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어설픈 불량배 단속?

입력 2006년05월3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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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에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낯선 ‘불량물건(공동인수물건)’이라는 계약제도가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각사마다 마련된 자동차보험 인수지침을 통해 손해율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사고다발자, 손해율이 높은 지역의 운전자, 손해율이 나쁜 법인체 등을 솎아내 보험을 받지 않는다. 이들이 무보험으로 운전하는 걸 막기 위해 불량물건 계약이 존재한다. 불량물건 대상이 되면 책임보험을 제외한 종합보험료를 15%(전체 보험료는 7~8%) 비싸게 내야 한다. 불량물건 가입건수는 전체 보험가입 대상자의 2% 안팎으로 자동차대수로는 20만대 정도다.

문제는 손보사들이 불량물건 가입자들을 솎아내는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한다는 데 있다. 손해율이 나쁜 지역에 산다는 이유 등으로 다른 지역에 살았으면 포함되지 않았을 가입자들이 ‘억울하게’ 포함되기도 해서다. 반면 보험사기범처럼 손해율을 악화시키고 다른 운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질 나쁜 가입자는 제외되기도 한다. 손보사들은 현재 각사가 파악한 보험사기범에 대한 정보를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보험사기범들이 맘놓고 보험에 든 뒤 재범을 저지르는 데 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또 최근들어 손보사들 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죄질이 나쁘더라도 손보사에 내는 보험료가 많으면 불량물건에서 제외하고 있다. ‘돈없고, 빽없는 가입자’, ‘손해율 악화의 주범은 빠져나가고 종범만 남는’ 기현상이 벌어진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또 있다. 손보사들은 보험료만 더 받을 뿐 불량물건에 대한 관리를 방치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불량물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것과는 판이하다. 미국의 경우 불량물건을 전담하는 보험사인 프로그레시브가 50년대 중반부터 불량물건 가입자들을 흡수한 뒤 운전자의 위험도를 측정하고 성, 연령, 직업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운전거리, 사용목적, 사고경력 등 위험요소를 정밀하게 분석해 손해율을 안정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90년대 중반 불량물건 전담보험사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타사 따라하기에 익숙한 손보사들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 논의로만 끝났다. 2000년대들어 부실금융사로 지정된 리젠트화재가 퇴출되고, 자동차보험 자유화와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사 등장 등으로 본격적으로 손보사 간 경쟁이 벌어지자 생존을 위해 불량물건 전담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잠시 제기됐지만 역시 흐지부지됐다. 현재도 손보사들은 관리하기 어렵고, 규모도 크지 않다는 이유로 불량물건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불량물건 성공사례는 다른 나라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지금은 퇴출된 리젠트화재는 2000년 새로운 생존의 길을 모색하던 중 손해율이 가장 나빠 불량물건에 포함될 전남지역 택시회사 4곳을 시범업체로 선정한 뒤 인공위성추적 시스템 설치, 속도위반 기사에 대한 안전교육 등의 관리대책을 펼쳤다. 그 결과 98년부터 2년간 손해율이 104.4%에 달했던 한 회사는 14.7%로 떨어지는 등 평균 100%를 넘어섰던 손해율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위험관리컨설팅업체인 H사도 손해율이 높아 대당 보험료가 340만원이던 운송회사에 대해 운전자 성향 및 운행형태 분석, 사고원인 실태조사 등을 통해 보험료를 150만원까지 낮췄다.

두 사례는 불량물건을 우량물건으로 탈바꿈시켜 불량물건도 관리하기 나름이라는 선례를 만들었다. 불량물건의 점유율 2%도 소형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시장 점유율과 비슷할 정도다.

현재 손보사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자동차보험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지역별 보험료 차등화제도를 정한 뒤 올해부터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손보사들은 지역별로 보험료를 달리 책정하면 손해율이 좋았으나 보험료에서는 차이가 없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는 지역에는 보험료 절감이라는 이득을 주고, 손해율이 나쁜 지역에는 보험료 인상을 통해 교통사고 감소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주장한다. 그러나 보험료가 올라갈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소비자단체 등이 낙후된 도로여건 등을 감안하지 않았다며 ‘또 다른 형태의 지역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실현될 지는 의문이다. 이 제도가 시행됐을 경우엔 손해율이 나쁜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가입자들을 한데 뭉뚱그려 보험료를 올리면 불량물건의 변형된 형태로 전락할 수도 있다. 또 ‘지역’은 손보사들이 애용하는 ‘위험특성에 따라 보험료를 매기는 데 편리한 집단’이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손보사들은 이와 달리 진짜 손해율을 악화시키는 주범이자 큰 수술을 해야 할 보험사기범, 가짜환자, 과잉 정비요금 청구 등은 가끔 언론에 경찰과 합동작전으로 적발한 ‘눈부신 성과’를 대서특필시키는 것으로만 만족하는 경향도 있다. 이 같은 손보사들의 처세는 결국 가입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일반 가입자들이 보유불명사고로 허위 신고한 뒤 차를 수리하는 보험사기를 별다른 죄의식없이 저지르고 있는 이면에는 손보사에 대한 불신도 자리잡고 있다.

손보사들은 이제라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집단’을 새로이 창출하기보다는 기존의 집단인 ‘불량물건’부터 정비해야 한다. ‘진짜 불량’만 걸러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소한 지금보다는 줄어들도록 만들어야 한다. 불량을 방치하지 말고 ‘진짜 우량’으로 바꿀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보험사기범처럼 손해율을 악화시켜 자동차보험을 적자로 만드는 ‘진짜 주범’들을 적발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일반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인상이라는 피해가 오지 않도록 이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 및 성향파악, 원인분석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자동차보험 적자의 또 다른 한 축인 손보사 간 과당경쟁과 과다한 사업비 지출도 해결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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