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일러준 길을 따라 그 곳에 닿았다. 길 끝은 포구였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엔 발묶인 고깃배가 여기저기 드러누웠다. 어망을 짊어진 늙은 사내가 지나가고, 어슬렁거리던 도사견도 사라져버린 포구는 멈춰진 풍경처럼 적막하다. 아, 적막하구나. 그런 탄식이 절로 터져나오는 건 봄을 여의는 슬픔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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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낚시로 유명한 창리포구 |
나는 떼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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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적한 포구풍경 |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이생진의 시 <고독>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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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에 줄지은 간이 음식점 |
서해안에 자리한 작은 포구 창리는 그다지 눈길을 끌지 않는다.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부러 그 곳을 찾는 이는 드물다. 시원스레 뚫린 서산방조제를 달리는 차들은 이웃한 안면도며 간월도를 향해 멈춤없이 쌩쌩 달린다. 창리는 그 길목에 있다.
천수만 일대에 만들어진 두 방조제, 서산시와 홍성군을 잇는 A지구방조제와 서산시와 태안군(안면도 방면)을 잇는 B지구방조제가 연결되는 중간 지점이 창리 포구인 셈이다. 천수만 일대가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 이름 높고, 안면도며 간월도의 내로라하는 구경거리에 가려 이 곳은 점점 작은 포구로 밀려나고 있다. 이따금 길잃은 차들이 잠깐 들렀다 돌아나가는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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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양만점 굴밥 |
그러나 놓치지 말 일이다. 창리가 품은 그 소박한 포구 정경을. 햇볕에 무수한 비늘을 반짝이는 바다에 작은 고깃배가 바쁘게 오간다. 통통통. 시인 함민복은 ‘작아서 우리 삶 같은 애잔한 통통배 소리’라고 노래했던가. 장화를 신고 바케스를 든 아낙은 기우뚱기우뚱 해변을 오간다.
창리항에서 출발한 낚싯배는 죽도로 향한다. 그 곳에는 도미, 우럭, 놀래미 등이 잘 잡힌다. 가두리낚시, 갯바위낚시, 배낚시가 이뤄지는 이 곳을 어찌 꾼들이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갓잡은 생선들을 풀어 놓으면 누군가 날랜 솜씨로 회를 떠서 즉석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그 맛과 멋도 빼놓을 수 없다.
빼놓을 수 없는 맛은 또 있다. 임금님 수라에 올랐다는 참굴로 지은 굴밥의 고소한 맛. 이 곳에서 채취하는 참굴은 속살이 쫀득하고 살눈이 두터워 남해산 굴보다 훨씬 맛있기로 소문났다. 굴밥은 쌀과 함께 굴을 솥에 넣어 밥을 지은 후 갖은 양념장을 넣고 비벼 먹는다. 은은한 굴향기와 입안에 씹히는 굴의 육질이 감칠맛을 낸다. 그래서 창리 주변에 유일하게 번성하는 게 크고 작은 굴밥집이다. 부석주유소가 있는 휴게소 일대는 바다를 안고 줄지은 포차 굴밥집들이 늘어섰다. 허름해 보이지만 후회없는 맛을 선보인다. 제대로 된 식당을 찾고 싶다면 창리 입구에 있는 ‘전망대회센터굴밥집(041-663-9121)’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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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물칼국수 |
문득 가슴으로 물살 하나 번지게 하는 포구의 풍경, 맛있는 별미. 그러고 보면 이 곳 창리도 꽤 멋진 곳이 아닌가. 한 번쯤 찾아 나서게 만들 만큼….
*가는 요령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IC에서 빠져 32번 국도를 탄다. 서산시를 지나 간월도, 안면도 방면으로 이어지는 649번 지방도를 타고 부석-창리에 이른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천안 IC - 아산 - 예산 - 29번 국도 - 덕산 - 해미 - 서산 - 부석 - 창리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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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지구방조제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