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시장을 두고 국산차와 수입차, 디젤과 LPG업계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갈등이 소비자에게는 별 도움이 안돼 단순한 업계의 밥그릇 싸움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는 최근 수입 대형차의 매출액 대비 점유율을 부각시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 동안 주로 국산차에 한정해 자료를 내던 데서 탈피했다는 점에서 이레적이었다. KAMA는 3,000cc급 이상의 수입 대형차의 매출액 비중이 대형차시장 내 40% 이상이라는 점을 들어 국산차업계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했다. 그러자 수입차업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기본적으로 KAMA의 발표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수입차의 매출비중이나 수입차 판매가 호황이라는 점은 오히려 수입차업계가 부각시켜야 할 사안인데도 국산차업계를 대변하는 KAMA가 발표한 건 수입차의 점유율 확대를 경계하는, 이른바 애국심에 호소한 술책이라는 주장이다.
KAMA는 이에 대해 통계에 따라 대형차의 비중을 발표한 것일 뿐 이번 발표는 그 이상도, 이하의 의미도 없다며 애써 파장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KAMA는 국내 대형차시장에서 수입차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국내 업계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즉 KAMA의 이번 발표는 국산 대형차의 비중이 낮아져 위기가 오는 걸 방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수입차 구매를 드러내놓고 말릴 수도 없어 고안해낸 고육지책이었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KAIDA는 KAMA가 수입차를 깎아내리는 행위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울모터쇼까지 공동 개최하는 마당에 겉으로 드러나는 견제는 갈등을 부를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KAMA도 보도자료 발표 이후에는 애써 의미를 축소, 수입차협회의 심기를 가라 앉히려 하고 있다.
KAMA 관계자는 "이번 발표가 수입차를 사지 말라는 건 아니었다"면서도 "그러나 국산 대형차도 품질은 이미 수입차에 버금가는데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타면 무언가 달라 보인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말로 이번 발표의 속내를 은근히 드러냈다.
KAMA의 애국심 호소는 최근 미국 내 정서와도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미국 내에서도 일부 소비자들이 반(反)외제차 구호를 외치고 나서는 마당에 국내 자동차업계를 대변하는 KAMA도 무언가 해야 하지 않았겠느냐는 것.
이 같은 업계 간 갈등은 자동차 연료를 두고서도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경유차의 터보 시스템을 공급중인 하니웰코리아는 경유차의 연간 연료비가 동급 LPG차에 비해 30만원 가량 적게 든다는 점을 최근 발표했다. 이 회사는 2,000cc급 배기량의 기아 뉴카렌스, GM대우 레조, 현대 쏘나타, 기아 로체를 각각 비교한 결과 연간 2만km 주행 시 로체의 경우 레조(자동)에 비해 37만원, 쏘나타(자동)는 레조에 비해 35만원 정도 연료비가 적게 들어간다며 경유차의 경제성을 집중적으로 내세웠다. 올해 새로 출시된 뉴카렌스 LPG(수동)도 로체(수동)보다 31만원이 더 든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국LP가스공업협회가 반박하고 나섰다. 가스협회는 기본적으로 하니웰코리아의 자료는 자동차 구입가격과 에너지세제 개편, 경유차에만 부과되는 환경부담금 그리고 구입가격이 비싼 데 따른 고액의 세금 등이 배제된 것이어서 자료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즉 자동차의 경제성은 연료비뿐 아니라 정비료, 구입가격, 세금, 보험료 등 모든 비용이 망라돼야 하나 하니웰코리아의 발표는 이 모든 게 배제된 채 연료비만 비교돼 자칫 경유차가 경제성이 높은 차로 오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협회 관계자는 "하니웰코리아는 LPG가격을 ℓ당 780원으로 계산했으나 지금은 680원"이라며 "금액 자체에도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유류가를 계산하면 오히려 뉴카렌스 LPG가 연료비 측면에서 로체 디젤보다 17만원(자동) 적게 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하니웰코리아측은 "자료 분석은 단순히 연료비만 놓고 계산했다"면서도 "그러나 연료비만 보면 경유차의 연료비가 적게 들어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즉 이번 자료는 전체 유지비 가운데 연료비라는 세부 항목만 놓고 계산했고, 연료비가 계속 변한다는 점에서 자료분석의 기준시점을 서로 다르게 잡은 셈이다. 그러나 하니웰코리아의 경우 LPG가격을 최대한 높게 보고, 경유가격은 최대한 낮게 잡아 분석한 자료라는 게 가스공업협회측 주장이다. 업계는 이를 두고 하니웰코리아가 현재 현대·기아자동차에 VGT 시스템을 납품하고 있어 국내 경유승용차가 늘어날수록 기업의 매출도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발표의 배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LPG업계는 "소비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번 하니웰코리아의 발표를 곱지 않게 보고 있다. 특히 LP가스협회는 지난해 연료별 동급 자동차의 총 유지비용을 계산, 발표하면서 LPG차의 경제성이 더 뛰어나다는 점을 내세운 바 있어 하니웰코리아의 주장은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연료에 관해선 정유업계라고 갈등에서 예외가 아니다. 하니웰코리아는 경유차의 연료비가 저렴하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오는 7월부터 확대 공급되는 바이오디젤의 연료비가 일반 경유에 비해 5% 가량 저렴하다는 점을 밝혔다. 따라서 바이오디젤이 5% 섞인 BD5를 연료로 쓰면 그 만큼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확인결과 정유업계와 산업자원부 그리고 바이오디젤업계는 여전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정유업계는 BD5가 일반 경유에 비해 저렴하게 공급되면 일반 경유의 판매가 줄어들 것을 우려, 그 만큼의 인센티브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산자부는 인센티브 부여 방안이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반면 바이오디젤업계는 바이오디젤과 일반 경유의 판매가격이 같을 경우 친환경 연료사용을 늘려 배출가스를 줄이자는 취지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다며 바이오디젤의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소비자들이 환경에는 관심이 없고 기름값 절약에만 신경쓴다는 점을 들어 바이오디젤의 가격을 낮춰야 판매가 된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이 처럼 업계마다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에 매달리는 걸 두고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게 가장 좋은 방향"이라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이동진 자동차동호회연합 대표는 "어떤 게 좋고 나쁜 지는 결국 소비자가 판단할 일"이라며 "그러나 소비자에게 정보를 줄 때는 제대로 된 내용을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소비자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금세 해결책이 나올 만한 일들이 국내 자동차관련 업계에서는 너무나 빈번한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자동차관련 업계가 참여하는 대표기구라도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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