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과 모터, 2개의 심장 가진 어코드 하이브리드

입력 2006년03월27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멀게만 느껴지던 일들이 어느 새 우리 곁에 와 있는 걸 종종 본다. 온 마을에 전화 1대 달랑 있던 그 옛날, 개인이 전화기를 들고 다닐 걸 상상이나 했던가. 마이카가 꿈이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세컨드카를 얘기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멀리 있는 사람과 얼굴을 보면서 대화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싶던 때가 있었으나 이제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됐다. 그렇게 꿈은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씩 차근차근 현실로 찾아 온다. 그렇다고 어느 날 갑자기 꿈이 현실이 되는 건 아니다. 수많은 노력과 시간이 쌓이면서 조금씩 우리 곁에 다가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카는 그런 면에서 꿈과 현실의 중간쯤에 있는 차다. 엔진에 더해 보조 동력장치로 모터를 갖춘 차다. 주행상황에 따라 엔진과 모터를 적절히 운용하면서 연료효율을 극대화하는 장점을 가진 미래형차. 그 차가 이제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들 태세다. 하이브리드카는 차세대 자동차의 궁극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연료전지차로 가는 과정에 징검다리같은 존재다.

혼다가 만든 어코드 하이브리드카를 만났다. 올 6월 전후해 시판할 예정으로 아직은 국내에서 시험주행중인 차다.

▲디자인
겉으로만 봐서는 기존 어코드와 구분하기 힘들다. 차 뒷부분에 적힌 "하이브리드"라는 표기만 없다면 휘발유차와 다른 부분을 찾을 수 없다. 어코드는 무난한 중형차의 모습 그대로다. 사람의 눈길을 순간적으로 확 잡아끄는 강렬함은 없다. 어느 거리에서나 차들의 흐름에 묻혀 가는 무난한 디자인이다.

엔진룸을 열면 주황색 굵은 배선이 엔진 주위를 휘감고 있다. 주황색이어서 금방 눈에 띈다. 144V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배선이다. 하이브리드카임을 말해주는 존재다. 하나 더. IMA라는 표시다. "integrated motor assist"의 앞글자. 전기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소형 DC 모터가 설치됐으나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성능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핵심은 IMA와 VCM이 적용된 엔진이다. IMA는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소형 DC 모터를 설치하고 보조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것. 이를 일체화된 PCU로 제어하는 것. 구조가 간단하다. VCM은 "variable cylinder managent"로 가변실린더 시스템이다. 주행상황에 따라 6개의 실린더 중 3개만 작동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 때론 6기통으로, 때론 3기통으로 변한다는 말이다. 엔진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이 차의 동력장치들이 작동하는 방식을 단계별로 풀면 이렇다. 정지 상태에서 엔진은 아예 꺼진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차가 완전히 서면 엔진도 멈춘다. 휘발유차가 공회전하는 조건에서 아예 엔진이 작동을 하지 않는 것. 오토스톱 상태가 되면 계기판에도 표시된다. 가속상태에서는 6개의 실린더에 더해 전기모터가 힘을 보탠다. 최대의 힘을 내는 조건이다. 계기판에도 "어시스트" 표시가 뜬다. 정속주행할 때는 모터가 작동을 중단하고 3개의 실린더도 비활성화된다. 3개의 실린더만으로 차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때 계기판에는 "ECO" 표시등이 들어온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감속할 때는 브레이크의 마찰에너지가 전기로 바뀌면서 배터리에 충전된다. 모든 작동상태에서 엔진과 모터가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최적, 최고의 효율성으로 차를 움직인다.

시동을 걸면 소리보다 차가 살짝 흔들리는 진동으로 느낌이 온다. 정신을 딴 데 두고 있으면 시동이 걸렸는 지 알기 힘들다. 실내는 대체로 조용했다. 정지할 때는 엔진이 아예 서버리고, 가속할 때도 엔진소리가 그리 큰 편이 아니다. ACM과 ANC 등 2개의 장치 덕이다. ACM은 "Active Control Engine Mount"의 약자로, 엔진의 흔들림을 제어한다. ANC는 "Active Noise Control"이다. 엔진 등에서 발생하는 특정 주파수의 소음을 파악하고 이를 상쇄시키는 음파를 스피커에서 내보내는 장치다. 소리로 소리를 잡는 셈이다. 소음과 진동에 대한 적절한 대처로, 중·저속에서 느끼는 이 차의 안정감과 승차감은 뛰어나다.

그러나 시속 120km를 넘기면서 바람소리가 점차 커지면 조용하다는 느낌은 온데간데 없고 시끄러워진다. 엔진소리에 대한 대책은 잘 마련됐으나 바람소리를 막기 까지는 무리였나보다.

하이브리드카의 힘은 굵고 튼튼하다기보다 얇고 가볍다. 파워풀하다기보다 필요한 만큼은 달리지만 조금 부족하다는 기분이다. 동력성능보다 효율과 연료의 경제성을 우선해야 하는 하이브리드카라는 성격 상 부득이한 면이 있다.

그래서 그런 지 타이어는 차체를 힘들어했다. 커브길에서 조금만 세게 돌려도 엄살 부리듯 비명을 지른다. 공부는 잘 하지만 체육을 못하는 모범생같다. 하지만 주행을 즐기기보다 조용하고 얌전한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큰 매력이 될 수도 있다. BMW나 인피니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차와 궁합이 안맞겠지만 조용하고 포근한 렉서스와 궁합이 맞는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
이 차의 연비는 12.3km/ℓ다. 하이브리드카를 아주 먼 미래의 차로 인식하고 대단한 성능과 엄청난 수준의 연비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실망을 줄 지 모를 연비 수준이다. 그러나 3.0ℓ급 엔진의 연비로는 아주 우수한 편이다.

이 차의 판매가격은 미정이다. 미국시장에서 3만1,000~3만3,000달러에 팔린다. 어코드 3.0 최고가보다 4,000달러 정도 비싸다. 국내에서 어코드 3.0 판매가격은 3,940만원. 이보다 500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 비싼 정도에서 가격이 결정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이다. 저공해차 보급을 위해 정부가 어떤 정책과 어느 정도의 지원금을 책정할 지에 따라 이 차의 가격과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을 듯 싶다.

이미 미국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카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 포드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및 인사이트, 토요차 프리우스, 렉서스 RX 400h, GMC 시에라 하이브리드 등이 주인공들이다. 아쉬운 건 국산 하이브리드카다. 개발을 마치고 시판단계라고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아무래도 국내에서 처음 팔리는 하이브리드카라는 기록은 아무래도 혼다 차지가 될 것 같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