 때 50여동의 대가람이 들어섰던 때도 있었지만 정유재란과 6.25 때 모두 소실되고 지금의 절은 대부분 그 후에 중건된 것이다. 절 자체보다도 내장산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주변 경치가 무엇보다 손꼽힌다.



내장사와 함께 내장산의 안팎을 이루고 있는 백양사는 내장사의 유명세에 가려 그 만큼 사람들에게 덜 알려졌으나 깊고 그윽한 정취는 물론 절 규모에 있어서도 내장사를 앞선다. 정면 5칸짜리 대웅전을 비롯해 경내에는 극락보전, 명부전, 사천왕문, 소요스님부도, 9층탑 등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흰 양이 된 신선이 이 곳에서 설법을 듣고 감복해 눈물을 흘리자 옥황상제의 노여움이 풀려 다시 신선이 됐다 하여 백양사로 불린다는 것. 멀리서도 한 눈에 꽉 차는 백학봉의 수려한 모습과 천연기념물 153호로 지정된 비자나무숲이 백양사 경관을 더욱 빼어나게 한다.

백양사 사천왕문.


내장산의 정취를 차근차근 감상하려면 우선 내장사를 중심으로 살피는 게 좋다. 내장사 뒤 계곡에는 높이 20m의 도덕폭포와 금선폭포가 걸려 있고 관천바위, 북채바위, 북바위, 용못바위 등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있다. 또 연자봉으로 오르는 케이블카가 개설돼 있고 이를 이용해 연자봉 팔각전망대에 오르면 서래봉을 비롯해 월영, 불출, 망해, 연지, 가치봉과 신선봉이 발 아래 있다.



내장사의 아름다운 단풍과 관련해 전해 오는 이야기가 있다. 백제가 망하고 세상이 어지러운 시절, 내장사지역은 백제유민들의 피난처가 됐고, 비교적 잘 살던 유민들의 재산을 노리는 도둑떼들이 기승을 부렸다. 이 도둑떼는 세상이 평화로워진 뒤에도 내장산 깊은 골짜기에 자리잡고 노략질을 계속했다. 이들은 폭포 가까운 바위굴을 소굴로 삼고 노략질을 일삼았다. 이에 사람들은 도둑소굴이 있는 곳에 위치한 폭포를 ‘도둑폭포’라 불렀다.



어느 날 이 곳 암자에 한 도승이 찾아와 내장산을 손아귀에 넣은 도둑떼들의 횡포를 접하게 됐다. 내장산 일대의 사찰, 암자, 마을 등에 날을 정해두고 찾아가 재산을 빼앗고 스님이나 마을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모습을 본 도승은 도술을 부려 이들을 모두 물리쳤다. 도둑들이 참회하고 폭포 아래 연못에 들어가 몸을 씻는데 지금까지 쏟아지던 하얀 물줄기가 갑자기 푸른빛이 됐고 다시 빨간색이 돼 그 때마다 도둑들의 피부색이 달라지더니 마지막에 다시 맑은 물빛이 돼 도둑떼들의 몸과 마음이 모두 맑은 빛이 됐다고 한다.



이 때부터 도둑폭포가 도덕(道德)폭포로 이름이 바뀌었고 도승이 찾았던 암자가 내장사라고 하며, 도승이 도둑떼를 혼내줄 때 나타난 제비와 까치, 사자와 코끼리를 기념해 내장사를 둘러싼 제비봉(燕子峰), 까치봉, 사자봉, 코끼리봉(象王峰) 등의 이름을 지었다고도 한다. 또 가을 내장사의 단풍은 도둑의 몸과 마음을 씻겨줬던 도덕폭포의 푸르고 빨간 물줄기가 땅 속 깊이 스며들어 조화를 부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입로.


*가는 요령

1)내장사 지구 : 호남고속도로 정읍IC - 정읍시내 - 4거리에서 담양 방향 29번 국도를 타고 직진해 3.8km 가면 49번 지방도를 만난다. 지방도를 따라 가면 내장사집단시설지구에 이른다.



2)백양사 지구 :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IC에서 나와 장성 방면 1번 국도를 타고 담양 방면(9.4km) - 북하면 소재지에서 16번 군도를 따라 조금 가면 왼편에 백양 주유소가 나오는데 주유소 맞은 편 길을 따라 3km 정도 가면 백양사가 나온다. 안내표지판이 잘 돼 있어 찾기 쉽다. 내장사지구에서는 내장사 버스터미널 옆으로 나있는 3거리 - 추령고개 - 복흥 3거리 - 백양관광호텔 우회전 - 백양사 (12.5km)에 이른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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