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자동차 구매가 최근 크게 늘면서 자동차업체마다 여심(女心)을 잡는 데 고심하고 있다. 특히 계약 당사자는 남성이라 하더라도 실제는 여성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회사마다 여심을 움직이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여성의 승용차 구매비중은 지난해보다 평균 5% 가량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여성의 구매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소형차 외에 최근에는 중·대형차까지 여성의 힘이 작용하면서 업체마다 여성마케팅을 중·대형차로까지 확대하는 중이다.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경우 올해 2월까지 판매된 쏘나타와 그랜저 2만410대 중 여성 구매율은 27.6%(5,627대)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10만2,748대 중 여성이 차지한 27%보다 약간 증가한 수치. 또 르노삼성자동차는 올들어 SM3의 여성 구매율이 34%로 지난해 대비 4%포인트 늘어난 데 이어 SM5와 SM7의 여성 구매율도 각각 24%와 2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소형차에 치중하고 있는 GM대우자동차는 여성의 구매비중이 압도적이다. 마티즈 구입자 중 52%가 여성이며, 소형차인 칼로스와 젠트라도 47%나 된다. 또 라세티는 42%, 토스카는 30%의 구매자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도 여성 고객의 비중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법인 제외)의 여성 구매율은 평균 13%에 달했다. 수입차의 여성 구매율은 브랜드별로 차이가 큰 게 특징이다. 작은 차일수록 여성의 구매율이 높은 것. 대표적으로 미니의 경우 30%가, 폭스바겐은 22.8%의 구매자가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처럼 여성이 자동차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여성전용 자동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는 쏘나타 "엘레강스"와 아반떼XD "님프" 등 여성만을 위한 제품을 판매중이다. 특히 쏘나타 엘레강스의 경우 개발 초기부터 여성의 요구를 파악, 여성 오너에게 가장 필요한 요건을 모두 갖췄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여성 고객을 위한 첫 국산차를 꼽으라면 라노스의 외부 디자인을 대폭 개선, 여성 전용 컨셉트로 지난 97년 출시된 대우자동차(현 GM대우) 라노스 줄리엣을 꼽을 수 있다. 강렬한 붉은색으로 여성을 겨냥했던 줄리엣은 구입자의 70%가 여성이었다.
여성전용 자동차는 무엇보다 기능면에서 차별화된다. 현대 투싼은 여성의 키가 작다는 점을 고려해 힙포인트를 기존 SUV보다 낮은 717mm로 설정했다. 치마를 입은 여성이 쉽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자외선 차단효과가 큰 솔라 컨트롤 글래스도 적용했다. GM대우 레조와 마티즈의 경우 좌석 아래에 하이힐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함이 있고, 쇼핑백을 걸 수 있는 쇼핑훅, 화장용 거울, 아이들 장난감 사물함 등이 있다.
여성만을 겨냥한 마케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는 지난 9일부터 오는 4월6일까지 국내 최초로 여성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그랜저 릴레이 시승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당신에게 그랜저의 가치와 품격을 추천합니다’라는 주제로 실시하는 이번 이벤트는 그랜저를 시승한 여성 고객이 다음 시승할 여성 고객을 선정, 시승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시승고객으로 선정된 여성에게는 꽃다발과 함께 감사카드, 유류권 등을 선물해 감동을 유발해내고 있다. 작은 정성에도 고마워하는 여성의 심리를 이용한 것. GM대우는 지난 2월 배우 다니엘 헤니와 함께 하는 젠트라 팬사인회를 가진 바 있고, 최근들어서는 할인점과 백화점 등 주로 여성이 밀집되는 지역을 찾아 신차 전시회 등을 열고 있다.
정비마케팅도 활발하다. 이는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정비분야에 익숙치 않다는 점이 배경이 됐다. 현대와 GM대우는 매월 여성 고객을 초청해 정비교육을 실시중이다. 르노삼성의 경우 정비에 대한 여성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서비스센터 직원들의 친절교육을 보다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선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향후 40% 이상을 여성이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종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여성 운전자의 연령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용 자동차의 인기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 일부 자동차동호회에선 여성 오너들만의 동호회가 이미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여성의 입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은 무엇보다 스타일에 많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런 점에서 최근 자동차회사 연구개발부문에 여성 엔지니어가 적극 배치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산차와 수입차를 가리지 않고 여성을 겨냥한 업체들의 마케팅은 앞으로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