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러시아 시장에서 최근 한국산 자동차의 판매량이 늘고 있지만 직접투자없이 현행 조립생산 방식만으론 수출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부품 수출후 현지 러시아 공장에서 조립생산하는 "CKD(Completely Knock Down)" 방식을 고수하는데 대해 러시아 정부가 불만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향후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러시아측은 한국 기업들이 투자나 기술이전 없이 한국산 부품을 가져다가 현지에서 조립해 만든 자동차로 재미를 보고 있다면서 반격할 기회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아무런 투자없이 CKD로 생산하는 외국 기업은 한국 기업들과 독일 BMW(칼리닌그라드 공장)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 한-러 정상회담에서 특별히 자동차 분야에 대해 한국 기업들의 러시아 투자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러시아 한국 대사관은 한국산 차량의 러시아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러시아측의 투자 기대에 부응하지 않을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사관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가 자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에 기여가 많지 않은 우리 업체들의 현행 진출 방식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과거 러시아 정부의 태도를 고려해볼때 갑자기 한국 기업들에게 심술을 부려 어려운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러시아 정부는 자국내 최고 부자가 갖고 있던 석유기업 "유코스"를 서구의 간섭에도 불구하고 2년여만에 공중분해시켜 버렸다. 올들어서는 "재팬토바코인터내셔널(JTI)"이 24억루블(8천400만달러)의 체납 세금을 독촉당했고, 영국과 합작기업인 "TNK-BP"도 이르쿠츠크주(州) "코빅틴스크" 가스전 개발 사업권을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에 빼앗길 우려가 나오는 등 정부에 밉보인 기업들이 단번에 치명타를 맞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투자 요구는 다른 외국 자동차 회사들의 활발한 대러시아 투자 상황과 맞물려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40억루블(1억4천만달러)을 투자해 생산공장 기공식을 가졌으며 닛산, 미츠비시 자동차도 러시아에 공장 건설을 계획중에 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도요타자동차 공장 기공식에 이례적으로 참석해 지대한 관심을 몸소 보여줬으며 이후 러시아 당국자나 언론들은 도요타자동차 사례를 성공적인 양국간 경협 모델로 강조해왔다.
미국 포드는 지난 2002년 페테르부르크 근교에 1억5천만달러를 투자, 조립공장을 세우는 대가로 5년간 "포커스(Focus)" 모델 부품에 대한 무관세 특혜를 받아왔는데 오는 2007년부터 50% 현지 부품 조달 의무를 위해 러시아 부품업체와 협력에 나서고 있다.
GM도 러시아 자동차업체인 아프토바즈와 각 41.5%의 지분을 보유한채 "GM-아프토바즈"라는 공동회사를 세우고 2002년부터 미니 지프(jeep)인 "쉐브롤레-니바"를, 올들어 세단인 "셰비-비바"를 출시하고 있다.
한국처럼 CKD 방식으로 수출해왔던 BMW도 최근 러시아에 현지 공장 건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의 불만과 외국 업체들의 진출에 대해 모스크바에 나와 있는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러시아 투자환경이 아직 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않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모스크바 지사 관계자는 최근 체코에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에 관심을 기울일 겨를이 없으며 러시아 기업과의 합작 등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