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자동차업계 내에선 정몽구 회장의 구속수사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점이 적극 부각되고 있다. 심지어 현대·기아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까지 심심찮게 나오는 중이다. 그렇다면 한국자동차산업은 정말 위기일까.
전문가들이 현대·기아의 위기론을 들고 나오는 건 양사가 국내에서 차지하는 산업비중이 적지 않아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그 비중이 얼마나 될까. 우선 현대·기아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 4월 73%에 달했다. 또 수출비중은 67%에 이른다. 거의 절대적이다. 완성차업체로 이 정도 규모라면 협력업체만도 수천 개에 달할 수밖에 없다. 엄청난 규모의 산업집단이 완성차회사 총수 한 사람의 구속수사로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위기론은 어쨌든 현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과정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4월 판매실적을 두고 상당수 언론이 현대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밑돌았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여기엔 어디까지나 현대가 자체적으로 정한 점유율 마지노선인 50%가 기준이 됐다. 회사 자체로 잡은 기준 이하로 점유율이 내려갔다고 해서 검찰 수사가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언론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시장점유율 50% 이하를 국가경제 위기론으로 부풀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의 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국자동차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는 도를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
국내 완성차 5사의 누적 판매실적만 놓고 보면 여전히 현대의 점유율은 50%를 넘어 51.4%에 달한다. 4월 시장점유율이 49%로 내려갔다고 해도 이는 곧 다른 자동차회사의 점유율 상승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국내 자동차시장은 이미 성숙된 포화시장이어서 신규수요보다는 대체수요가 훨씬 많다. 즉 현대의 점유율 하락은 곧 다른 자동차회사의 성장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현대의 점유율 하락이 한국의 자동차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4월 수출실적이 줄어든 건 환율하락과 고유가라는 외부요인에 따른 결과라고 보는 게 옳다. 비록 미국 딜러들이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정 회장의 구속수사가 미국에서 품질좋은 차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판단을 돌려 놓을 정도로 큰 관심사는 아니다. 쉽게 보면 업계의 관심사지 미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현대와 도요타, 현대와 혼다를 비교하며 차를 구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환율하락으로 일본차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졌고, 브랜드 이미지에서 앞선 일본차에 밀렸던 것이다.
일부에선 전월 대비 내수 판매실적이 줄어든 점을 위기론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전월 대비 내수 판매실적은 완성차 5사 모두 줄었다. 다만 감소율에선 현대가 14.4%로 다소 컸다. 또 수출에선 기아의 감소율이 높았다. 그러나 GM대우도 전월 대비 수출실적은 감소했다. 반면 현대와 기아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수출이 증가했다. 물론 나머지 회사도 모두 늘었다. 결국 4월 수출실적이 전월에 비해 뒷걸음친 건 현대·기아만의 문제라기보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정 회장의 구속수사가 당장 한국자동차산업의 위기를 불러온다는 얘기는 지나친 비약으로 볼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라는 회사가 총수가 구속됐다고 쓰러질 만큼 허약한 체질도 아니다. 따라서 총수의 구속을 자동차산업의 위기로 몰아가는 건 별로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내부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어떻게든 원가절감을 통해 환율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힘써야 한다. 현대·기아그룹의 조직력으로 볼 때 현재는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야 한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사태를 들어 "성장통"으로 표현했다. 적절한 비유다. 지금은 성장을 하기 위한 진통을 하는 단계인 셈이다. 진통이 곧 붕괴를 의미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번 일로 한국자동차산업의 위기론을 들먹이는 것보다는 머리를 맞대고 현재의 외부 위기 극복 방안을 찾는 게 더 시급하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