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가 XJ 3.0을 새로 내놨다. 럭셔리 브랜드인 재규어에서도 최고의 차로 꼽히는 XJ시리즈에 3.0ℓ 엔진을 얹은 것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배기량이 낮아지면 가격도 내려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재규어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다.
▲디자인
재규어는 가장 개성이 강한 브랜드 중 하나다. 그런 개성을 보이는 차들은 대부분 슈퍼카, 스포츠카들이다. 페라리,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이 대표적이다. 세단에서는 단연 재규어다.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는 게 자동차시장의 세계적인 추세지만 유독 재규어는 다르다. 재규어를 닮으려는 차들은 있으나 재규어가 닮으려는 차는 없다. 적어도 디자인에 관한 한 재규어만큼 강한 개성과 고유의 아이텐티티를 잘 간직하고 있는 차를 보기 힘들다. 그 중에서도 XJ는 가장 재규어적인 디자인이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보디라인은 언제봐도 인상적이다. 헤드램프, 루프라인, 리어뷰 어느 각도에서 어디를 바라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인테리어는 고급스럽지만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고전적인 꾸밈이 소박하다고 할 정도다. 그러면서도 품격을 갖춘 디자인. 대시보드가 그렇다. 아무런 재주나 기교를 부리지 않고 평평한 면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평면에 필요한 스위치들을 배치했다. 인체공학을 고려해 곡면을 사용하거나 면을 비틀어 각을 주는 등의 기교는 없다. 칼로 가른 듯한 면에 필요한 기계들을 배치한 인테리어다. 묘한 건 서툴게 했으면 성의없고 싸구려처럼 보일 위험이 큰 레이아웃인데 재규어의 그 것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소박함 속에 품격이 묻어 있다.
차 안에 앉으면 포근하게 안기는 느낌이다. 차가 나를 보호해준다는 기분이 든다. 물론 부분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있다. 전체적인 선과 면은 아름다움을 잃지 않지만 센터페시아의 기능적이고 기계적인 배열은 아쉽다.
▲성능
XJ 3.0은 후륜구동방식이다. 하지만 커브길에서도 후륜구동 같지않게 안정적이다. 브레이크는 정확히 반응한다. 경우에 따라 브레이크가 거칠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서행중에 무심코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첫 반응이 강하다. 뭔가 "툭"하고 걸리듯이 브레이크가 반응한다.
주행안정성은 "역시 재규어" 소리가 절로 날 만큼 안정적이다. 마음먹고 가속을 시작하면 금방 시속 170km에 이른다. 조금 밟았다 싶으면 이 속도다. 제대로 하는 가속은 여기서부터다. 가속 페달을 바닥에 붙이면 탄력이 죽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시속 200km를 넘보는 고속에서 차의 안정성은 차에 대한 신뢰감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고속으로 달리면서 어깨에 힘이 꽉 들어가고 운전자의 심적 상태가 불안해지면 차를 믿고 싶어도 잘 안된다. 반대로 고속이지만 부담이 없고 불안하지도 않을 때 비로소 운전자는 차를 신뢰하게 된다. 이 같은 느낌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이어서 사람마다 차이는 있다.
실내는 조용하고 차는 힘이 있다. 가속반응은 한 템포 쉬고 나온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한 박자 있다가 차체가 힘을 받는다.
자동 6단 변속기는 전 영역에서 엔진출력을 부드럽게 조절해준다. 변속이 거칠거나 달리는 탄력이 중간에 끊기는 일은 없었다. 낮은 속도에서도, 높은 속도에서도 팽팽한 힘이 변속기를 통해 전해진다.
알루미늄 모노코크보디여서 5m가 넘는 길이에도 불구하고 공차중량은 1,539kg에 불과하다. 차급에 비해 가벼운 편이다. 3.0ℓ 240마력으로 XJ 3.5나 4.2에 비해서 센 힘은 아니지만 몸무게가 가벼워 충분한 성능을 낸다.
아쉬운 점은 서스펜션이다. 가벼운 차체를 지나치게 강한 서스펜션이 받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가끔 노면이 고르지 않은 곳에서 차체가 튕긴다는 느낌이 온다. 서스펜션이 충격을 충분히 흡수해서 걸러주는 점이 부족하다.
수입차의 약점은 현지화에 약하다는 것. 대표적인 게 내비게이션이다. 이 차에는 내비게이션과 TV 등이 이 적용돼 있어 좋다. 다만 모니터를 조작하기 위해 모두 3개의 리모컨이 필요한 게 문제다. 설명서를 따라 하기만 하면 쉽게 조작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편리함과는 거리가 있다. 쉽고 편하게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과제를 풀어야 할 것 같다.
▲가격
이 차의 장점 중 하나는 가격이다. XJ시리즈 중 가장 낮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시한 이 차의 판매가는 딱 1억원. 럭셔리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키고 다른 한 편에서는 시장의 키워드인 ‘가격’ 추세를 따라가기 위한 절묘한 선택으로 보인다. 어떤 사람은 이 차의 가격을 보고 당황할 지 모른다. 그러나 재규어 XJ 브랜드를 이 가격 밑으로 팔 수는 없다는 자존심과, 이 처럼 ‘합리적인’ 가격에 XJ를 팔겠다는 ‘상술’이 만나는 점이 바로 1억원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