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성능점검, 1차 손해배상책임 논란

입력 2006년02월0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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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가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중고차 매매업자가 성능점검 오류의 1차적 손해배상책임을 진 뒤 성능점검업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향으로 자동차관리법 개정법률안 입법예고를 추진중이다. 중고차업계는 이를 놓고 성능점검의 취지가 사라져 소비자 보호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는 주장과, 다른 한편으로는 매매업자에게 유리하고 중고차유통의 투명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반대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측 주장의 요점을 정리한다. 편집자

▲현재 성능점검 오류 책임주체
건교부는 지난해 2월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한 이후 3월에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 개정에 따른 업무지침’을 마련, 중고차단체에 보냈다. 개정안에는 성능점검 중고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 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

업무지침에는 보증제도 도입과 관련해 “성능점검기록부 고지의무자인 매매사업자는 성능·상태 점검에 허위 또는 오류가 있어 매수인이 보증수리 등을 요구하는 때에는 성능점검자에게 안내 또는 연락을 취하는 등 매수인의 보증수리 편의를 도모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허위 및 부실점검 예방으로 매수인의 보호를 위해 성능점검기관은 성능점검기록부 등에 기재된 점검 및 약정내용에 대한 보증책임의무를 제3자에게 위탁 또는 대리할 수 없다”는 보증지침이 포함돼 있다. 이 밖에 “보증과 관련해 이견이 있을 시 성능·상태 점검자는 매수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라”는 분쟁해결 방법이 명시돼 있다. 성능점검자는 교통안전공단과 ㈔진단보증협회 및 정비업소(약 4,000개), 매수인은 중고차를 구입한 소비자, 제3자는 매매사업자를 뜻한다.

이 내용은 결국 성능점검을 받은 중고차의 성능 및 상태에 대해 소비자의 클레임이 제기되면 성능점검자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2월에 개정 시행된 중고차성능제도에는 "성능·상태 점검자 및 고지자(매매사업자)는 매수인에 대해 책임지라"고 돼 있어 점검자와 고지자 간 책임소재를 놓고 분쟁이 일 가능성이 높았다. 품질보증기간은 중고차 인수일을 기준으로 30일 또는 주행거리 2,000km까지다.

▲자동차관리법 개정법률안 입법추진 내용
신설되는 제58조 2항에 매매업자에게 중고차를 매매 또는 알선하는 경우 사후관리토록 근거규정을 마련한다. 중고차 매매알선으로 발생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매매업자에게 부과한다. 그 배상이 허위·오류 점검에 기인할 경우 매매업자는 성능점검업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제2조와 제64조에 현행 중고차 성능점검제도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동차관리사업에 ‘자동차성능점검업’을 신설했고, 성능점검책임자 관리규정도 마련했다. 이 개정안은 입법예고, 규제개혁위원회, 법제처 심의, 국회 상정 등의 과정을 거쳐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장 1 : 성능점검의 존재이유가 퇴색된다
개정안은 성능점검 오류에 대한 1차 손해배상을 매매업자가 책임지도록 했다. 성능점검과 그로 발생한 오류에 대한 책임은 성능점검의 주체인 점검업자에게 맡기고, 매매업자는 성능점검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중고차 거래에 전념하라는 뜻에서 지난해 3월 마련된 업무지침을 완전히 뒤집는 내용이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매매업자는 성능점검을 할 매력이 사라지고, 불법 성능점검이 판치게 될 것이다. 성능점검 오류는 성능점검업자의 잘못이지 매매업자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성능점검업체가 잘못해 소비자 피해가 생기면 매매업자가 돈을 먼저 지불해야 한다. 성능점검 주체도 아닌데 1차적 책임을 지게 되고 소비자와 마찰이 발생하는 문제가 나타난다.

또 매매업자가 성능점검업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면 된다는 규정은 실효성이 없다. 매매업자 대부분은 자금력이 부족, 사채를 동원해 차를 매입하고 있다. 한 푼이 아쉬운 것이다.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곧바로 소비자에게 지급된 손해배상금이 나오는 게 아니다. 성능점검업자가 보상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지급절차를 복잡하게 만들면 제 때 돈을 받을 수 없는 건 아예 전액을 못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매매업자는 대당 3만원 정도 하는 성능점검비용(교통안전공단 및 진단보증협회 기준)을 내는 대신 영세 정비공장을 이용해 허위로 성능점검을 받는 게 낫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 현재 일부 영세 정비공장은 성능점검 보상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매업자가 성능점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대신 1만5,000원 정도만 받는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이 불법행위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소비자 보호라는 건교부의 명분도 힘을 잃을 수 있다. 손해배상액이 클 경우 돈이 궁한 매매업자나 성능점검업자가 서로 책임을 미루거나 잠적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세 정비업체를 통한 불법 성능점검이 늘어나 애써 마련한중고차 성능점검 및 품질보증법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주장 2 : 소비자와 매매업자에게 유리하다
매매업자가 거래하는 중고차에 대해 성능점검을 법으로 규정한 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신뢰를 얻어 중고차유통이 성장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소비자가 편리하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 궁극적으로 소비자보호와 중고차유통에 대한 신뢰성을 강화하는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매매업자의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은 성능점검업자와 매매업자와의 관계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대표적인 성능점검주체는 교통안전공단과 진단보증협회 등이다. 이들 주체의 성능점검 전략은 중고차시장에 입점하는 것이다. 시장 소속 매매업자들의 결성체인 조합이나 지부의 낙점을 받기 위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이는 성능점검 주체들보다 매매업자들이 우위에 있다는 걸 뜻한다.

따라서 매매업자가 구상권을 청구했을 때 ‘딴죽’을 건다면 성능점검업을 영위할 수 없다. 철저한 구상권 청구기준을 마련하겠지만 서류나 절차에 문제가 없다면 매매업자의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물론 돈이 지불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나 계약 당사자인 조합(또는 지부)과 성능점검업체가 서로 합의를 통해 청구절차와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소비자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매매업자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면 매매업자는 소비자와 다툴 필요없이 요구를 받아주면 돼 결과적으로 영업에 도움이 된다.

영세 정비공장을 통해 낮은 가격에 이뤄지는 불법 점검행위도 사라지게 된다. 매매업자들이 손해배상 부담을 덜기 위해 비용을 좀 더 부담하더라도 규모가 있거나 보증체계를 잘 갖춘 곳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성능점검시장이 정화되는 셈.

또 손해배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손해보험사의 품질보증을 이용하는 성능점검업체들이 많아질 것이다. 보험사의 품질보증을 통해 중고차유통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매매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증상품도 개발될 수 있다. 이로써 보증비용이 올라갈 수도 있으나 품질보증이 중고차유통에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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