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를 보내며…

입력 2005년12월3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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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올 1월1일 국내 자동차업계는 내수부진을 수출로 돌파하자는 의지를 갖고 새해를 열었던 기억이 난다. 결과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2005년 12월 종합성적표를 보면 사상 최대 수출기록을 달성했고, 내수도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다. 물론 내수판매실적이 140만대에 달했던 시절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훌륭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올해 자동차 10대 뉴스 등이 여기저기서 발표되지만 기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경유승용차 허용이다. 수출 500만대와 현대자동차 해외공장 가동 등은 사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별로 체감할 수 없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유승용차는 당장 구입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했고, 이와 관련된 각종 제도가 쏟아지며 시장을 후끈 달궜다. 정유업계는 경유 내 황함량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고, 환경부는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하느라 분주했다. 또 재정경제부는 경유에 붙는 교통세를 올리느라 바빴고, 자동차회사는 이에 맞춘 자동차를 내놓느라 정신이 없었다. 승용차는 휘발유차라는 비공식 정의가 오랜 세월 사람들의 몸에 배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경유승용차의 등장은 그야말로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경유승용차에 가장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보다 연료비의 절감이다. 휘발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싼 경유를 사용한다는 점이 경유승용차의 주된 선택 이유였다. 모양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단지 사용연료가 달라지는 것뿐이었으나 유지비 측면에선 분명 "플러스"가 된다는 판단이 앞선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차종 다양화란 측면에서 보면 분명 경유승용차의 등장은 반길 만한 일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차종 선택폭이 넓지 않은 시장에서 경유승용차라도 등장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럼에도 여전히 차종 선택폭이 좁다는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왜 좁을까. 국내의 한 마케팅 전문가는 그 이유를 역사에서 찾는다.

그는 "승용차=세단"과 "무채색=양반"이라는 오랜 유교적 관념이 아직 우리 머리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재미난 분석을 내놨있다. 그는 국내에 처음 들어온 자동차가 "세단형" 승용차에 검은색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람들이 자동차를 처음 구경했을 때의 모습이 "자동차의 전형"으로 머리에 남았고, 당시만 해도 해외 자동차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때라 그 당시 신기하게만 보였던 자동차를 개념적인 "자동차"로 이해했다는 것. 이후 국내 소비자들에게 이 같은 인식은 더욱 굳어졌고, 결과적으로 "승용차=세단형"이라는 고정관념이 자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내에선 좀처럼 왜건이나 해치백 스타일이 환영받지 못한다. 그렇다보니 제조사도 세단형 승용차 또는 SUV만 생산하게 된다. 간혹 왜건이나 해치백이 나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유럽 수출전략형으로 개발된다. 주 무대인 유럽에서 팔되 국내는 그야말로 숟가락 하나 더 얹는 정도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자동차 컬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아직 국내에는 은색과 흰색, 검정색 등 무채색이 대부분이다. 간혹 원색계열이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차가 커질수록 유채색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자동차의 형태와 컬러의 다양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작은 차에서 색상의 다양화가 성공적으로 자리했고, 아예 외면받았던 해치백 스타일의 자동차도 적지만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의 다양한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해 일부 제조사에선 정통 스포츠카의 개발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한다. 양산을 통해 기업을 유지해야 하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형편 상 적은 수요에 부합하는 특정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해야 될 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벌써 늦은 게 아닌가 싶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차종도 다양해지고, 그 만큼 소비자의 선택폭도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끔 일본이나 미국 소비자들을 보며 부러울 때가 있는데, 그 게 바로 중소형차 한 대 구입하기 위해 경쟁차종 카탈로그를 모으면 적어도 10가지 이상이 된다는 점이다. 무수히 많은 차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몇몇 차종 중 하나를 고르는 일보다 분명 어렵겠지만 선택하는 과정의 즐거움은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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