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내리지 않았다. 그 바다는 거기 없었다.
빈털터리 바다
온종일 눈이 내렸다
밧줄에 묶인 木船은
낮게 신음하며 흔들리며
성난 사내 하나
눈을 맞으며 왔다. (...)
김영현의 시 <겨울바다>를 떠올리며 찾아간 그 바다는 생뚱한 낯빛을 했다. 그 얼굴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노라고 말하는 듯 했다. 당신이 찾는 그 바다는 여기 없소. 내가 찾는 바다?
그리하여
눈보라 자욱이 날리는
그대의 깊은 품속에
죽음처럼
가만히 안기고 싶다.
안겨서 눈물 흘리고 싶다.(<다시, 겨울바다에서> 중)
그랬는 지 모른다. 낯선 겨울바다를 찾아 달려가는 이들은 어쩌면 그런 싯구 하나 가슴에 품고 찾아가는 지 모른다. 하지만 그 바다에는 끼룩대며 우는 심심한 갈매기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모래성을 쌓는 청춘남녀도 없었고, 코트깃을 세우게 하는 매서운 칼바람도 불지 않았다. 바로 이웃해 있는 대천해수욕장의 번쩍거림과 북적거림이 이 곳에선 아득할 정도로 고즈넉하다.
갈 곳 잃은 겨울나그네가 흘러들어간 곳은 충남 서천의 춘장대 해수욕장. 여름날의 기억은 남아 있지 않으나 해수욕장을 에워싼 푸른 해송은 산뜻한 눈맛을 안겨준다. 눈길을 끄는 색다른 풍경도 있다. 바닷물이 밀려나간 갯벌에는 낡은 목선 대신 자동차가 있다. 자동차가 달린다. 길이 아닌 길을. 멀리서 보면 마치 자동차가 바다로 돌진하는 듯하다. 젊음에 객기가 더해진 자동차들이 하나둘 바다로 향한다. 때마침 지는 노을이 풍경을 영화처럼 부풀린다.
자동차가 달린 바퀴자국을 따라 발자국을 찍어보지만 바닷물이 빠져나간 탄탄한 모래바닥은 어림도 없다. 밀려왔다 몰려가는 파도의 장난질도 한 풀 꺾인 해안에는 듬성듬성 조가비가 속없이 나와 앉았다.
생뚱한 낯빛으로 나그네를 맞았던 첫인상과 달리 어느 틈에 그 바다는 어깨를 감싸며 다정한 낯빛을 보인다. 칼바람도 들이대지 않았다. 품 속으로 기어든 소금기를 어린 작부인 양 조심스레 품으며 근처 포장마차로 향한다. 조개구이 익는 매콤한 냄새가 걸음을 재촉하게 만든다.
*가는 요령
아주 간단하다.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 IC를 빠져 나오면 바로 춘장대 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서천에서 춘장대행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