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속의 굵은 토크가 압권인 볼보 XC90 D5

입력 2006년03월0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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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가 바쁘다. 디젤모델 4개 차종을 한꺼번에 내놨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여러 차종을 함께 출시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메이커가 처음 오픈할 때 라인업 차종을 공개하는 경우가 아니면 보기 힘들다. 그나마 세계시장의 주요 메이커가 대부분 한국에 들어온 상황인 만큼 대여섯 차종이 동시에 소개되는 일은 앞으로도 보기 힘들다.

볼보가 선보인 4개 모델은 XC90 D5, XC70 D5, S60 D5, S60 2.4D 등이다. 새 차들의 공통분모는 ‘D’, 즉 디젤엔진이다. 볼보의 4차종 동시 출시를 달리 말하면 새로운 디젤엔진차의 출시다. 휘발유엔진차로만 라인업을 구축했던 볼보가 디젤엔진을 개발하고, 이를 기존 모델에 얹으면서 분위기를 일신한 것. 오늘 시승 상대는 XC90 D5이지만 좀더 좁혀 말하면 D5다. 볼보의 새 모델보다는 디젤엔진과 상견례를 셈이다.

▲디자인
XC90은 SUV다. 오프로드를 지향하며 거칠고 험한 이미지가 과거 SUV의 이미지였다면 근래에는 도회적인 분위기의 세련되고 점잖은 분위기가 SUV의 대세를 이룬다. XC90은 그런 면에서 시대를 한 발 앞서는 디자인이다. 정장을 깨끗이 차려입은 듯한 모양새로 SUV지만 세련된 이미지를 물씬 풍긴다. 특유의 라디에이터그릴에 볼보 엠블럼을 강조한 앞모양이 인상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깔끔하게, 그러나 개성있게 마무리한 뒷모양에 더 호감이 간다. 때론 면도칼로 잘라낸 듯한 면이 있는가하면 부드러운 선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면이 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계기판은 네 개의 원으로 구성됐다. 속도계는 260km까지 표시돼 있다. 센터페시아에 배치된 버튼과 스위치들은 조작하기 편하다. 특히 실내공기 흐름 방향을 정하는 공조 스위치는 그림을 응용해 한 눈에 알아보기 쉽다. 위 아래로 분리해서 열리는 리어 게이트도 눈길을 끈다. 문 아래쪽은 열어서 누이면 바닥면적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살짝 엉덩이를 걸쳐 앉아 있기 딱이다.

▲성능
시승에 앞서 4개의 새로 나온 디젤차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경기도 화성의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프루빙그라운드에서였다. 다른 차들과 함께 마주한 XC90은 좀 무거운 편이었다. 날쌔고 가볍게 달리는 S60 D5를 타고 나서 XC90 D5에 오르면 답답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다른 차 없이 1대1로 만난 XC90 D5에서는 그런 답답함이 사라졌다. 차의 느낌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비교대상이 어떤 차인 가에 따라 평가가 크게 갈릴 수 있다. 다시 탄 XC90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볍게 도로 위를 달렸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 멀리, 넓게 볼 수 있다. 노면에 붙어 달리는 세단의 답답한 시야와 비교하면 탁 트인 시야만으로도 이 차에 반할 만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중립에서 D모드로 변속이 가능하다. 안전을 위해서는 조금 불편해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만 변속할 수 있어야 한다. 자세제어장치(DSTC)가 있어 차가 달리는 상태에 따라 실시간으로 엔진출력과 브레이크 등을 조절한다. 이 때문에 가끔은 브레이크 페달을 깊이 밟아도 차가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네 바퀴의 노면 마찰력이 각기 다르거나 회전차이 등이 발생할 때 차가 스스로 판단해 출력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시속 140km까지는 무난하게 속도를 높인다. 그 이상 속도를 올리려면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리면 속도는 오르지만 치고 달리는 힘이 아니라 끈기있게 미는 힘이다. 메이커가 밝히는 최고속도는 시속 190km. 어쩌다 한 번 달리게 되는 고속에서보다 평상시 상황인 2,500rpm 전후의 영역에서 느껴지는 굵은 토크가 압권이다. 살금살금 달리다가 조금만 더 가속 페달을 힘줘 밟으면 차는 민첩하게 반응한다. 고속에서보다 중·저속에서 더 민감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차의 장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세팅이다.

속도가 낮을 때는 엔진소리가 제법 들린다. 굳이 엔진룸을 열지 않아도 그 소리를 들으면 디젤엔진이라는 이 차의 정체성을 알 수 있다. 점차 속도를 높여갈수록 디젤엔진의 정체성은 사라진다. 고속주행에서는 엔진소리가 바람소리에 파묻히면서 소리만으로 디젤엔진임을 알아채기가 힘들어진다. 엔진룸을 열고 엔진이 공회전하는 걸 보고 있으면 시력이 흐릿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떨림으로 인해 초점이 안잡혀서다.

D5 엔진은 2.401cc로 185마력의 힘과 40.8kg·m/2,000~2,500rpm의 토크를 갖는다. 출력도 출력이지만 40.8kg·m에 이르는 강력한 토크가 인상적이다. 그런 힘이 2,000~2,500rpm의 비교적 낮은 회전영역에서 발휘된다는 건 매우 인상적이다. 실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엔진 회전영역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건 그 만큼 효율적인 엔진이라는 말이다. 차의 반응이 민첩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XC90 D5는 S80과 플랫폼을 공유한다. 볼보 최고의 세단과 SUV가 같은 플랫폼을 쓰는 것. 여기에 더해 볼보가 특허권을 가진 전복방지 시스템을 적용했다. 바퀴의 구르는 속도를 자동으로 측정해 전복을 막아주는 것으로, 지상고가 높은 SUV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보완해준다.

▲경제성
XC90 D5의 연비는 10.2km/ℓ, 판매가격은 6,630만원이다. 같은 급의 휘발유엔진인 XC90 2.5T보다 연비가 우수하고 가격은 무려 600만원 이상 싸다. 디젤엔진이 동급의 휘발유엔진보다 비싸다는 게 통념인데 이 차는 그런 상식을 뒤집었다. 그래서 가격을 결정할 때 메이커측에서 적잖이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싸게 많이 팔자"였다. 아시아시장에서는 한국이 처음으로 D5 모델들을 데뷔하는 시장인 만큼 이 차를 전략적으로 판매할 필요가 있다는 게 볼보측 설명이다. 판매비용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값을 내려 많이 팔자는 의지가 가격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디젤차가 비싸야 한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메이커측의 값 올리기 논리가 아닌가 싶다. 훨씬 까다로운 디젤엔진의 환경기준을 맞추기 위해 첨단 신기술이 적용됐고, 시장도 좁아 디젤차 값이 훨씬 비싸야 한다는 논리의 허점을 볼보의 디젤차들이 파고들고 있다. 첨단 디젤엔진을 얹었지만 오히려 값을 더 낮출 수 있음을 볼보가 몸소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메이커의 의지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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