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고차가"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다. 수입업체들이 차값을 내리면서 국산차와의 가격차가 상대적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과정인데, 그 동안 고정화된 인식 때문인 지 다소 놀랍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수입차와 국산차의 구분이 확실한 나라도 별로 없다. 자동차가 국가 기간산업이다 보니 정부가 상대적으로 국내 자동차업계를 지나치게 보호했고, 이로 인해 수입차업계는 처음부터 고가차 전략으로 나갔다. 그래야만 장사가 됐고, 재미도 많이 봤다. 그러나 고가차만으로는 판매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가격의 거품을 빼고 가격이 싼 소형차를 앞다퉈 들여오고 있다.
모델이 다양해지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그 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에 따른 소비자 이익도 증가한다. 상대적으로 국산차업계의 품질이나 서비스 질도 높아지게 된다. 최근 국산차업체들이 "플래티넘" 등으로 이름 붙여진 별도의 서비스를 선보인 것도 결국 수입차의 판매확장에 따른 국산차업계의 대응전략이다.
수입차 대중화에 대해 국산차업계는 물론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나 내심만 그럴 뿐 겉으로 이를 표출하지는 못한다. 미국만 하더라도 국산차업체들이 연간 50만대 이상을 팔 정도이고, 세계 각국으로 치자면 진출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차업체들의 공격적인 행보를 막을 명분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말의 애국심을 호소하는 잔재는 남아 있다. 국산차를 타면 애국이고, 수입차를 타면 매국이라는 논리다.
업계에선 이 같은 논리가 결국 국산차업체들의 걸림돌이 될 지도 모른다고 꼬집는다. 특히 자동차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자동차를 생산하는 모든 나라에서 국가 기간산업이다. 그리고 이들 주요 자동차 생산국은 수입차에 대해서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주고 받는다는 지극히 당연한 비즈니스 논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완전 개방에 주춤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국산차업체들의 수익이 줄어든다는 것. 해외에서 가격경쟁력을 가지려면 국내에서 보다 많은 수익을 내야 했고, 그 결과 국산차업체들의 자동차 판매가격은 매년 큰 폭으로 높아져 갔다.
요즘은 소비자들이 이를 마냥 방관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최근 항의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곳저곳에서 쌓였던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보호를 해줬으면 보답을 해야 한다며 소비자를 우습게 아는 국산차업체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지나친 내수업체 보호가 오히려 국산차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시장은 경쟁할 때 가장 건강하다고 한다. 반면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오랜 기간 한국 내에서 경쟁을 하지 않다 보니 물이 썩는 줄도 모른다는 게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국산차업체들은 틈만 나면 가격 올리기에 혈안이다. 특별소비세가 환원되면서 슬쩍 올리고, 배기가스 기준이 강화됐다며 가격을 인상했다. 소비자들의 저항은 별로 개의치도 않는다. 자동차시장 완전 개방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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