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무제한 도로는 무한경쟁지대'

입력 2005년12월0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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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감지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만 서행하고, 없는 곳에서는 과속하는 자동차까지 잡아내는 새로운 차원의 스피드 카메라 기술이 호주에서 최근 개발됐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 이 기술은 도로 군데군데 설치된 카메라를 이용, 도로를 지나는 모든 자동차의 번호판을 찍어 카메라와 카메라 사이의 속도를 계산함으로써 과속 여부를 가려낸다고 한다. 우리나라 서울에서도 내부순환도로를 만들면서 이 같은 시스템을 적용하려다 무산된 적이 있다.

세계 각 국이 자동차의 과속을 방지하려는 이유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도로여건이 아무리 좋고, 운전자의 운전실력이 매우 뛰어나더라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긴급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 그러면 속도제한이 없는 곳으로 유명한 독일의 아우토반은 무언가.

아우토반이란 독일의 고속도로를 총칭한다. 그러나 아우토반에도 속도제한은 있다. 기본적으로 속도 무제한이지만 사고가 많이 나는 곳이나 도로여건이 안좋은 곳 또는 공사중인 지역 앞에는 시속 80km 또는 90km를 나타낸 표지판이 있다. 이 곳을 지나면 또 해제표지판이 나온다. 독일사람들은 이 표지판을 보면 누구랄 것 없이 속도를 줄인다.

기자도 아우토반을 시속 270km의 속도로 달려본 적이 있다. 이런 속도를 낼 수 있는 게 가능한 건 기본적으로 자동차의 성능이 뒷받침되기도 했지만 내 차보다 빠른 차가 나타나면 하위 차로로 비켜주는 예절, 크게 굽어지지 않은 도로 등 덕분이다. 이 곳에선 절대 하위차로를 이용해 상위 차로의 차를 추월하지도 않는다. 아우토반에서 지켜야 할 규범을 독일인들은 철저히 준수하기에 속도 무제한 도로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우토반에서의 교통사고는 일반도로에 비해 적게 발생한다. 이웃나라인 프랑스나 이탈리아보다도 교통사고율이 낮다. 반면 속도가 빠르다 보니 한 번 사고가 나면 대형이다. 이 때문에 꾸준히 독일 정치권에서는 아우토반의 속도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독일 국민들의 정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아우토반이 있는 독일에선 벤츠, BMW, 아우디 등 세계적인 고급차 메이커를 비롯해 유럽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폭스바겐이 탄생했다. 자동차산업이 그 나라의 문화를 담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독일차들의 성장 뒤엔 아우토반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할 듯 싶다.

예를 들면 북구 스웨덴에서 태어난 볼보나 사브는 눈길에 매우 강한 면모를 보였다. 잔고장도 많지 않고, 화려함보다는 다소 투박하지만 단단함으로 대표된다. 이유는 눈길이 지천에 깔린 이 나라에선 접촉사고도 많았고, 국토는 넓고 인구 수는 적다 보니 옛날엔 차를 타고 여행하다 한밤중에 차가 고장나면 얼어죽기도 했다고 한다. 이를 극복하는 차 만들기가 스웨덴 자동차메이커의 과제였을 것이다.

아우토반에선 자동차들 간에 속도경쟁이 수시로 벌어졌을 게 틀림없다. 큰 사고도 많이 났을 테니 자동차 메이커들 입장에선 엔진성능 좋고 튼튼한 차를 만들어야 국민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운명을 안고 있었다. 바로 이 점이 오늘날 독일차들을 세계 최고의 차로 발돋움시켰다. 아우토반이라는 무한경쟁지대에 내팽겨쳐진 자동차 메이커들의 각고의 노력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한국 정부는 지난 87년까지 외산차에 대해 문을 굳게 걸어 잠궜고, 87년 시장을 개방한 이후에도 고율 관세, 세무조사 등 다양한 비관세장벽으로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을 보호해 왔다. 이제는 그런 장벽들이 대부분 사라져 나름대로 안마당에서 재미있는 승부를 펼치고 있다. 국산차들은 더 나아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시장점유율이 쑥쑥 높아진다는 외신보도가 잇따르고 있어 어느 정도 성장했다고 봐도 좋을 듯 싶다.

그러나 국산차의 성장요인이 가격경쟁력이란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아직도 자동차 자체로는 절대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하기 힘들다. 이런 가격경쟁력은 조만간 중국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넘겨줘야 한다.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 따라서 그 안에 국산차들은 외산차들과의 진검승부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독일차들이 아우토반에서 피를 흘리며 스스로를 담금질했듯이, 온실 속의 화초로만 자랐던 한국 자동차업체들도 지금의 실적에 만족하지 말고 가혹한 시련을 극복하며 진정한 강자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서 아우토반을 시속 270km로 달리는 한국차를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강호영 기자 ssyang@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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