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일시말소제, 시행될까

입력 2005년12월0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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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일시말소제가 중고차유통의 투명성을 높이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시말소제는 중고차 매매업자가 사들인 차를 판매 전까지 잠시 말소하는 제도다. 말소는 폐차를 대상으로 하는 게 원칙이나 이 경우에는 차는 폐기하지 않은 채 상품용으로 등록된 기간동안 서류상 ‘잠시 운행을 하지 않는 수면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것으로 보험 가입 의무 등이 사라진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최근 소비자 피해, 대포차 거래, 위장 당사자거래 등을 방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건설교통부에 자동차 일시말소제를 건의했다. 이후 경매장업계는 물론 중고차유통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데 동의하는 기업형 및 중소 매매업체들을 중심으로 일시말소제 도입에 대한 당위성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매매업체에 금전적으로 도움이 안되고, 행정절차만 복잡해질 것이라는 반대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일시말소제의 취지는 좋으나 아직 제대로 된 틀이 마련되지 않아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일시말소제의 시행가능성 등을 정리한다. 편집자

▲일시말소제, 왜 등장했나
1. 불법 거래 확산
국내 중고차유통은 위장 당사자거래와 위장 알선거래 등 불법 거래가 많은 게 문제다. 연합회가 중고차거래의 유형을 분석한 결과 2004년 사업자거래는 전체의 51%, 당사자거래는 49%였다. 사업자거래 중 매매(매입매출)와 알선의 비중은 각각 50%였다. 연합회는 이 알선거래 중 70%가 순수 알선거래인 것처럼 위장한 부당 거래(위장 알선)라고 분석했다. 또 당사자거래의 90%가 위장 당사자거래라고 추산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위장 당사자거래 비중이 너무 과장됐다며 전체의 60~70%라는 분석도 있으나 위장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불법 거래가 많은 이유는 가격경쟁력 유지 및 수익 증대, 탈세 때문이다. 매매업체가 매매로 처리할 때는 부가가치세, 자동차등록세, 종합소득세 등을 내야 하고 성능점검비용도 들어간다. 그러나 위장 거래로 처리할 때는 세금을 탈루할 수 있고 성능점검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신차 영업, 보험업, 정비업 등 자동차관련업 종사자들이 불법으로 판매하는 중고차와 비교해 가격경쟁력도 유지할 수 있다.

2. 소비자 피해
중고차 매수인이 일부러 이전등록을 미루거나 불법 거래자가 이전등록을 하지 않아 제세공과금이 매도인에게 계속 부과돼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명의이전 전에 교통사고가 나면 매도인이 책임져야 하는 심각한 문제도 생긴다. 소비자보호원에 신고된 중고차 피해사례 중에서도 중고차성능 허위 고지 다음으로 많은 게 이전등록 지연일 정도다.

제시된 차의 무보험 운행도 소비자 피해를 키우고 있다. 매매업자가 판매를 위해 매입한 제시차는 ‘운행되지 않는 차’가 돼 차 번호판을 떼내고 보험 가입 의무도 사라진다. 이 제시차는 시운전에 한해 잠시 도로에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차 번호판을 매매업체가 보관하므로 무보험 상태에서 사적인 목적으로 빈번히 운행되다 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매매업체의 무단 폐업 등을 통해 흘러나온 대포차들이 인터넷 중고차사이트나 중고차시장 인근에서 불법으로 거래되는 것도 문제다. 대포차는 명의이전없이 불법으로 거래되는 차로 서류상 소유자와 실제 사용자가 달라 뺑소니를 쳐도 붙잡기 힘들 뿐 아니라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일시말소제의 긍정적 측면은
연합회는 자동차관리법에 "제13조의 2(매매용 자동차에 대한 일시말소등록) 제53조 규정에 의거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등록하여 자동차관리사업(매매업에 한한다)을 경영하는 매매업자가 판매를 목적으로 매입하는 상품용 차량은 일시말소등록을 신청하여야 하며, 당해 차량을 매도한 경우 제12조 규정에 의한 이전등록을 신청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일시말소제도 신설 의견을 제시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이 제도 도입으로 매도인은 판매한 차가 즉시 말소돼 전매와 이전등록 지연 등으로 발생하는 피해와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된다. 또 매매업자는 매매를 알선으로 위장, 판매하는 게 불가능해지고 전매를 못하는 불법 거래자들은 제도권으로 진입하게 돼 중고차유통의 질서가 확립된다. 대포차 발생도 억제할 수 있다. 게다가 국가의 세수도 늘어난다. 일시말소하기 위해서는 각종 공과금 및 채무관계를 마무리져야 하므로 이전등록 지연으로 발생하는 연 2,372억원(2003년 기준)의 자동차세 체납이 해결된다. 탈세를 위해 동원된 위장 거래가 크게 감소, 부가가치세 등도 늘어난다.

▲일시말소제 도입될 수 있을까
업계에서도 일시말소제가 도입되면 중고차유통의 투명성이 높아진다는 데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 효과가 발생하는 과정에 대한 연합회의 설명이 아직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투명성과 눈 앞의 이익과는 별개이므로 일시말소제가 매매업자에게는 손해라고 주장하거나, 실행 가능성이 없다고 의문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매매업자의 경우 그 동안 매매를 알선으로 위장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냈는데 일시말소제가 도입되면 위장 알선이 힘들어져 매매를 해야 하고, 이는 부가가치세 등 세금부담을 커지게 만들어 도입 즉시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연합회의 주장처럼 위장 거래를 제도권 내로 흡수해 매매업자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겠지만 그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그 동안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제시차의 불법 운행을 막을 수 있다는 것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말소와 함께 번호판을 떼내야 하는데 번호판을 제시신고 때처럼 매매업체가 보관하면 불법 운행을 막는 데 허점이 생기고, 번호판을 관할 구청에 반납하면 절차만 더 복잡해진다는 것. 여기에다 차를 일시 말소하면 세금을 정산해야 하고, 나중에 신규 등록 및 자동차검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매매업자나 행정당국 모두 번거로워진다고 말한다. 실제 정부도 현재 상품용 등록차에 대해 자동차세와 환경개선부담금 및 취득세 면제, 채권 면제, 등록세 5%에서 1%로 완화, 책임보험 가입의무 완화 등의 지원을 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일시말소제 도입으로 절차가 복잡해지는 건 물론 세금 측면에서 매매업자들이 이득을 볼 게 없다며 일시말소제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입 주장의 속뜻은 없나
업계 일각에서는 연합회가 아직 실현가능성이 모호한 일시말소제를 들고 나온 건 등록세 폐지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일시말소제가 도입되면 등록세 1%가 사라지는데, 등록세 폐지는 연합회가 올들어 연구용역(나오연 경제학 박사, 한국조세연구포럼 고문)을 통해 폐지 당위성을 주장하는 등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즉 일시말소제가 안되면 대신 등록세 폐지라도 해달라고 요구하려는 목적이 숨어 있다는 얘기다.

▲도입을 위한 전제조건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을 정리하면 일시말소제는 중고차유통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 긍정적인 측면은 크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물음표’다 . 따라서 제도 도입을 바란다면 일시말소제가 가져 올 효과와 문제 해결책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인 연구를 거쳐 정부와 반대론자들을 납득시킬 만한 논리와 시행방법 및 절차를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일시말소제만이 현재 중고차시장에 만연하고 있는 각종 불법 거래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라며 현재의 불법 거래를 제쳐두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업계 스스로 자정노력을 펼쳐야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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