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에 반했다. 달라진 싼타페!

입력 2005년12월0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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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페가 새 얼굴로 우리 앞에 섰다. 이름만 그대로다. 첫 대면을 한 건 신차발표 리허설이 한창이던 호텔에서였다. 가벼운 충격 그리고 입에서 터져 나오는 감탄. 그랬다. 그 건 며칠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감탄이다. 새 차를 첫 대면하는 순간에 이 같은 감탄을 느껴본 지도 실로 오래다.

국산차같지 않았다. 단단하고 치밀해 보이는 차체. 언뜻 노련함도 보인다. 이제 현대도 차를 만드는 기량이 제법 높아졌다. 고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좋겠다. 어수선했지만 기분좋은 첫 만남이었다.

이전의 싼타페는 장난끼 가득한 얼굴이다. 여드름 잔뜩에 개구진 열다섯 살 같은 얼굴로 처음 나타난 건 2000년 6월이었다. 옆구리 잘룩하고 올록볼록한 몸매를 보며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개성 강한 모습이긴 했으나 고수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나마 디젤도 아닌 LPG차로 먼저 나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그 차가 세월이 흘러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섰다. 장난꾸러기였던 아이가 이제 청첩장을 들고 찾아온 것 같다. 그 만큼 세월도 흘렀고 모습도 변했다.

물론 두 번째 만남은 시승을 위해서였다. 어두운 곳에서는 검은색인데 밝은 데서 다시 보니 검정 안에 빨강이 숨어 있었다. 이른바 슈페리어 레드라 이름붙여진 색이다. 미국 남부, 태양의 도시에서 이름을 따온 싼타페를 첫 눈 소식이 들린 겨울 초입에 만났다.

▲디자인
첫 만남에서의 감탄은 디자인 때문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그 게 전부는 아니다. 차의 특성, 성능이 디자인에 잘 묻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옳다. 살짝 찢어지면서 치켜뜬 눈. 현대자동차 디자인의 기원인 HCD시리즈를 아는 사람이라면 무릎을 칠 만하다. 오랜 세월 갈고 닦아 온 디자인 역량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차는 도시형 SUV다. 4륜구동도 있지만 주력은 앞바퀴굴림 모델이다. 얌전하고, 점잖고 ,정교한 모습. 4WD차 타고 산꼭대기나 개울 건너기를 즐기던 이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범퍼는 이미 차체의 일부다. 차체에서 분리돼 보디를 보호하는 범퍼는 이제 보기 힘들다. 보디와 하나가 된 범퍼다. 그 안에 라디에이터 그릴이 있고, 그 아래로 범퍼가니시를 만들었다. 옆에서 보면 숄더라인이 도드라진다. 헤드 램프에서 이어지는 선과 리어 램프로 이어지는 선이 사이드 미러 아래에서 어긋난다. 선 하나로 앞뒤를 연결하는 것보다 앞에서 오는 선과 뒤에서 오는 선이 살짝 엇나가는 게 묘미가 있다. 뒷모습엔 구형 싼타페의 흔적이 남아 있다. 리어 램프는 헤드 램프와 일관성이 있다. 듀얼 머플러도 잘 어울린다.

실내의 소재들은 매우 고급스럽다. 그리고 조화가 잘 이뤄져 있다. 싼타페는 여전히 7인승이다. 3열 시트는 트렁크 바닥에 숨어 있는데 방향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뒤를 보고 앉았는데 새 모델에서는 앞을 보고 제대로 앉게 했다. 자주 쓸 시트는 아니지만 편해졌으니 좋은 일이다.

▲성능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의 무게가 느껴진다. 가속 첫 반응은 경쾌함과는 거리가 있다. 2WD 자동변속기를 단 싼타페의 공차중량은 1,815kg이다. 최고출력 153마력. 1마력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는 11.9kg에 달한다. 1.8T에 이르는 만만치 않은 몸무게가 강해진 힘의 효율을 갉아 먹고 말았다. 조금 더 감량하면 액셀 반응이 확 달라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가속이 이어지면서 민감한 반응이 살아난다. 5단 H매틱 자동변속기는 4단 변속기보다 힘을 더 잘게 쪼개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해준다. 1단에서 킥다운하면 40km에 도달하면서 rpm이 레드존에 이른다. 2단은 80km, 3단은 140km에서 레드존이다. 가속 페달을 계속 밝고 있으면 최고시속 160km를 넘길 수 있다. 속도는 더 낼 수 있을 듯 한데 그 이상에서의 가속은 쉽지가 않다. 그래도 저속보다는 고속에서 훨씬 반응이 좋다.

