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자는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주로 취재하는 분야가 중고차와 금융인데 이 중 포털사이트에 올라가는 중고차 기사에는 악성 댓글(악플)이 많이 붙는다. 그 만큼 중고차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기는 하지만 중고차가 지닌 장점이 기사내용에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중고차 종사자들은 모두 도둑놈’, ‘차라리 돈 모아 새 차 사지, 중고차 사면 돈 버린다’는 투의 댓글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지독한 불신이다. 심지어 그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해서도 ‘중고차업체로부터 돈 먹었냐’는 식의 인신공격을 하기도 한다. 기분이야 상하지만 악플을 찬찬히 읽어 보면 이 같은 불신을 해결하는 핵심은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는 단순한 개념정리에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누구나 알듯 중고차는 신차가 아니다. 신차는 품질이 대개 균등한 반면 중고차는 소유자의 운전습관 및 관리 여부, 사고 및 수리상태, 주로 운행한 지역 등 수많은 조건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 신차와 다른 중고차를 두고, 중고차를 샀다가 낭패를 당한 경험이 있거나 그런 경험을 들은 적이 있는 소비자들은 중고차는 아예 사지 않는 게 좋다며 신차와 중고차는 ‘틀리다’고 정의 내린다. ‘다르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틀리다는 뜻이 담겨 있다. 중고차업에 종사하는 딜러들도 차를 사간 소비자가 성능이나 상태에 문제를 제기할 때 중고차는 신차와 틀리다고 무심코 말한다.
그렇다면 중고차는 신차와 틀린 상품일까. ‘틀리다’는 단어 속에는 부정적인 뜻이 들어 있다. 옳고 그르다는 가치판단에 근거를 두고 있다. 차별을 나타내기도 한다. 따라서 선악의 가치판단에 따라 중고차는 신차와 틀리다고 한다면 중고차는 사라져야 할 ‘악’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중고차를 원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가격이 싸서, 세금이 적어서, 선택폭이 넓어서 등등 그 이유도 가지가지다. 이런 소비자들에게는 중고차가 분명 존재할 가치가 있다. 이 말은 결국 중고차는 신차와 반대되는 ‘틀린’ 상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틀리다는 개념과 혼동돼 쓰이고, 때로는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뜻을 나타내는 단어가 바로 ‘다르다’다. 중고차는 신차와 ‘틀린’ 상품이 아니라 ‘다른’ 상품이다. 다르다는 건 틀리다와 달리 옳고 그름의 문제를 벗어난다. 틀리지 않다는 건 존재할 가치나 이유가 있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 틀리다는 닫혀 있는 ‘이분법적 사고’이고, 다르다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열린 사고’다. 틀리다는 ‘차별’이고, 다르다는 ‘차이’다.
사실 중고차가 신차와 ‘틀린’ 상품으로 여겨지는 데에는 중고차업계가 ‘욕먹을 일’을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중고차는 ‘중고’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중고이기 때문에 성능에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그 것은 고스란히 중고차를 사고 파는 매매업체와 중고차딜러에게 돌아온다. 이러한 중고라는 한계를 소비자들이 틀리다는 의미를 지닌 ‘원죄’로 인식하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중고차업계의 책임이 크다.
지난 수십 년간 중고차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을 속여 폭리를 취하며 부를 축적한 매매업체나 딜러들이 많았다. 2000년 이후 온라인 중고차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중고차업계가 독점해 온 각종 정보들이 공개되는 등 상황이 변했고, 중고차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각도 유연해졌으나 여전히 예전의 못된 버릇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미끼상품’과 ‘허위 고지’ 등으로 소비자를 속이는 딜러들이 있다. 이러한 악성 딜러들의 행태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기존의 부정적인 시각과 결합되면서 중고차는 ‘신차와 다른 상품’이 아니라 ‘죄짓는 상품’, ‘신차와 틀린 상품’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딜러들도 어느 새 ‘아버지에게도 속여 파는 패륜아’가 됐다.
소비자들도 문제다. 중고차가 신차와 다르다는 걸 분명 알고 사면서도, 신차와 다르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는 걸 알면서도 작은 이상이라도 발생하면 앞뒤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중고차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가격은 중고차지만 품질은 신차(버금가는)’라는 기준에 맞지 않으면 ‘속았다’라는 생각으로 곧바로 이어지기도 한다. 중고차를 딜러에게 팔 때도 마찬가지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살 때 붙는 20~30%의 마진은 따지지 않으면서 중고차에 붙는 10~20%의 마진은 인정하지 않는다. 중고차 마진에는 차를 ‘때빼고, 광내고, 고치는’ 상품화 비용과 각종 금융비, 주차비, 소개비가 붙어 딜러 개개인이 가져가는 이윤은 더욱 줄어든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소비자들은 또 차를 딜러에게 사고 판 뒤에도 ‘중고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지고, 차마다 품질이 달라 가격도 차이난다’는 평범한 상식을 무시하고, 몇 달 뒤 다른 사람이 같은 차종을 자신보다 좋은 가격에 사고 팔았다면 ‘사기당했다’고 여긴다. 머리에 뿌리내린 ‘중고차 딜러는 사기꾼’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한 데다 ‘중고차와 신차’의 차이점을 무시해서다. 이에 맞서 요즘 딜러들은 소비자들이 자신들을 사기꾼 취급한다며 반발하고, 오히려 차를 잘 아는 소비자들이 딜러를 속이는 경우가 많다며 항변한다.
중고차를 놓고 벌어지는 소비자와 딜러 간의 갈등은 앞으로도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기만 한다면 시간이야 걸리겠으나 갈등의 골이 상당 부분 메워질 수 있지 않을까. 틀리다 대신 다르다고 인식하는 게 서로의 신뢰를 회복하는 밑걸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황사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발길이 잦아져 중고차시장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아무쪼록 딜러들은 사기판매로 한 몫 잡으려는 구태를 없애면서 신차와 다른 중고차의 매력을 적극 알리고, 소비자들도 중고차를 신차와 틀린 상품이 아닌 다른 상품으로 받아들여 중고차의 매력을 맛보는 모습을 하루빨리 그리고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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