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 추사고택, 충의사 등이 있는 충남 예산군은 충절의 고장으로, 역사와 아름다운 전통문화가 숨쉬는 곳으로 이름 높다. 이 곳에 또 다른 볼거리가 예산 나들이를 더욱 즐겁고 보람있게 만든다. 1998년 문을 연 고건축박물관이 바로 그 곳. 옛 사찰이나 서원, 정자, 궁궐 등 전국에 산재한 우리 국보·보물급 고건축문화재를 10분의 1, 5분의 1로 축소 전시해 둔 이 곳은 우리 옛 건축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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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건축 형태의 외부 전시관 |
수덕사에서 서남쪽으로 10리쯤 가면 옛 관아의 객사문이 나오는데 이 곳이 바로 고건축박물관의 입구다. 이 문을 지나면 팔각정을 중심으로 고건축 형태의 전시관이 여러 채 모습을 보인다. 바로 앞쪽에 세워진 키 큰 지석에는 ‘거암박물관’이라 새겨져 있다. ‘거암’은 다름 아닌 이 박물관을 건립한 중요무형문화재 74호 대목장 전흥수(66) 씨다. 40여년간 한국 고건축 전승에 외길을 걸어 온 그는 사재 120억원을 털어 이 곳에 박물관을 건립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이라면 아마도 ‘돈 좀 있는 집안의 자식이었나 보군’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천만의 말씀이다. 그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차남으로 태어나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고, 인근 절에 행자로 맡겨졌다가 여러 번 도망쳐 나왔다. 결국 서울로 달아나 막일로 전전하다가 귀향, 목수 일을 배운 게 오늘에 이르렀다. 아버지에게 집짓는 일을 배우다가 대목 김중희 선생을 따라 천안 광덕사, 덕산 보덕사 등을 다니며 일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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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엄사 각황전 골격 |
1961년부터 전국을 돌며 본격적인 고건축 공사를 시행하다 문화재와 주요 사찰 등의 공사를 맡게 된 그는 창덕궁 가정당, 오대산 월정사 대웅전, 속리산 법주사 관음전 등 100채 이상의 문화재급 한옥들을 복원시켰다. 이러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중요무형문화재 74호 대목장 보유자 지정을 받으며 1986년 문화체육부장관상, 1999년 김대중 대통령 감사장과 제1회 허균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대목장이 된 그는 마침내 고향에 한국 건축을 집대성한 고건축박물관을 열게 됐다.
제1전시관은 국보 제1호 남대문을 비롯한 부석사 조사당, 도갑사 해탈문, 강릉 객사문 등의 축소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크고 웅장한 건축물을 축소해 한 자리에서 다양한 건축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제2전시관은 국보와 보물로 지정돼 비교적 많이 알려진 사원건축 축소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무위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 봉정사 대웅전 등의 건축물을 볼 수 있다. 야외 전시관은 객사문과 전통 팔각정 양식을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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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건축을 배울 수 있다 |
그는 옛 건축물 복원을 위해 문화재청을 수시로 드나들며 옛 도면을 연구했고, 건물을 직접 찾아가 실측하기도 했다. 실물의 10~20%에 불과한 축소모형이지만 100이면 100조각 그대로 축소해 짜맞췄다. 개관한 지 7년이 지났지만 박물관은 아직 건축중이다. 전시관도 앞으로 두 채를 더 지을 계획이다.
전시관 안에는 뼈대를 훤히 드러낸 건물모형들이 즐비하다. 작품설명과 부분별 이름표를 달아 우리 건축을 배울 수 있게 했다. 공포, 문살 등 부분모형도 있고, 고건축 연장들도 전시돼 있다. 대부분 조선시대 건축물이고 고려시대 것이 6개, 북한에 있는 것이 하나, 중국 건축물 모형이 2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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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숭례문 축소모형 |
한 장인의 외길인생이 이뤄낸 뜻깊은 공간인 고건축박물관은 우리 건축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우리 건축 5,000년의 축소판이라 해도 결코 과장되지 않다.
*가는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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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못을 거느린 팔각정 |
서해안고속도로 해미나 홍성 IC에서 나와 수덕사 방향으로 향한다. 이정표를 따라 움직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맛집
예산읍 내 자리한 소복식당(041-335-2401)은 대를 이어 손맛을 자랑하는 곳. 소복갈비의 명성은 오래 전부터 인근에 자자하다. 수덕사 앞에 있는 그때그집(041-337-1033) 식당은 산채정식으로 소문났다. 석쇠에 구운 더덕과 조기찜, 된장찌개, 직접 쑨 도토리묵, 인근 야산에서 지역 할머니들이 채취한 나물 10여종이 한상 가득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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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관의 금산사 미륵전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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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장인의 노력이 일군 거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