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동차 소비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를 탄다. 다른 나라에서는 누릴 수 없는 편의장치들을 한국에서는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자동차에 DMB 수신기를 장착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한국밖에 없다. 우리나라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DMB 방송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새로 출고되는 신차뿐 아니라 중고차에도 DMB 시스템을 다는 게 유행이다. 차 안에서 TV를 보는 건 이제 당연한 일이 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내비게이션을 포함해 텔레매틱스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보급도 활발한 편이다.
수입차업계의 한 임원은 “한국만큼 내비게이션을 많이 장착하는 곳은 세계 어디를 가봐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단돈 10만원이면 음성 GPS 시스템을 갖출 수 있고, 여기에 조금 더 보태면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는 환경이 외국에는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렉서스는 ES350을 세계 처음으로 한국에서 판매를 시작하면서 접이식 미러와 좌우측 펜더에 방향지시등을 한국시장용으로 적용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요구를 고려해 다른 나라에는 달지 않는 옵션을 한국시장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국토요타측은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차종에 관계없이 옵션에 민감하고 기준이 높다"며 "실용적이라기보다 외형과 구색을 갖추는 데 예민하다”고 지적한다.
수십 개의 기능 중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건 한두 개에 불과한데도 열 개의 기능을 모두 갖추려 한다는 것. 외국에서는 중형급 승용차의 스탠더드급 모델에 없는 옵션이 국산 준중형 승용차에 채용되는 경우도 있다. 후방센서, 열선시트, 접이식 미러 등이 좋은 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기술과 문화의 차이’에 있다. 전자 IT 기술이 유난히 발달한 한국인만큼 이런 기술이 자연스럽게 자동차로 전이되면서 DMB 방송이니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널리 보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기능적이고 합리적인 문화에 따라 꼭 필요한 품목이 아니면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겉모양과 형식을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일이 많다. 당장 필요없어도 선택품목을 자꾸 늘리는 경우가 이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시장은 자동차가격이 비싸지는 "고급시장"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진단이다.
오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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