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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십천을 내려다 보는 산등성이 도화밭. |
새 색시 뺨처럼 발그레한 복사꽃이 온동네를 붉게 물들였다. 아직 만개하지 않은 봉우리를 품은 나무들은 수줍은 연분홍으로, 햇볕 가득한 산등성이엔 만개한 복사꽃이 붉디붉다.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초록색 보리 융단 위에 펼쳐지는 붉은 복숭아꽃의 향연은 취할 만큼 황홀하다. 그야말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매년 4월20일을 전후해 복숭아 재배단지인 영덕읍 화개리 오십천변 일대와 지품면 일대는 복숭아꽃이 만발해 장관을 이룬다. 이 맘 때면 그 장관을 잡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드는 사진작가와 관광객들의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영덕군은 이 시기에 때마침 대게축제도 함께 개최해 신명나는 축제한마당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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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분홍 복사꽃. |
복사꽃길은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에서 34번 국도를 타고 안동~진보를 거쳐 황장재 고개를 넘으면 영덕까지 이어진다. 차를 타고 달리면 좌우로 연분홍색 산자락과 둔덕이 이 곳을 흐르는 오십천과 어우러져 황홀하면서도 풍류 넘치는 봄날 정취를 만들어낸다. 황장리, 지품리, 복곡리, 수암리, 낙평리, 신안리 등 영덕군 지품면의 대부분 마을에서는 분홍빛 복사꽃이 아낌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삼화리 삼협마을은 산자락 전체가 복숭아밭이다. 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광활한 복숭아밭이 펼쳐진다.
이 처럼 영덕이 복사꽃 고장으로 유명해진 건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0년대 후반 사라호 태풍이 한반도를 덮쳤을 때, 영덕도 예외는 아니어서 논과 밭이 완전 폐허로 변했다. 농민들은 그 빈자리에 뭘 심을까 고심하다가 유실수를 심기로 결정하고 집집마다 복숭아나무를 심었다. 거기다가 이 곳 토양은 인산 성분이 많아 복숭아가 자라기에 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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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가는 곳마다 복사꽃이다. |
복숭아 수확기는 여름철이라 지금은 꽃으로만 만족해야 하지만 이 곳 특산품인 복숭아병조림은 구입할 수 있다.
복사꽃에 취해 붉어진 얼굴을 식히는 데는 해안 드라이브가 제격이다. 강구~대진을 잇는 해안도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드라이브코스로 손꼽힌다. 검푸른 동해가 지척에서 넘실거리고, 비릿한 생선냄새에 갈매기떼 끼룩대는 작은 포구 풍경은 진한 삶의 냄새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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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맞이공원. |
오래 전 방송됐던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배경지인 강구항은 아직도 그 흔적이 곳곳에 남아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게다가 이 곳은 영덕대게의 본고장으로, 소문난 영덕대게의 탱탱하고 쫄깃함을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 영덕대게는 몸집이 커서 대게가 아니라 다리가 대나무처럼 크고 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껍질이 얇고 살도 많은 영덕대게는 살맛이 담백하면서도 독특한 향기가 나기 때문에 뒷맛이 개운하다.
창포리에서 대탄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에는 해맞이공원이 조성돼 있다. 원래 이 곳은 나무가 무성했으나 지난 97년 원인모를 화재가 일어나 10만여평이 고스란히 불타버린 후 공원이 만들어졌다. 약 1km에 이르는 나무계단과 전망대, 벤치, 파고라 등이 만들어져 있고, 시를 새겨 놓은 시화와 함께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이 곳 전망대에 서면 한 치 망설임없이 탁 트인 동해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뒤쪽으로는 한국 최대 풍력발전소의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바닷바람에 빙글빙글 돌아간다. 그 모습이 마치 우주의 한 기지국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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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력발전기. |
*가는 요령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에서 나와 안동에서 국도 34번을 타고 청송·영덕 방향으로 향한다. 임하호를 끼고 달리다 보면 어느 새 진보면 월전리 3거리. 직진해 국도 34번을 따라 계속 달리면 황장재를 넘어 영덕읍까지 이어진다. 영덕에서 해안도로를 타려면 강구로 가는 방법도 있으나 중간에서 좌회전해 산을 넘어 해안도로와 만나는 길이 2개 있다. 강구쪽으로 가다가 영덕여고 부근 3거리, 또는 금호2동 3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산을 넘어 각각 하조, 금진이랑 만난다. 강구에서 축산까지의 거리는 약 26km.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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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쪄낸 영덕대게. |
강구항 대게거리에 영덕대게 전문집 100여곳이 성업중이다. 수족관에 있는 대게를 고르면 즉석에서 찜을 쪄준다. 막 쪄낸 뜨끈뜨끈한 대게를 먹는 요령은 먼저 다리 살을 발라먹고 게 뚜껑을 열어 속의 누르스름한 내용물에 깨소금, 참기름, 김 등을 넣고 밥을 비벼 먹는다. 영덕대게의 진수를 선보이는 곳은 창포방파제 부근의 창포활어횟집(054-733-6994). 대게요리 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솜씨는 대게전, 대게초밥, 대게샐러드, 게장밥 등 7가지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