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엔진은 아무래도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는 선입견이 있다. 가솔린엔진은 상대적으로 고급스럽다는 생각도 있다. 럭셔리 세단에 디젤엔진이 올라가 있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해서다. 또 트럭, 버스 등 크고 힘세지만 ‘덜 고급스러운’ 차들에 어김없이 디젤엔진이 장착된 걸 보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가솔린엔진이 더 ‘고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재규어 S-타입 2.7 디젤 모델을 만나면 순간적으로 당황하게 된다. 영국 왕실에서 탄다는 대표적인 럭셔리 세단인 재규어에 저급(혹은 덜 고급스러운)한 디젤엔진을 얹는다고? 재규어는 고급차라는 선입견과, 디젤은 고급스럽지 않다는 관념이 충돌을 일으킨다. 최고의 차로 인정받는 벤츠에 디젤엔진이 적용되는 것과는 또 다른 쇼크다. 벤츠야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 자동차메이커임이 분명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택시는 물론 트럭과 버스 등 대형차까지도 만드는 종합 자동차메이커인 만큼 디젤엔진을 쓴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지만 재규어는 좀 다르지 않은가.
충격을 벗어나는 길은 간단하다. 디젤엔진은 고급이 아니라는 선입견을 버리면 된다. 벚꽃이 흐드러진 봄길을 재규어 S-타입 2.7 디젤을 타고 신나게 달렸다.
▲디자인
재규어 S-타입을 정면에서 보면 재미있다. 고전적인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약간의 코믹함을 섞은 듯 묘한 분위기가 난다. 일본차 미쯔오카가 떠오르기도 한다. 굳이 따지자면 미쯔오카가 재규어를 닮았다고 해야 한다. 어쨌든 라디에이터 그릴이 마치 짐승의 입처럼 크게 자리잡고 그 양옆으로 동그란 눈이 있다. 이 차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이다. 보닛을 열면 그 끝선이 복잡한 굴곡과 예리한 각을 이룬다.
개인적으로는 재규어의 엉덩이, 즉 트렁크 라인을 좋아한다. 살짝 아래로 처진 엉덩이다. 길게 뒤로 빠지면서 아래로 살짝 내려온 라인이 보기 좋다. 재규어는 길지만 얇아서 공간이 넓지는 않다. 덩치에 비해 실내공간은 효율적이지 않다. 재규어를 기준으로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래서 불편한 사람과, 그래도 좋은 사람. 후자라야 재규어 오너가 될 수 있다. 단적으로 얘기해서 그렇지 S-타입은 불편을 느낄 만큼은 아니다.
인테리어는 ‘단순과 고급’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체공학을 얘기하며 다양한 곡선과 비대칭 선들을 적용하는 요즘 차들과 달리 시승차의 인테리어는 단순한 직선과 평면으로 구성됐다. 센터페시아를 포함하는 대시보드를 보면 명쾌하다. 복잡하지 않은 디자인이 고전적으로 느껴진다면 이를 구성하는 소재는 최고급이다. 가죽과 나무가 손에 닿을 때 느껴지는 질감은 여느 다른 차들에서 느끼는 그 것과 다르다. 손에 감기는 스티어링 휠, 복잡하지 않은 버튼들 그리고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센터페시아.
5인승 세단이지만 굳이 다섯 명을 태우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최대 4명이 타면 딱 좋다. 후륜구동이어서 센터 터널이 뒷좌석 바닥을 정확히 2등분하면서 가르고 있어서다.
▲성능
밟으면 시속 180km까지는 쉽게 가속한다. 206마력의 최고출력도 압권이지만 1,900rpm에서 나오는 44.4kg·m인 최대토크가 더 크게 와닿는다. 오른발로 가속 페달을 툭툭 치면 예만하게 반응한다. 디젤엔진의 굵은 힘이 저속에서부터 강하게 어필한다. 낮은 속도에서부터 시속 200km를 넘보는 고속에 이르기까지 그 굵은 힘이 받쳐준다.
속도가 오를수록 오디오 소리도 스스로 커진다. 바람소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은 정도다.
엔진 소리는 두 가지 반응을 부른다. 차 밖에서 소리를 들을 땐 누가 들어도 크고 시끄러운 디젤엔진이다. 그러나 차 안에 들어서면 디젤이라고 단정짓기 힘들 정도로 조용해진다. 흡음 및 차음재를 충분히 써서 그럴까. 밖에서 차문을 닫을 때 힘없이 밀면 제대로 닫히지 않는다. 힘있게 밀어야 한다. 실내가 그 만큼 잘 밀폐된다는 말이고, 그 만큼 바깥 소리가 안으로 파고들기 힘들다는 뜻이다. 폭스바겐 구형 비틀이 그랬다. 실내가 너무 잘 밀폐돼 차가 물에 빠져도 한동안 물 위에 뜰 정도였다. 어쨌든 운전석에서 들리는 소리만으로 이 차의 엔진을 단정짓기 힘들 정도로 소리는 잘 차단됐다. 바깥에서 들어보면 분명 디젤엔진임을 알 정도이니 원래 조용한 엔진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소리를 잘 막았다고는 할 수 있겠다.
디젤엔진의 궁극적인 목적 중 하나가 가솔린차 수준의 승차감과 소음 수준을 구현하는 것이라면 이 차는 그런 면에서 성공한 차다. 럭셔리 세단이라고는 하지만 재규어는 스포츠 세단이기도 하다. 마냥 푹신하고 고급스러워서 타고 있으면 졸리는 그런 차가 아니다. 달리는 맛도 일품이어야 하는 게 재규어의 숙명이자 자랑이다.
직진주행성은 나무랄 데 없다. 1.8t이 넘는 무게로 9초가 안되는 시간에 시속 100km를 넘긴다. 탁월하다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나 디젤엔진임을 감안하면 엄지손가락을 세워줄 만도 하다.
코너가 이어지는 와인딩로드에서 거칠게 차를 몰았다. 재규어는 마치 초원을 달리는 표범의 움직임처럼 유연하게 코너를 탔다. 차량자세제어장치가 있어 때로 무리하게 몰아쳐도 차가 알아서 반응하며 극한 상황을 피한다.
자동 6단 변속기는 게이트 방식의 변속레버로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다.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기는 이들은 팁트로닉 방식보다 게이트 방식의 변속레버를 더 좋아한다. 운전하는 ‘손맛’을 볼 수 있어서다. 재규어의 변속 게이트가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온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성
판매가격 6,950만원이면 아주 매력적이다. 기존 가솔린엔진인 S-타입 3.0이 8,580만원임을 감안하면 1,500만원 가까이 저렴하게 S-타입을 탈 수 있게 된 셈이다. 그 것도 연료비가 싼 디젤엔진차를. 그 뿐인가. 연비는 11.2km/ℓ로 가솔린엔진차보다 훨씬 우수하다. 판매가격, 연료비, 연비 3박자 모두 디젤 모델이 우수하다.
일반적인 예를 보면 디젤엔진차를 가솔린모델보다 비싼 가격에 파는 경우가 많지만 재규어코리아는 전략적으로 이를 뒤집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은 욕심이 없다면 불가능한 전략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