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호모 에코노미쿠스로 정의한 경제학과 인류학 등 사회과학분야에서 인간의 이기심이 다른 사람들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를 분석하기 위해 사용되는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이론이 있다. 범죄 용의자 2명이 경찰에 붙잡혀 각각 분리돼 경찰 취조를 당할 경우 두 명 모두 끝까지 범행을 부인(상대방과 협력)하면 1년형, 두 명이 모두 자백(상대방을 배신)하면 5년형, 한 명은 자백하고 한 명은 부인할 때 자백한 용의자는 석방, 부인한 용의자는 7년형을 받게 되는 상황을 게임으로 풀어보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두 용의자는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행동을 취하려고 한다. 용의자 A가 죄를 자백(B를 배신)했을 때 B의 입장을 보면 죄를 자백할 경우 5년, 죄를 부인하면 7년형에 처해진다. 용의자 A가 죄를 부인했을 때 B가 자백하면 석방, 부인하면 1년형에 처해진다. 용의자 B로서는 무조건 자백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다. 반대로 A 입장에서도 무조건 자백하는 게 낫다. 결국 둘은 모두 서로를 배신하게 된다. 자백(배신)보다는 서로 부인(협력)하는 게 1년형에 처해지므로 가장 큰 이득인데도 상대방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이득만 챙기려는 이기심이 두 명 모두를 최악으로 몰고 간다.
죄수의 딜레마는 바로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이기적인 행동을 할 때 최선 대신 최악을 선택하는 딜레마에 빠지고 사회적으로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걸 경고하는 메시지다.
이 죄수의 딜레마가 중고차업계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중고차조합의 최상위 결정기구인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장을 뽑는 선거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C 씨와 S 씨의 싸움이 바로 그 것. 조합의 구성원이자 연합회의 뿌리인 매매업체 그리고 매매업체 종사자들은 모두 제쳐 놓고 싸움의 당사자 입장에서만 생각할 때 C 씨와 S 씨가 서로 임기를 절반씩 나눠 갖는 게 죄수의 딜레마에서 범인이 모두 범행을 부인한 것처럼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몇 개월간의 소강상태를 제외하고는 지난해 11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소모적인 싸움을 할 필요없이 회장직을 발판삼아 정치권에 진출하려는 목적이든, 회장이라는 타이틀에 욕심이 나든 서로 원하는 기간에 1.5년씩 회장직을 맡으면 된다. 서로 협력하면 조합장들을 자신의 편으로 유지하기 위해 드는 각종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야합이라며 반대할 지도 모르는 매매업체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어차피 회장 선출권은 17개 시도조합장에게 있고, 이들 대부분은 C 씨와 S 씨 편으로 갈라져 있으며, 자신들이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라도(내정돼 있다는 소문도 있다) 자신들 외의 사람들에게 권력을 나눠줄 생각이 없어서다. 게다가 매매업체들은 연합회장 선출에 대한 권리도 없는 상황에서 조합을 통해 회비 납부의 의무는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두 사람이 서로 상대방을 ‘대화할 가치가 없는 못믿을 상대’로 규정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에 빠지면서 연합회장 선거를 최악으로 몰아가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누가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갖든 온갖 수단을 동원한 상대방의 반발로 정상적인 회장 업무를 할 수 없고, 임기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으며, 권위도 인정받을 수 없다. 이미 권위는 땅에 떨어졌을 지도 모른다.
이번 회장 선거사태가 두 당사자만의 문제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매매업체나 소비자들이 입을 직간접적인 피해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연합회가 중고차유통의 투명성을 높여 소비자와 매매업체 간 불신을 없애는 데 모든 역량을 투자해도 시간이 모자란 마당에 회장직에 목숨을 건 두 당사자 때문에 기본적인 업무조차 수행하기 힘든 형편이다. 이는 지난 1년간의 경험을 통해서도 충분히 증명됐다.
지난 2월 ‘중고차 연합회에 돌을 던져라’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선거를 통해 드러난 ‘조합장들만의 연합회’라는 곪은 상처를 암 덩어리로 키우지 않기 위해서는, 연합회를 진정한 주인인 매매업체와 중고차 딜러들에게 돌려주고 연합회가 소비자와의 신뢰회복에 나서도록 강제하기 위해서는 돌을 던져 상처를 터트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3개월간의 휴전을 끝내고 또 다시 시작된 회장 선거사태를 보면서 이제는 ‘돌’로는 안되니 ‘바위’라도 던지라고 해야 할까. 연합회의 진정한 주인들은 조합장들만의 단체로 전락한 채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연합회의 딜레마를 풀고 연합회와 더불어 살아남기 위해 언제쯤 행동에 나설 지 궁금하다.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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