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만큼 초록이 아름다운 때가 없다. 눈길 주는 곳마다 꿈결같은 초록이 넘쳐흐른다. 파도처럼 초록이 넘실거리는 곳. 전남 보성은 지금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초록의 향연이 펼쳐진다. 혹시 그대는 지금 팍팍한 삶에 지쳐 마음자리를 잃어버렸는가. 그렇다면 망설이지 말고 이 곳으로 떠나라. 끝을 모르는 초록의 향연과 마주하는 순간 삭막한 마음에 찰랑찰랑 소리 내며 차오르는 위로와 위안을 느낄 것이다.
전국 최대의 차 주산지인 보성은 해마다 이 맘 때 다향제를 연다. 올해는 5월6일부터 9일까지다. ‘녹차 수도’라는 자부심을 맘껏 자랑하는 기간이다. 32회째를 맞는 이번 다향제 기간동안에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초록이 꿈꾸는 세상’을 주제로 차의 풍작을 비는 다신제, 찻잎 따기 경연과 체험 등 차 문화행사와 녹차 웰빙 체험, 일림산 철쭉제, 천년고찰 대원사에서 전통문화 체험, 녹차밭 대향연, 다향백일장, 전국산악자전거 경주 등이 마련돼 있다. 관광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차관련 체험프로그램은 흥미롭기 그지없다. 차를 이용한 떡과 김치 등 녹차음식 만들기와 차 도구 만들기, 차 씨앗 나눠주기, 녹차뷰티 미용체험, 해수녹차탕 목욕, 녹돈 구워먹기를 비롯해 차밭 버스투어도 이뤄진다.
보성이 녹차의 고장으로 자리잡은 건 지형적인 영향이 크다. 한반도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 바다와 가깝고, 기온이 온화하면서 습도와 온도가 차 재배에 아주 적당한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1939년 무렵에 활성산(구 학성산) 자락 일대에 차밭이 조성되기 시작해 점차 그 면적을 넓혔다. 근래들어 녹차의 효능이 현대인의 건강과 미용에 특효임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녹차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차 재배농가가 점차 늘어나 현재 보성군은 전국 생산량 46%의 녹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은 보성읍 봉산리에 있는 대한다업관광농원. 봉산리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산록에 자리잡은 농원은 무려 30여만평이나 되는 드넓은 평원을 형성하고 있다. 연간 다녀가는 관광객 수가 100만명이 넘고, 각종 CF촬영과 영화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특히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울창한 삼나무숲 오솔길은 누구나 한 번쯤 거닐며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곳이다. 산등성이 층층이 부드러운 녹색 등고선을 그리는 차밭의 장관에 눈이 행복하고, 은은한 차향에 취하고, 부드러운 차맛에 입이 즐거워지다 보면 어느 새 보성 차밭 나들이는 마음까지 환해진다.
다향제의 즐거움만이 아니다. 이 맘 때면 전국 최대의 철쭉 군락지를 자랑하는 100만평의 일림산 철쭉꽃이 어우러지는 장관을 함께 할 수 있고, 남도 판소리를 대표하는 서편제의 본고장 보성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여행 마무리는 율포해수욕장 내 위치한 해수녹차탕에서 풀면 안성마춤.
*가는 요령
호남고속도로 광주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화순-능주-보성으로 향한다. 보성읍에서 18번 국도를 타고 율포해수욕장 방향으로 8㎞쯤 가면 활성산 봇재에 닿는다. 대한다업은 봇재고개 전에 위치한다.
*맛집
보성경찰서 위 군청 밑에 자리한 한길로회관(061-853-0202)이 오래된 음식점. 신선한 각종 해산물과 젓갈류 등의 푸짐한 밑반찬이 나오는 한정식이 대표 메뉴. 대한다업농원(061-852-2593, 061-853-2595) 안에 녹차를 이용한 각종 음식(녹돈, 녹차칼국수 등)을 맛볼 수 있는 식당과 기념품점이 곳곳에 있다. 유명한 짱뚱이탕과 바지락회를 맛보려면 벌교로, 율포리로 나가야 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