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 디젤을 만났다.
베르나는 소형차답지 않은 소형차였다. 1,500cc급의 작은 엔진이지만 필요한 것 다 갖춘 중형 세단과 견줄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좀 무거운 인상을 줬던 게 사실이다. 새로 나온 베르나에서는 그 무게감이 많이 사라졌다. 소형차다운 모습으로 거듭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고급 소형차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구형과 마찬가지다.
갈수록 무게중심이 중형급 이상, RV로 옮겨 가는 현대자동차지만 소형차를 무시할 수는 없다. 엔트리카가 갖는 나름대로의 중요함이 있어서다. 물론 클릭이 있는 데 베르나가 현대의 엔트리카인 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소형차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틀린 말은 아니다.
▲디자인
구형 베르나는 애늙은이 같았다. 소형차에 엔진룸, 캐빈룸, 트렁크로 3분되는 세단의 모습을 갖추려니 균형이 잡히지 않은 듯 어색해 보였다. 그 형색이 마치 정장을 차려 입은 어린애 같다고나 할까. 새 얼굴은 이 같은 어색함을 털어버렸다. 균형잡힌 몸매를 자랑하는 소형 세단으로 나타났다. 양복은 양복인데 몸에 맞는 어린이용 양복으로 바꿔 입은 셈이다.
차 옆면을 가로지르는 선이 강한 여운을 남긴다. 헤드 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개성을 잘 살렸다. 하지만 그 모습 어디에서 현대의 아이덴티티를 읽어야 할 지는 모르겠다. 현대 로고를 빼고나면 현대가 이 차를 만들었음을 눈치챌 단서가 별로 없다.
실내는 캐주얼 풍이다. 가죽시트는 마치 콤비 양복처럼 색을 달리해 만들어졌다. 왼쪽 도어에서 대시보드 패널을 지나 다시 오른쪽 도어까지 이어지는 디자인의 연속성은 가볍고 경쾌함이 묻어 있다. 잘 살펴 보면 대시보드의 소재 등이 고급은 아니나 인테리어 디자인의 힘으로 이를 잘 보완하고 있다.
▲성능
1.5 VGT 디젤엔진은 최고출력이 112마력이다. 1.6 VVT 휘발유엔진과 같은 힘이다. 일반적으로 디젤엔진은 같은 배기량의 휘발유엔진보다 출력이 약한 대신 토크는 강한데 베르나의 디젤엔진은 1.6과 견줘도 오히려 앞선다. 출력은 같고 토크는 훨씬 강하다. 일반인들이 운전하기에는 출력보다 토크 강한 차가 훨씬 힘있게 느껴진다. 최고속도를 좌우하는 게 최고출력이라면 최대토크는 낮은 속도의 일상적인 주행영역에서의 동력성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시동을 걸고 도로 위를 달렸다. 디젤엔진다운 거친 숨소리를 뱉어내지만, 디젤엔진답지 않은 순발력을 보였다. 힘도 좋았고 가속력도 마음에 들었다. 엔진 소리는는 조용하다고 칭찬하기에는 조금 모자란다. 속도를 높이는 만큼 디젤엔진의 소리도 커졌다. 소형 디젤엔진은 이 정도라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일까. 중대형차에 비해 원가 압박을 심하게 받는 소형차다보니 충분한 방음대책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지갑은 얇고 기대는 많은 게 소형차 소비자들이 아닐까.
반대로 소형차에 과분한 장비들을 적용한 점도 눈에 띈다. 이를테면 도어 손잡이를 그립형으로 만들고, 주차 보조장치를 채택한 것 등이다. 소형차에서는 사치품 취급을 받아 마땅한 품목들이 아닐 지. 이 차를 고급 소형차라고 자리매김시키는 이유를 말해주는 부분이다.
속도를 높일수록 엔진소리에 바람소리, 노면 잡음이 한데 섞여 실내로 들어온다. 시속 160km에서는 가속 페달에 여유가 있었지만 속도를 더 높이기가 쉽지 않았다. 도로상황도 그랬고 차의 탄력도 현저히 줄어서다. 사실 이 정도 속도도 느린 게 아니다. 1.5 엔진에 디젤 아닌가. 더 이상 뭘 바랄까.
▲경제성
1.5 디젤의 가격은 1,118만원부터 1,463만원까지다. 1.4 DOHC는 850만원부터, 1.6 VVT도 1,014만원서터 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디젤엔진차의 값이 비싸다. 그 대신 연비가 우수하다는 건 디젤엔진의 장점을 설명하는 공식이다. 베르나 디젤의 연비는 자동변속기 기준 17.4km/ℓ다. 수동변속기는 20.5km/ℓ에 달한다. 휘발유엔진으로는 경험하기 힘든 수준을 디젤엔진이라는 이유로 거뜬히 구현해낸다. 경유값이 비싸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휘발유보다 싸고 연비는 비교가 안될 만큼 우수하다면 고민 좀 해봐야 한다.
차값이 좀 비싸도 연료비를 많이 아낄 수 있다면 이 차를 선택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차 타고 돌아다니는 일이 많은 사람이라면 경유차를 타는 게 유리하다는 말이다. 베르나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