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 하고, 얼굴도 잘 생겼을 뿐 아니라 운동도 곧잘 하는 친구. 그런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지만 살펴 보면 주위에 분명 있다. "잘난 친구"가 인간성도 좋아서 모두의 사랑을 받는 경우도 있고, 혹은 인간성이 그리 나쁜 것도 아닌데 잘났다는 이유만으로 질투의 대상이 되고 미움을 받기도 한다. 렉서스 ES350을 만나며 그 처럼 ‘잘난 친구’가 생각난 건 ‘그냥 ’이라고 해두자.
ES350은 한국에서 스타트했다. 토요타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시장에서 이 차를 팔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적어도 2006년 봄에 렉서스 ES350을 탄다는 건 혜택받은 일임에 분명하다. 이 차를 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이 해외에 많아서다. 돈이 있어도 팔지 않으니 목 빼고 기다리는 사람들 말이다.
▲디자인
요즘 렉서스의 디자인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엘피네스’다. 렉서스의 디자인 철학이라고 하는데, 이를 명쾌히 설명하는 이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차를 디자인할 때 구석구석에 알파벳 L의 이미지를 형상화해 적용하는 것 정도로 이해는 하지만 난해하다. 디자인 ‘철학’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고 명분도 있으며 시대를 꿰뚫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담긴, 압축된 그 무엇이 있어야 하는데 엘피네스가 철학이라기엔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한국토요타의 직원들에게 물어봐도 멋쩍은 웃음뿐이고, 그 중에는 열심히 설명하는 이도 없지는 않았으나 듣는 사람을 제대로 이해시키지는 못했다. 쉽고 간단히 설명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억지로 ‘지어낸 말’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7년만에 단행된 풀모델체인지라고 했다. 싹 바꿨다는 말이다. 전체 길이는 종전과 같다. 휠베이스는 앞뒤로 조금씩 밀어내 길어졌고, 그 만큼 오버행은 짧아졌다. 휠베이스를 벌려 놓으면 실내공간을 넓히는 데 유리할 뿐 아니라 주행안정성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 차를 보고 있으면 딱 보기 좋을 만큼 근육이 만들어진 몸매가 연상된다. 보디빌더들의 우락부락한 근육이 아니라, 경계가 드러나는 정도로 과하지 않게 다듬어진 몸매. ES350이 그렇다. 근육질이라고 하기엔 점잖고, 정통 세단의 보수적인 모습이라고 단정짓기엔 진보적인 면이 숨은 듯 엿보인다. 보닛에서 지붕으로 향했다가 다시 트렁크 라인으로 흐르는 선은 완만하다. 한라산같다. 급하지 않은 완만한 흐름이 인상적이다.
접이식 사이드 미러와 펜더에 달린 방향지시등은 한국사양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만날 수 없는 오직 한국을 위해 만들어 놓은 아이템이라는 설명이다.
렉서스 LS와 궁합을 맞춰 온 마크레빈슨 오디오는 새로운 ES에도 자리잡았다. 처음엔 마크레빈슨이 오디오를 잘 만들어서 렉서스의 파트너가 됐다. 그러나 사람들은 마크레빈슨을 잘 모른다. 렉서스를 더 많이 안다. 소리에 관한 한 유난히 예민하고 까다로운 렉서스의 오디오 파트너라는 사실만으로도 신뢰를 받을 만하지 않을까.
글래스루프는 아름다운 하늘을 선물한다. 유리로 된 지붕이다. 이를 3부분으로 나눠 가운데 부분이 선루프가 돼 열린다. 앞부분은 에어스포일러 역할을 하고 뒷부분은 유리창으로 개방감을 주지만 열리지는 않는다. 화창한 날 깨끗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달리는 기분을 만끽하는 맛도 좋겠지만 비오는 날, 비 맞는 기분으로 달리는 맛도 그리 나쁘지는 않겠다.
▲성능
330이 350으로 바뀌었다. 단순히 배기량을 늘린 데서 끝난 게 아니다. 배기량, 파워, 성능이 향상됐고 여기에 맞춰 많은 부분들이 개량됐다.
배기량 3.5ℓ에 277마력.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깊숙히 밟아 출발하면 움직이는 순간에 잠깐 타이어가 소리지른다. 아주 잠깐의 휠스핀은 그러나 트랙션컨트롤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금방 잦아든다. 타이어의 짧은 비명 뒤로 강한 구동력이 느껴진다. 노면을 박찬 시승차는 쭉 뻗은 도로를 거침없이 질주한다.
제주도의 국도는 도로상태가 좋기는 하지만 간간이 신호등이 있어 가속거리가 짧다. 가다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길. 시승차는 짧은 구간에서도 시속 180km를 넘기며 200km/h를 넘본다. 짧은 거리에 이 정도의 가속을 얻으려면 차가 매우 힘있고 거칠게 움직여야 하는데 의외로 부드럽다. 차 안의 동승자들은 “조금 빨리 달리는구나”하고 느끼는 정도다. 주행안정성이 우수하고 조용해서 속도감이 둔해진 탓이다. 메이커에서 밝히는 이 차의 0→100km/h 가속시간은 7초. 스포츠 세단이다.
힘이 세지면 조금 거칠어지는 느낌을 주는데 이 차는 그 게 아니다. 여전히 얌전하다. 그리고 조용하다. 파워나 내공은 세졌으나 렉서스 원래의 아이덴티티는 잘 지키고 있다. 어떨 땐 너무 조용하고 얌전해서 싫어질 때가 있다. 배부른 소린 지 모르겠지만.
첨단 장비들은 이제 운전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전자는 운전대를 잡고 가속 페달을 밟고만 있을 뿐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정보와 주행조건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엔진, 브레이크, 서스펜션 등을 조절해주는 건 VSC, TRC, ABS, EBD 등의 전자장비들이다. 자세를 제어하고, 트랙션을 잡아주고, 브레이크를 정확히 때로는 강하게 작동시키는 것들이 이제 더 이상 운전자의 몫이 아니다.
ES350에는 모두 10개의 에어백이 있다. 완벽에 가깝게 탑승자의 안전을 지키는 셈이다.
▲경제성
연비는 9.8km/ℓ로 배기량에 비해 좋다. 3.5ℓ 배기량에 ℓ당 10km, 즉 1대1 연비를 내기가 쉽지 않다. 기름값 비싼 요즘이어서 사람들이 더욱 반기겠다.
이 차의 판매가격은 프리미엄 5,960만원과 슈페리어 6,360만원이다. 가격이 화두일 정도로 수입차시장에서 가격 내리기가 붐인데 렉서스는 배짱좋게 예전보다 조금 올렸다. 자신감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싶다. 한국토요타의 치기라 타이조 사장은 가격이 확정되기 전 가격을 물어보는 기자에게 “소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시장은 그 가격을 받아들이고 있다. 판매하자마자 일약 베스트셀링모델로 떠올랐다. 롱런할 조짐도 보인다. 렉서스의 저력을 느낀다.
공부 잘 하고, 잘 생긴 운동 잘 하는 친구는 모두의 부러움을 산다. 때론 시샘을 받기도 한다. "잘난 친구"를 좋아할 지 시샘할 지는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시장에서 선두의 자리는 항상 타도의 대상이 될 뿐이라는 것. 과연 동급 경쟁차종 중 어느 모델이 ES350을 넘어설 지 벌써 궁금해진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