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1974년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2,300만대 넘게 팔리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수 차례 모델체인지를 거쳐 지금은 5세대 모델에 이르고 있다. 대중차로, 그야말로 세계시장에서 사랑받는 골프가 디젤엔진을 얹은 TDI 2.0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디젤엔진에 관한 한 유럽차들이 강하다는 건 상식이다. 디젤엔진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고, 많이 사용하는 곳이 바로 유럽이라는 사실은 많은 걸 시사한다. 환경을 위해 까다롭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유럽이다. 그런 유럽에서 디젤차들이 전체 승용차의 절반을 넘볼 정도로, 나라에 따라서는 절반을 넘길 만큼 많이 다니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골프의 역사에는 승용 디젤엔진의 역사가 그대로 녹아 있다. 골프에 처음 디젤엔진이 사용된 건 지난 76년으로 간접분사식 디젤엔진이었다. 4기통 50마력짜리였다. 지금은 140마력 TDI 디젤엔진을 쓰고 있으니 실로 엄청난 발전이다. 오늘은 그 디젤엔진을 집중 테스트하는 날이다.
▲디자인
골프는 해치백 세단의 고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해치백 스타일을 고집해 왔다. 해치백 세단을 보며 "꽁지 잘린 닭"같다며 어색해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5세대 골프의 디자인 특징은 앞뒤 램프에 있다. 해치백 스타일은 여전하지만 디테일한 선처리, 바뀐 램프가 눈길을 잡아끌며 새로운 모습을 자랑한다. 3스포크 운전대 너머로 보이는 계기판은 동그란 원들의 집합이다.
▲성능
무심코 시동을 걸면 휘발유차인 지 디젤차인 지 인식되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시동을 걸고 움직이게 된다. 무심코 시동을 걸어도 디젤임을 금방 티내는 엔진들에 비해 좋아진 건 사실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날랜 움직임으로 도로를 빠르게 누빈다. 디젤엔진이 휘발유엔진보다 성능이 떨어지고 시끄럽다는 인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이 차를 타면서 다시 절감했다.
1,750rpm부터 2,500rpm까지 고르게 나오는 32.6kg·m의 최대토크는 언제든지 차를 마음먹은 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언덕을 오를 때 이 차는 진가를 발휘한다. 거침없이 어디서든 터지는 파워가 가파른 언덕을 거침없이 오를 수 있게 만든다.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엔진회전구간에서 최적의 성능이 나올 수 있게 세팅한 만큼 운전자의 만족도는 높다. 저속에서도 반응이 민감한 정도가 대단하다.
해치백 스타일의 차는 빨리 달릴 때 뒤창에서 바람소리가 많이 들린다. 공기가 차체를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다가 루프라인 끝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보디라인에서 공기들이 와류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시속 120km를 넘기면서 바람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140km를 기준으로 바람소리가 시끄러워진다. 그 이상의 속도에서는 사람의 귀를 파고든다. 그러나 뒤창에서 들리는 바람소리를 따로 구분할 수는 없다. 쏜살같이 달리는 차 안에서 소리가 시끄럽다고 신경쓸 여지는 많지 않아서다. 운전대를 잡고 앞을 보며 운전하기도 바쁜데 소리에 신경쓸 겨를이 어디 있을까. 다만 운전자가 따로 신경써서 듣지 않아도 점점 더 커지는 소리는 사람을 불안한 상태로 몰아간다.
시승차는 고속주행에서도 안정된 자세를 잃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해치백 스타일의 비교적 작은 차들은 빠르게 달리면 안정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앞서 말했듯이 공기흐름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또 해치백은 대부분 소형차여서 타이어와 서스펜션 등의 완성도가 높지 않은 탓도 크다. 그러나 골프는 공기역학적 특성을 적절히 조절한 듯하고 서스펜션이 단단하게 하체를 받쳐줘 차의 흔들림이 적다. 게다가 타이어는 노면을 단단히 물고 있어 평균 이상의 주행안정성을 보여줬다.
최고속도는 203km/h이며 9.3초만에 100km/h에 도달한다.
골프 TDI에는 DSG(Direct Shift Gearbox)가 있다. 자동과 수동 기능을 모두 갖고 있고, 기어 변속이 빠르게 이뤄진다는 게 장점이다. 변속쇼크는 신경을 집중해야 겨우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하다.
▲경제성
골프 2.0 TDI의 연비는 17km/ℓ에 이른다. 휘발유엔진을 얹은 준대형 승용차와 비교하면 연료 1ℓ로 배 이상의 거리를 달린다고 봐야 한다. 경유값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디젤의 경제성이 더 높은 건 아직 변함없는 사실이다. 골프는 수입차라고는 하지만 고급차는 아니다. 오히려 대중성이 더 강하다. 그래서 이 차를 사는 사람들은 고급 수입차를 구입하는 이들보다 경제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확률이 높다. 그런 점에선 장점을 갖췄다.
골프 2.0 TDI의 판매가격은 3,480만원이다. 골프 2.0 디럭스(3,180만원)와 골프 2.0 프리미엄(3,730만원) 사이에 위치한 가격대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3,000만원대 시장에서 나름대로 분명한 색깔과 우수한 경제성을 가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