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턴이 처음 등장한 건 2001년 9월이다. 당시만 해도 쌍용자동차는 무쏘와 코란도를 주축으로 라인업을 구축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가 2001년 2월 테라칸을 출시하며 고급 SUV시장을 선점하자 쌍용은 같은 해 9월 렉스턴으로 맞불을 놓았다. 당시 렉스턴은 최고출력면에선 테라칸에 비해 30마력 가까이 뒤졌으나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이를 극복하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실제 2002년 렉스턴은 4만7,000대가 판매됐고, 이듬해는 4만대가 팔려 나갔다. 반면 테라칸은 2002년 3만6,000여대에서 이듬해는 2만1,000대 수준에 머물렀다. 성능으로 보면 테라칸이지만 소비자들은 성능보다 디자인과 상품성편에 섰던 셈이다.
쌍용은 2003년 12월 뉴렉스턴을 출시했다. 뉴렉스턴은 무엇보다 성능이 보강됐다. 2,900cc 배기량을 2,700cc로 낮췄으나 오히려 출력은 40마력 가까이 올렸다. 덕분에 고급 SUV의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2004년에는 2만9,000여대가 판매됐다.
렉스턴Ⅱ는 쌍용이 뉴렉스턴의 구동계 강성을 보강한 뒤 VGT 엔진을 얹어 성능도 높인 모델이다. 여기에 외관뿐 아니라 편의기능까지 체어맨을 닮도록 만든 뒤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국산 SUV로서 최고급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디자인
앞모양은 누가 봐도 체어맨을 닮았다. 사실 닮았다기보다 일부러 닮도록 만들었다는 게 더 정확하다. 쌍용은 뉴체어맨의 디자인에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렉스턴Ⅱ도 뉴체어맨을 따르도록 했다. 일부에선 이를 패밀리룩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쌍용은 단지 최고급 이미지를 내기 위해 최고급차의 이미지를 차용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설명한다. 다만 뉴체어맨과 차이가 있다면 뉴체어맨의 경우 헤드 램프 테두리의 크롬 라인이 바깥에서 라운드 처리됐지만 렉스턴Ⅱ는 크롬 라인이 헤드 램프 안으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히려 깔끔함이 돋보인다.
반면 뒷모양은 큰 변화가 없다. 리어 램프가 조금 달라졌는데, 형태는 그대로 둔 채 방향지시등과 제동등의 위치를 위아래로 바꿨다. 또 알루미늄 휠의 크기를 18인치로 키워 당당해 보이도록 했다. 대한민국 1%의 지도자들에게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광고 문구처럼 전반적인 스타일에선 자신감이 묻어난다.
실내에 앉으면 편의성에 꽤나 신경썼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핸드폰 거치대와 AUX 잭이 있다. AUX 잭은 DMB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등의 기기를 액정 모니터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진화지만 렉스턴Ⅱ 구입자의 대부분이 중·장년층이란 점에서 활용도는 높지 않을 것 같다.
센터페시어는 원형 디자인으로 차별화했다. 전반적으로 일체감을 강조하려 한 흔적이다. 모니터는 6.5인치이며, DVD체인저에는 8매가 들어간다. 1열과 2열 좌석열선은 5단으로 조절이 가능하며, 동반석 하단에 서랍 형태의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컵홀더에는 보조패드를 덧대 다양한 크기의 병이나 캔을 놓을 수 있도록 했다. 센터페시어와 센터콘솔 등은 무광 우드그레인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사소한 것이라도 고급화 개념에 충실히 따른 셈이다.
▲성능
렉스턴Ⅱ는 RX5와 RX7 및 노블레스 등으로 구분된다. RX5와 RX7의 차이점은 최고출력과 구동방식이다. 배기량은 두 차종 모두 2,696cc로 같으나 RX7의 경우 VGT 방식을 채용해 최고출력이 191마력에 이른다. RX5는 구동방식을 2WD와 4WD, TOD 중 선택할 수 있고, RX7과 노블레스는 AWD 방식이 적용됐다. 시승차로 나온 노블레스는 뉴체어맨에 장착된 EAS(전자식 에어 서스펜션), EPB(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TPMS(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기능이 포함됐다.
먼저 시동을 걸었다. 조용하다. 그렇다고 디젤차 특유의 밸브 작동소음이 없는 건 아니다. 디젤차로는 비교적 조용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계기판에 표시된 자동차 그림에서 전후좌우에 녹색불이 들어온다. TPMS가 작동, 운전자에게 이상 없음을 알려준다.
가속을 위해 자동변속기 레버를 내리려는데, 독특한 위치에 있는 T-트로닉 스위치가 보인다. 일반적으로 수동 겸용 자동변속기는 변속레버를 위아래로 움직여 변속을 제어한다. 그러나 렉스턴Ⅱ에는 T-트로닉이 변속레버 바로 옆에 조그만 스위치 형태로 부착돼 있다. 쌍용은 이를 두고 T-트로닉에서 진화한 E-트로닉이라고 설명한다. 렉스턴Ⅱ와 같은 고급 SUV 구입자의 대부분이 중장년층인 데다 평소 수동 모드의 운전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용이 편리한 E-트로닉으로 바꿨다는 것. E-트로닉의 변속조절 스위치는 스티어링 휠에도 붙어 있다. 변속레버 옆과 스티어링 휠에 ‘+’와 ‘-’로 표시된 스위치를 통해 변속이 가능하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고 속도를 높였다. 191마력(4,000rpm)에 41.0㎏·m(1,600~3,000rpm)의 엔진 성능이지만 2t이 넘는 차 무게 때문인 지 순발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출발만 조금 굼뜰 뿐 움직이기 시작하면 빠르게 속도가 올라간다.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엔진회전 영역대가 넓다는 점이 확인된다. 가속은 시속 180㎞까지 무난히 올라가는데, 적어도 힘이 없다는 악평을 듣지는 않을 것 같다.
승차감은 좋다. 여기서 좋다는 의미는 승용형 SUV 컨셉트에 충실히 따랐다는 점에서 그렇다. 에어 서스펜션 도입으로 순간적인 충격흡수력이 향상돼 노면의 잔진동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단단해진 듯하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느껴지는 핸들링은 가볍다. 차의 무게감과는 정반대다.
물론 승차감은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다. 언젠가 자동차회사의 개발시험자로부터 승차감을 평가하는 방식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개발 엔지니어들은 소비자들이 느끼는 승차감을 만들어내는 데 주로 주관적인 방식을 많이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즉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승차감이어서 오랜 경험의 소유자들이 차를 타보고 평가하면 이를 반영해 튜닝한다는 것. 물론 각종 장비도 활용하지만 승차감과 핸들링분야는 여전히 사람의 감각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평가자의 주관에 따라 승차감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행중 소음은 개선해야 할 점이다. 시승차가 시험용차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주행중 실내로 밀려오는 소음은 잡아야 할 것 같다. 특히 중·저속에서 엔진소음은 크게 들린다. VGT 적용으로 흡기소음이 커졌고, 이를 사운드로 즐기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최고급 프리미엄 SUV, 게다가 소음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최대한 높이려면 흡음재가 보강돼야 할 것 같다.
시승 /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