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가을이 머무는 옛 왕국

입력 2005년12월0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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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아두고 싶은 경주 불국사의 늦가을 풍경.
아직도 그 곳엔 가을이 머물고 있었다. 어느 곳에서는 눈 소식이 들려오는 이 맘 때 그 곳에는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한 가을이 서성이고 있었다. 잎새를 떨군 헐벗은 나무들이 겨울을 재촉하는 길목에 그 ‘철없는’ 가을은 불국사 한 귀퉁이를 황홀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저물 무렵 불국사에 오른 적이 있는가. 그 텅 빈 아름다움을 본 적이 있는가. 모퉁이를 돌아서면 불쑥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고분군이며, 고분의 그 완만하고 부드러운 능선에 머뭇거리듯 떨어지는 석양빛조차 예사롭지 않은 도시 경주는 신라 천년의 숨결이 도시 곳곳에서 느껴진다. 하지만 경주는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잘 알지 못하고, 제대로 알지 못해 어설픈 관광에 그치고 말기 일쑤다. 다감한 가슴으로, 살가운 눈빛으로 돌아보면 가꿔지고 다듬어진 새 모습 뒤로 숨겨진 신라 천년의 숨결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텅 빈 반월성에 잉잉 불어대는 바람소리에도, 박물관 뒤뜰에 바스락거리며 밟히는 낙엽들에도 그 옛날 서라벌의 공기가 묻어난다.



경주 관광은 크게 다섯 코스로 나눌 수 있다. 시내 유적지구, 불국사와 석굴암지구, 보문지구, 남산지구, 경주 외곽지구 등이다. 이를 다 보려면 하루이틀로 어림도 없지만 시내를 중심으로 돌아볼 땐 일단 박물관, 안압지, 대릉원, 첨성대, 계림, 반월성, 불국사, 석굴암, 분황사, 황룡사터 등은 빼놓지 않도록 한다. 경주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서라벌로를 타고 경주시내로 들어가면 첫 4거리 좌우로 천마총, 안압지, 박물관, 분황사, 포석정, 오릉 등이 모두 모여 있다.

천마총을 찾는 관광객들.


먼저 국립 경주박물관에 들러 신라 유물의 정수를 본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뜰에 성덕대왕 신종을 볼 수 있다. 우리에겐 ‘에밀레종’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나 종소리는 유감스럽게도 들을 수 없다. 종의 보호를 위해 타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20t이 넘는 웅장한 종의 모습은 그 옛날 화려했던 신라왕국의 이야기를 쉽게 떠올려준다. 수많은 불상과 석탑 등 유물들이 박물관 뜰에 전시됐고, 3개의 전시실에는 신라시대 왕관 등 찬란한 유물들이 보존돼 있다. 지금은 터만 남아 있는 황룡사의 모습과 신라시대 경주 시가의 모형도 있다.



박물관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안압지는 삼국통일 직후인 문무왕 14년(674년)에 지어졌다. 선경(仙境)을 축소해 만들었다는 이 곳은 통일신라의 화려했던 영화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발굴된 유물과 함께 무덤 속을 복원시켜 전시한 대릉원 천마총, 김씨 시조인 김알지의 탄생 설화가 있는 숲 계림, 우거진 숲이 낙엽을 떨군 반월성터에는 일부 성 모양과 조선시대 때 축조된 석빙고가 남아 있다.



불국사 앞뜰 연못에 머문 가을빛.
이 밖에도 경주시내에는 고승 원효와 자장이 거쳐갔다는 절 분황사와 9층목탑으로 유명한 황룡사터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시내 유적지를 돌아본 후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는 토함산으로 향한다. 동해에서 솟는 순결한 첫 햇살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토함산. 토함산에 안긴 불교예술의 결정체인 불국사와 석굴암은 천년을 이어오는 신라인의 숨결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부처와 중생을 태우고 극락으로 가는 배 모양을 하고 있다는 불국사 건물들은 불국토의 이상을 상징하고 있다. 다보탑과 석가탑, 대웅전으로 오르는 청운교와 백운교, 자하문 그리고 홍예문의 아치를 눈여겨보자. 천년 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는 대웅전 건물 앞의 돌로 된 샘물통도 빼놓을 순 없다. 불국사 앞뜰 연못엔 황홀한 가을빛이 아직도 어른거린다.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석굴암은 불국사에서 자동차로 7.5㎞ 더 가야 한다. 이 곳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유리를 통해 그 모습을 감상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첨성대.


시간여유가 있는 나들이라면 감은사터와 문무왕의 수중릉을 볼 수 있는 동해 남부쪽 드라이브도 빼놓지 말기를.



▲맛집

대릉원 주변으로 한정식집 원풍식당(054-772-2203)과 쌈밥집이 자리하고 있다. 이풍녀구로쌈밥(054-749-0600)은 머구, 신선초 등 10여 가지에 이르는 쌈과 해물파전이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경주박물관 옆 수석정(054-748-5069)은 집주인이 모아 놓은 아름다운 수석과 사진작품을 감상하며 식사할 수 있다.

황남빵.


▲별미

경주를 다녀왔다면 이 것을 빼놓고 올 수 없다. 대릉원 담 모퉁이 시청 4거리에 있는 황남빵(054-749-7000)은 경주 특산품. 작고한 경주 토박이 최영화 씨가 1939년부터 만들어 온 황남빵은 6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얇은 껍질 안에 팥소를 가득 넣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맛을 자랑한다. 한 상자에 1만원.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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