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정 회장을 구속해야 했는가"

입력 2006년05월1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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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공황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을 선처해줄 것을 호소하는 기자회견 자리였다.

수십 년을 자동차업계에 몸담으며 산전수전 다 겪은 업계의 베테랑들은 ‘정 회장의 부재’에 대해 불안하고, 허탈하고, 때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조합 이사장은 발언중 잠시 말을 멈추고 울먹이기까지 했다. 이들은 정 회장과의 동반자적인 관계였음을 자랑스러워했다. 오랜 시절 믿고 따랐다고 주저없이 말했다. 그들의 말은 이랬다. 정 회장 말대로 했더니 성공했다는 것.

“미국으로, 중국으로, 인도로 현대자동차 뒤만 쫓아갔더니 성공할 수 있었다.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있는 동유럽으로 진출할 때도 주저없이 따라갔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정 회장을 믿으니까, 정 회장 보고 투자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정 회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의 현대자동차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10년 10만마일 보증정책은 모두의 반대를 무릅쓴 정 회장의 결단이었다. 과연 정 회장 말고 어느 누가 그런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겠느냐는 게 이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고비 때마다의 그런 결단력이 오늘의 현대자동차와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이 만큼 이끌어 왔다는 것이다.

“리더가 없어 불안하다. 내일이 안보인다. 앞날이 어찌될 지 난감하다”, “청소년기에 확 커야 한다. 자고나면 클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클 때가 있다. 현대자동차와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바로 그 때다. 지금 성장을 계속해야 세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면 끝이다”….

업계 경영자들이 쏟아놓는 말들은 끝이 없었다. 그들은 정 회장과 진한 연대의식을 갖고 있었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이 정도로 발전시켰다는 자부심과, 그 리더가 갇혀 있는 현실의 심한 자괴감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잘못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불구속 수사도 가능하지 않은가. 꼭 정 회장을 구속했어야 했는가”라는 질문은 많은 여운을 남긴다.

한편으론 정 회장 구속을 둘러싸고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간에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합은 이 처럼 적극 나서서 정 회장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반면 협회는 정 회장 구속 이후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기자회견 자리를 만들고 협회에 함께 할 것을 제의했으나 협회는 이유없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의 선후로 따지면 부품업계의 이익단체인 조합보다 현대자동차가 회원사로 있는 협회가 먼저 나서야 할 일인데 그렇지 않는다는 것. 협회는 현대사태와 관련한 협회의 공식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공식 입장 없음”이라는 답을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협회가 몸조심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말이 협회지, 협회에서 가장 비중이 큰 회원사가 현대와 기아자동차인 만큼 협회의 움직임이 잘못 받아들여지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협회가 현대의 선처를 호소하는 게 효과도 의문이고 모양새도 좋지 않을 뿐더러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조용히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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