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의 무차별 순정용품사업

입력 2006년06월1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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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가 자동차용품사업을 무차별 벌이고 있다. 경쟁업체의 자동차관련 제품까지 ‘순정용품’이란 딱지를 붙여 팔고 있다. 예를 들면 GM대우자동차 마티즈의 앞유리용 선팅필름을 현대모비스가 ‘순정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

이 회사가 온라인쇼핑몰(mall.mobis.co.kr)에서 순정용품으로 취급하는 앞유리용 선팅필름은 마티즈는 물론 르노삼성자동차의 SM7까지 거의 모든 차종을 망라하고 있다. GM대우와 르노삼성, 쌍용의 ‘순정용품’을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팔고 있는 셈이다. 순정품은 해당 메이커의 관리를 받으며 인증 혹은 추천받은 제품을 취급하는 걸로 알고 있는 소비자들의 상식과는 배치되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또 안전에 문제가 있어 논란을 빚을 우려가 있는 제품들도 인터넷을 통해 판매중이다. 예를 들어 1만3,000원짜리 ‘꺾기파워핸들’은 충돌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끼칠 수 있다. 노면의 굴곡 등으로 운전대가 순간적으로 빠르게 돌아가면서 손이 다칠 수도 있다. 이 제품은 원래 장애인용 보조운전대로 개발된 것으로, 안전성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용품시장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 제품을 설명하면서 "고속주행(시속 40km 이상) 시 제품 조작은 삼가해 주십시오. 안전벨트를 하지 않을 경우, 사고 시 제품과의 충돌로 인한 추가적인 사고위험이 있으니 반드시 안전벨트를 착용하십시오"라는 주의사항을 알리고 있다. 제품의 위험성을 회사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잘못된 사용법으로 인한 사고, 고장, 파손에 대해 당사는 일절 책임, 보증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경고문구까지 있다.

선팅필름은 가시광선 투과율 81%인 앞유리용만 현대모비스 인터넷몰에 올라와 있다. 정작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옆이나 뒤창용 선팅필름은 온라인에서 구할 길이 없다. 그러나 이 회사의 용품전문점인 ‘모비스 카페’에서 시공하는 제품 중에는 가시광선 투과율이 20%나 30%에 불과한 제품도 있어 불법 시비를 낳고 있다.

범퍼가드도 문제다. 매우 무게가 나가는 이 제품을 장착하면 연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나 이 제품을 파는 모비스몰에서는 이를 알리는 내용이 전혀 없다. 범퍼가드는 보행자나 충돌 시 상대방 차의 안전에도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순정용품’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순정품의 범위가 과연 어디까지인 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69만5,000원인 DMB 내비게이션부터 2,500원짜리 세차왁스클리너까지 수많은 제품을 순정용품으로 팔고 있다. 핸들커버, 크롬몰딩, 유리세정제, SUV용 범퍼가드 등 일반 자동차용품점에서 판매중인 거의 대부분의 품목이 여기에 포함된다. 현대모비스는 그러나 순정용품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에서 "순정품은 완성차 제작 시 적용된 부품과 동일한 부품으로 제작사 또는 제작사로부터 위임받은 자가 책임지고 공급하는 부품"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는 순정부품만 언급한 것으로, 순정용품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적절하다. 순정부품에 대한 설명을 용품에 적용하면 순정용품은 존재할 수 없다. 완성차 제작 시 적용되는 용품이 있어야 이와 동일한 품질의 용품을 순정용품이라 할 수 있는데, 자동차 출고 이후에 추가 장착하는 게 자동차용품이어서 순정용품이란 표현은 모순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해석이다. 제품의 특성 상 자동차메이커가 다루는 품목이 아닌 용품에 순정품 개념을 도입한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다. 순정부품과 개념의 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품질보증용품’ 혹은 ‘추천용품’ 정도로 표현하는 게 맞다는 것.

현대모비스가 ‘순정용품’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건 순정부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미지를 용품에도 그대로 적용시키려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순정부품을 이용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용품도 순정품을 이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는 얘기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순정용품을 순정부품과 동일하게 포장하고 있다. ‘순정용품’이라는 표기를 하고 홀로그램을 붙여 ‘순정부품’같은 형식을 취하고 관리번호도 매긴다. 여기에 더해 영문으로 ‘MOBIS"을 인쇄해 넣었다. 이 때문에 앞서 말한 앞유리용 선팅필름의 경우 경쟁사 자동차용 제품들에도 "MOBIS"라는 표기가 선명하게 찍힌 제품이 ‘순정용품’으로 판매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이와 관련해 “‘순정’이라는 말은 누구나 쓸 수 있다”며 “순정용품이란 믿고 살 수 있는 용품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측 말대로라면 순정부품의 "순정"과 순정용품의 "순정"은 다른 의미인 셈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더욱 혼란스럽다.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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