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을 이탈한 바다가 그 곳에 있다

입력 2006년05월2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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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포항.
봄날 시름은 술보다 진하다고 옛 시인들은 노래했다. 세상이 온통 술통 속처럼 누룩내를 풍기는 늦은 봄날, 차오르는 시름을 견딜 수 없다면 바다를 보러 가자. 꽃이 지고 봄날이 가고 있거늘...바다는 무심하다. 세상의 봄날과 달리.



그 바다는 오히려 생생하게 퍼덕거린다. 7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가 그 곳에 이르면 대뜸 어깨를 탁 치는, 기운 넘치는 그 바다와 만난다. 배들은 기우뚱거리며 항구로 들어서고, 겁없는 갈매기떼들은 색색의 깃발을 단 만선의 배 위를 낮게 날며 끼룩거린다. 허리까지 오는 장화를 신은 어부는 태우던 담배를 끄고 밧줄을 던져 내린다.

봄바다.


울진군 남쪽에 자리한 후포항. 밤새 잡아 온 고기들이 내려지고 머리수건을 쓴 아낙네들이 달려들어 순식간에 손질을 한다. 펄쩍펄쩍 뛰는 오징어들은 상자에 담겨서도 먹물을 쏘아댄다. 얼마 전까진 대게잡이배가 바빴다. 대게잡이가 허용되는 시기인 11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이 곳은 영덕대게 집산지인 강구항과 함께 사람들로 붐볐다.



후포항 어시장.
대게축제가 막을 내려도 여객터미널이 있는 이 곳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부둣가 어시장에는 도다리, 우럭, 광어 등 싱싱한 횟감을 싸게 살 수 있다. 즉석에서 회를 떠 바닷가로 자리를 옮겨 피크닉 기분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며 술잔을 기울이는 풍류객들이 이 곳엔 유난히 눈에 띈다.



후포항 뒤편 낮은 언덕배기에 세워진 후포등대도 정겹다. 부두 끝자락에서 동북쪽으로 난 해안길을 따라가면 등대가 있는 산언덕으로 이어진다. 약간의 어린이 놀이시설과 매점이 있고, 등대관리소 담벽을 돌아 남쪽 언덕에서면 후포, 울진 일원의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고깃배들로 붐비는 후포항 전경과 여객선터미널, 후포해수욕장과 멀리 영덕·강구 해안까지 풍경이 이어진다. 한쪽으론 망망대해,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축제가 열렸던 수산물센터.


봄볕 속에서 그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김중식의 시 <이탈한 자가 문득>이 떠오른다.



지천에 깔린 건어물.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가는 요령

즉석회.
서울 - 강릉 - 동해 - 7번 국도 - 삼척 - 죽변 - 울진에 이른다. 혹은 포항에서 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향하면 영덕 - 영해 - 울진 후포항이다. 후포항 여객선터미널에는 여름 성수기와 명절 때 울릉도행 여객선이 1일 1~2회 뜬다.



*주변 볼거리

젓갈류도 다양하다.
관동팔경 중 관동제일루라는 망양정을 비롯해 평해 월송정이 부근에 있다. 여유있는 걸음이라면 동해 제일의 백암온천과 성류굴도 돌아볼 수 있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후포항은 대게 집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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