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인 고급 세단 푸조 뉴 607 3.0 V6

입력 2006년02월1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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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607은 소년가장을 연상시킨다. 607은 푸조 라인업의 플래그십카로 맏형 자리에 있으나 다른 집안과 비교하면 플래그십카에 어울리지 않아서다. 어른없는 집안에서 청소년이 가장 노릇을 해야 하는 처지와 비슷하다.

벤츠의 S클래스, BMW의 7시리즈, GM의 캐딜락, 심지어 현대자동차의 에쿠스 등 각 사의 플래그십카에는 위엄과 권위가 있다. 그러나 607은 다르다. 플래그십카의 권위는 찾기 힘들다. 푸조 가문에서는 맏형이라 하나 다른 집안의 둘째나 셋째와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문제될 건 없다. 607이 플래그십카이건 아니건 607은 있는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플래그십카라는 딱지만 떼어내면 준수한 용모에 뛰어난 능력을 갖춘, 경쟁력있는 차임을 사람들은 곧 눈치챈다.

오늘의 시승차는 푸조 뉴 607 V6 3.0으로 휘발유엔진차다. 국내시장에서 디젤엔진 바람몰이에 바빴던 푸조가 한 템포 쉬어가듯 내놓은 휘발유차다.

첫느낌이 있다. 사람에게 첫인상이 있듯 차를 만나면 처음 5분 안에 느껴지는 것들이 있고, 운전대를 딱 잡았을 때 다가오는 그 무엇이 있다. 그런 첫느낌은 매우 중요하다. 그 차에 대한 판단방향이 대부분 이 때 결정되기 때문이다.

▲디자인
뉴 607의 첫 느낌은 단순 명쾌다. 그 외모에서 전해지는 게 그렇다. 물방울 형상의 헤드 램프, 그릴과 보닛의 단조로운 선 처리를 접하며 그 간결함에 눈길을 줬다면 뒷모양을 보면서는 극단적인 단순함에 놀라게 된다. 리어 램프 하나만 눈에 들어온다고 할 정도다. 그렇다고 무성의해 보인다거나 없어 보이는 건 아니다. 급에 맞는 품위를 놓지지 않으면서도 복잡함을 피한 자신있는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실내를 보면 비로소 이 차가 고급 세단임을 알게 된다. 밝은 고동색 가죽시트가 실내 분위기를 밝게 만든다. 공간은 여유가 있다. 차 길이가 4.9m에 이르고 휠베이스가 2.8m에 달하는 만큼 공간이 좁다는 타박은 이 차에 맞지 않는다. 구형에 비해 31mm 길어졌고 9mm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트렁크 용량은 무려 601ℓ에 달한다. 한눈에 들어오는 계기판, 손에 쏙 잡히는 변속레버, 몸에 감기는 시트 등이 낯선 차를 만나는 긴장감을 풀어준다.

‘프레지던트 패키지’가 있다. 푸조가 한국 소비자만을 위해 특별히 채택했다는 품목이다. 푸조가 한국 소비자들을 유난히 사랑했든 지, 아니면 푸조를 국내에 들여오는 한불모터스가 푸조에 떼를 쓴 결과다. 어쨌든 위해준다는데 싫어할 소비자는 없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프레지던트 패키지는 내비게이션, DVD 플레이어, DMB 등이 포함된, 음성인식이 가능한 최고급 오디오 및 비디오 시스템이다. 내비게이션은 3D 입체지도로 센터콘솔의 온보드 모니터에 표시되며 DVD 플레이어 기능과 지상파 DMB 수신이 가능하다. 뒷자리 승객을 위한 헤드레스트 듀얼 모니터도 장착됐다.

그러나 내비게이션 켜고, DMB 방송을 보고, DVD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즐기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때 다뤄야 할 리모콘이 3개다. 리모콘에 달린 수많은 버튼들을 보면 답답증이 도진다. 쉽고 간편하게 이용하기엔 기능도, 리모콘도, 눌러야 할 버튼도 너무 많다. 매뉴얼 펴놓고 공부하듯 열독해야 조작할 수 있겠다.

▲성능
뉴 607의 엔진은 V6 3.0ℓ 가솔린과 V6 2.7ℓ HDi 디젤 등 두 가지다. 시승차는 앞서 밝힌 대로 휘발유엔진차다. 가변식 밸브 타이밍 시스템(VVT)를 채용했다. 가속이 부드럽고 엔진작동을 효율적으로 해주는 장치다.

액티브 듀얼 배기 시스템은 높은 엔진회전 영역에서도 상대적으로 엔진을 조용하게 해준다. 조용한 엔진은 곧 좋은 승차감과 직결된다. 최고출력 211마력/6,000rpm에 최대토크는 29.1kg·m/3,750rpm, 최고시속 232km다.

교외로 빠지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가속력을 테스트했다. 힘있는 가속감은 그러나 부드러웠다. 바닥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은근한 힘이 거칠지 않게 탑승객들을 배려하면서 강하게 나타나는 것. 밟았다하면 시속 160km에서 180km까지는 언제나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속도였다. 여유가 있는 길에서 작정하고 밟으면 시속 200km 이상도 가능하다. 제원표 상의 최고속도는 시속 232km다. 이 정도 속도는 상징적 의미일 뿐 실제 주행상황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사방에 깔린 게 과속감지 카메라이기도 할 뿐더러 시속 200km 이상 속도로 달릴 수 있을 만큼 도로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다. 제원표의 최고속도는 “다만 필요하다면 그리고 운전자가 제어할 수 있다면 그 속도로 달려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차의 변속기는 최신형 6단 수동 겸용 자동이다. 6단 변속기는 5단에 비해 주행상황에 좀더 적합하게 엔진 힘을 쪼개 쓸 수 있다. 부드럽다는 장점도 있다. 변속기는 완전 자동, 스포츠, 순차적 모드 등으로 바꿀 수 있다.

뉴 607은 차세대 ESP(전자식 주행안정성 프로그램)와 8개의 에어백, 속도제어기, 크루즈컨트롤 시스템, 자동 비상경고등, 타이어 공기압 감지기 등을 갖췄다. 유사시 그 만큼 안전하다는 뜻이다.

▲경제성
607 가솔린차의 연비는 8.4km/ℓ, 판매가격은 5,980만원이다.

이 차를 대중적인 고급 세단으로 정의해도 무난할 듯 하다. 제한된 타깃을 둔 최고급 럭셔리 세단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아무나 쉽게 탈 수 있는 차는 더더욱 아니다. 고급 세단으로 어느 정도 입지를 가진 사람들이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차다. 가격대도 ‘대중적 고급 세단’에 어울린다.
앞서 607이 플래그십카 같지 않다는 말로 시승기를 시작했다. 이제 그 말을 이렇게 뒤집으면 어떨까. 이만한 가격의 플래그십카가 어디 있을까.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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