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마트, 인터넷 쇼핑몰이 몰고 온 ‘최저가 신드롬’이 자동차보험시장에서도 강풍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면 뜬금없이 남성전용 미용실 ‘블루클럽’이 떠오른다.
국내 자동차보험시장에 최저가 신드롬이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 2월로, 국내 최초로 자동차보험만 취급하는 단종보험사 ‘한국자동차보험’이 창업하면서부터다. 이 회사는 같은 해 12월 코리아디렉츠로 상호를 변경했고, 2001년 8월 교보생명에 인수돼 교보자동차보험으로 또다시 바뀌었다. 마침내 같은 해 10월 교보자보가 국내 최초로 사업비를 줄여 오프라인(일반) 자동차보험보다 평균 15% 저렴한 온라인(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을 선보이면서 최저가 신드롬은 그 실체를 드러냈다. 다른 한편으로는 차별화와 저비용을 통해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블루오션’이 자동차보험시장에 등장한 셈이었다.
여기에 2001년 8월 시작된 자동차보험 가격자유화로 보험사 간 보험료 경쟁이 본격화되고, 팍스인슈 등 오프라인 자동차보험료 비교견적업체들이 가세하면서 최저가 신드롬은 점차 거세지기 시작했다. 이후 다음다이렉트 등 새로운 자동차보험사가 등장하는 건 물론 기존 보험사들도 잇따라 온라인 자동차보험시장에 진출했다. 마침내 4월 현대의 하이카다이렉트가 선보이면서 오프라인상품 취급 보험사(10곳)보다 온라인상품 취급 보험사(11곳)가 많아져 ‘최저가 신드롬’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 동안 온라인 자동차보험은 커트가격 5,000원의 ‘블루클럽’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블루클럽은 지난 98년 남성 소비자에게 머리를 감고 손질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대신 그 만큼을 이용료에서 제외하는 저가정책을 펼친 지 7년만에 체인점이 1,000여곳으로 늘어나는 성공을 거뒀다. 블루오션의 성공사례로도 소개된다.
그러나 블루클럽이 미용분야에 개척한 ‘블루오션’은 현재 ‘레드오션’으로 변했다. 블루클럽이 자리잡아가자 ‘바리깡’ 등 후발업체들이 도전장을 내민 데다 기존 미용실들도 잇따라 가격경쟁에 뛰어들어 이제는 경영이 힘들더라도 값을 올리기 힘든 상황에 처한 것. 이를 두고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 시사주간지에서 “블루클럽은 가치 혁신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으나 동시에 다른 경쟁자들에게 ‘가격경쟁의 신호’를 보냈고, 그러자 오래 지켜진 암묵적 고가 카르텔이 깨지면서 출혈경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자동차보험도 블루클럽처럼 소비자가 ‘손품’을 파는 대신 그 만큼 가격을 낮춰주는 전략을 펼쳤다. 소비자와 직접적인 연계(전화와 인터넷)를 추구, 판매조직을 최소화한 뒤 설계사나 대리점에 주는 수당을 줄였고, 이를 통해 대외적으로 평균 15% 정도 저렴하다고 선전하면서 보험료와 서비스가 ‘고만고만’했던 자동차보험시장에 저가바람을 일으켰다. 게다가 자동차보험료까지 자유화되자 비슷비슷한 상품을 판매하게 만들었던 ‘자동차보험 카르텔’은 붕괴돼 보험료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여기에다 각 보험사별 보험료를 비교해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보험료비교견적업체들은 성황을 누리면서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이 처럼 상황이 빠르게 변해자 다음다이렉트, 교원나라 등 온라인 자동차보험사는 물론 대한화재, 제일화재 등 기존 중소형 보험사들이 온라인시장에 뛰어들었다. 보험료 인하 경쟁은 ‘제살깎기’라며 비판적 관망 자세를 취했던 동부화재 등 대형사들도 슬그머니 진출했다. 4월에는 현대해상이 하이카다이렉트를 공격적으로 출범시켰고,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도 ‘업무용과 영업용’이긴 하나 온라인시장에 발을 담궜다.
그러나 온라인 자동차보험이 보낸 ‘가격경쟁의 신호’는 미용분야에서처럼 ‘출혈경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자동차보험을 판매중인 국내 보험사들의 평균 손해율은 76.55%, 평균 사업비율은 32.51%로 합계는 109.06%로 나왔다. 보험료를 100만원 받았을 때 지출된 비용은 109만원으로 9만원의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설계사나 대리점 수당을 없애 사업비(마케팅비, 인건비, 모집수수료 등)를 줄였고, 이로써 보험료를 내릴 수 있었다는 명분도 치열해진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빛을 바랜 것이다. 올들어 손해율이 조금 개선됐으나 지난해 12월 한 달동안의 손해율은 평균 93.0%에 이를 정도로 출혈이 컸다.
온라인 자동차보험으로 촉발된 가격경쟁은 그 동안 보험사들이 암묵적 담합을 깨뜨리고 다양한 특약 개발에 뛰어들게 만들어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제는 보험사들이 가격경쟁에만 몰입하다 보면 ‘공멸’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최저가 신드롬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그 동안 보험사들이 비싼 보험료를 받아 왔다고 판단, 싼 보험료에도 만족하지 않고 더욱 싼 보험료를 원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소비자들에게도 가격경쟁이 항상 좋은 건 아니다. 자동차보험은 ‘십시일반, 상부상조’라는 공익적 측면이 강하나 ‘수지상등’이라는 원칙에도 적용된다. 더 나아가 보험사는 ‘최대한의 이익실현’이라는 사기업으로서의 목적을 추구해야 한다. 따라서 보험료가 계속 인상되고 서비스가 축소되는 문제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 4월부터 보험료가 4% 정도 오르고, 무료로 제공됐던 긴급출동 서비스가 유료화된 뒤 매년 이용료가 인상되고 있는 게 그 예다. 또 보험사가 인수지침을 통해 ‘입맛에 맞는 소비자만 골라 받아’ 소비자의 보험사 선택권이 제약받을 수 있다. 상당 부분 사라진 카르텔이 소비자나 금융당국 모르게 더욱 정교해진 모습으로 다시 등장할 수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 ‘블루오션 지키는 법’에 따르면 블루오션을 지키는 기업들은 경쟁자들이 발을 담그면 경쟁이 일어나기 전에 새로운 영역을 찾아 움직이고, 열렬한 팬을 확보해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특징을 갖고 있다. 블루클럽의 경우 가격경쟁으로 촉발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염색 등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고, 미국과 중국에 가맹점을 설치하는 등 새로운 전략을 펼쳐 왔다. 자동차보험업계에서도 일부 보험사들이 수입차 또는 종교인 전용 보험 및 온라인 맞춤형 상품 개발, 중국 시장 진출 등 새로운 블루오션 또는 틈새시장 개척으로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보험사들이 가격경쟁에만 매달리지 않고,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를 계속 선보여 수익성을 높이며,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도 충족시키는 또다른 블루오션을 개척해 나가길 기대한다.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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