서스펜션은 흡족하다. 과격한 핸들링에서 차체의 쏠림을 잘 제어해준다. 차의 성능은 심리적인 면과 관계가 깊다. 최고속도가 얼마인 가도 중요하지만 그 최고속도에서 운전자나 탑승객이 느끼는 안정감이 더 중요하다. 시속 200km로 달리면서도 덜 긴장되는 차가 있고 시속 100km만 넘겨도 운전자를 긴장시키는 차가 있다. 서스펜션도 그렇다. 그런 면에서 이 차의 서스펜션 만족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시속 80km 전후의 비교적 빠른 속도에서도 부담없이 코너링을 시도할 수 있다.

ABS와 TCS 기능을 함께 갖는 VDC는 차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코너링이나 미끄러운 길을 달릴 때 바퀴의 회전을 적절히 조절해 차가 균형을 잃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돕는다. 사고 자체를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적극적 안전장치다.

차는 조용한 편이다. 소음이 유입되는 부분마다 방음대책을 세워 적용한 결과다. 심지어 앞유리는 유리 안에 차음필름이 내장된 차음유리를 썼다. 디젤엔진의 소리는 물론 차체에 부딪히는 바람소리까지도 실내에서 들어보면 그리 시끄럽다는 생각이 안든다.

뒷바퀴까지 디스크 브레이크를 적용해서 그런 지 제동력은 확실했다. 브레이크에 대한 차의 반응이 확실했다. 그런 반응에 적응하기까지는 조금 과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시승을 하면서 처음 이 차를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이 전혀 잘못된 게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분부분을 뜯어보면서도 그랬지만 전체적인 조화, 완성도가 이전보다 한 수 위로 올라섰음은 확연하다. 치밀하게 맞물려 있는 부분들이 단단하고 알찬 전체를 이루고 있었다.

현대 관계자는 싼타페의 ‘완성도’에 큰 자부심을 나타내며 그 진가는 2~3년 후에 반드시 나타날 것으로 자신했다. 차의 품질과 내구성에 엄청나게 신경썼다는 설명도 함께 했다. 하기는 국산차의 약점은 품질, 그 중에서도 내구품질이다. 최근들어 초기품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내구품질면에서는 적지 않은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다. 현대측 설명대로라면 싼타페의 내구품질은 초기품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두고 볼 일이다.

싼타페는 곧 미국 앨라바마공장에서도 생산해 북미시장에서 팔 차다. 그런 만큼 신경도 많이 썼다. 미국시장에서 팔 차니까 신경을 썼겠지만 그 뒤에는 좀 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국내외에서 동시에 생산하는 차는 설비가 이중투자된다. 똑같은 금형이 두 개 있어야 하고 모든 생산장비들이 하나로는 안된다. 때문에 중간중간 모델체인지를 하려면 그 마다 이중으로 부담되는 면이 많다. 따라서 처음 만들 때 완성도를 높이고 중간에 모델변경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어쨌든 완성도 높은 차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경제성
5단 자동변속기에 2WD모델이면 12.3km/ℓ의 연비가 나온다. 2.2ℓ 디젤엔진의 연비로는 적절한 수준이다. 정부 공인 표준연비 1등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싼타페는 비싸졌다. 최저가격이 2,200만원부터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4WD에 모젠을 달고 최고급을 선택하면 3,350만원이다. 3,000만원대에 들어서면 어지간한 수입차를 고를 수도 있는 가격대다.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면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차는 좋아졌다고 해도 가격이 비싸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싸고 좋은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의견은 언제나 크게 다르지 않다.

가격표를 뜯어보면 조수석 에어백은 물론 ABS, EBD, LSD, 스티어링휠 리모컨 등이 기본으로 장착됐음을 알 수 있다. 즉 기본품목을 늘리고 고급화하는 대신 가격을 올렸다는 설명이다. 당장 가격표에 보이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품질도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비싸지만 품질이 따라준다면, 그래서 품질에 관한 시비가 줄고 따라서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진다면 당장의 가격인상 시비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가격은 높였는데 품질시비가 오히려 늘고 소비자 만족이 떨어진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완벽한 품질로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줘야 하는 게 현대의 책임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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